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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사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평점 : 
윤성희 작가의 『상냥한 사람』은 한 때 아역배우였던 형민이 한 토크쇼에 나와 인터뷰하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 착실한 모범생이자 동생 민지를 잘 돌보았던 의젓한 진구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후속작 없이 대중의 기억 속에 사라져가고 추억 속에 남아 있는 형민이 「그 시절, 그 사람들」이라는 토크쇼에 나와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 모습까지 그를 스쳐간 수 많은 인물들의 사연이 형민의 삶의 나이테와 함께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형민이 토크쇼의 사회자와 주고 받는 질문과 대답 속에 형민의 삶 속에 발자국을 찍은 여러 인물들이 하나씩 비춰집니다. 결코 특별할 것이 없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지치듯 엮어나갑니다.
평범했던 형민을 드라마에 캐스팅한 방송국 피디,
함께 드라마를 찍은 여러 배우들,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전부인과 미국에 있는 딸 하영,
회사 동료들, 이웃, 친구들 등등...
비록 불행하게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믿었던 동료의 횡령에 휩싸이기도 하며 뭔가 잘 풀릴 것 같지 않은 형민과 사람들이지만 작가는 그들의 삶을 결코 비참하게 그리기보다 공감과 동정어린 삶으로 내다보게 해 줍니다.
횡령을 눈 감아준 대가로 죄책감에 시달린 박대리, 친구에게 거짓으로 자신의 불행을 과대포장하는 딸 하영, 토크쇼 녹화를 앞두고 세상을 떠난 사회자 등등.. 각 인물들의 삶을 읽어나갈수록 저의 삶 또한 돌아보게 해 줍니다. 그리고 과연 불행하다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삶이 불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작가는 형민이 그들을 떠올릴 때 따뜻하고 소중했던 기억으로 회상해 나가는 모습은 그들의 삶이 결코 불행이 아닌 소중한 삶이고 타인에게 중요한 의미였음을 이야기해 줍니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잘 되지 않았습니다. 미안합니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고인 앞에 형민 또한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진구에게 칭찬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만하면 괜찮게 컸다고, 진구가 제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으면 좋겠어요."
형민은 그 고인에게 당신은 이미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 주지 못했음을 미안하다고 고백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각자 삶들에게 괜찮은 삶이라고 하찮은 삶은 없다고 작가는 말해 줍니다. 그리고 그 말은 제게도 따뜻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윤성희 작가는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삶마저 비극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내를 떠올릴수록, 아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더 깨닫게 됨으로 아내의 삶 또한 괜찮은 삶이었다고 말해줍니다. 그렇게 각자의 삶은 아무리 작고 희미할지라도 그 자체만으로 소중합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이 평범한 여러 삶들이 모인 소설은 우리의 삶과 꼭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긴 여운을 남깁니다. 저에게 그리고 제 삶의 나이테를 함꼐 한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 참 괜찮게 컸다고 쓰다듬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