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전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바뀔 수 있습니다. 《새벽의 방문자들》

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ㅣ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최근 한 남성 배우의 성폭행 기사를 접했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배우였기에 기사를 읽는 내내 착찹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 기사의 댓글에는 그 남배우를 규탄하는 댓글도 많았지만 피해자를 꽃뱀 또는 행동에 의문을 드러내며 함께 매도하는 글 또한 적지 않았다. 피해자임에도 보호를 받기는 커녕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피해자는 2차 피해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외에도 충남지사의 성추행 사건, 승리의 버닝썬사태, 연예계 미투운동 등 수많은 움직임이 일어났지만 가해자들은 미안하다는 한 마디만 던지고 피해자들은 개인적,사회적으로 인한 고통은 여전하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이 거대한 성벽 앞에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에 이은 두 번째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이 출간되었다. 페미니즘 인식이 향상되고 그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며 미투운동이 일어나도 아직도 남아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고 밝힌 이 소설집은 최근의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여섯 명의 작가들의 단편 소설집이다.

『현남 오빠에게』에 비해 《새벽의 방문자들》은 현실성이 더욱 진하게 드리워져있다. 오피스텔 성매매, 그루피, 직장 내 차별, 남녀 관계에서의 불평등, 포스트잇 미투 사건 등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추태들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클린센터에서 근무하며 클린을 지향하기 위해 악성댓글 및 스팸댓글을 지우는 여자의 직업과 그 직업으로 말미암아 알게 된 새벽의 방문자들의 정체, 남자에게 주도된 성관계와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서 성차별 등 폭언까지 감당하길 요구하는 애인, 상대방을 전혀 인정치 않으며 가수와 팬이라는 관계로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그루피 등등..

이 여섯 편의 작품들은 이러한 일들이 결코 소설 속의 일들이 아닌 바로 주변의 수많은 당신의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수많은 미투 운동에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지만 여섯 명의 작가들은 주인공들에게 한 발 더 진보된 행동을 선사한다.

남성 위주의 성관계와 남성 본인이 주도하는 경제 관계가 애인과 헤어진 후 옆집 남자와의 관계를 통해 느끼는 카타르시스, 나이에 상관없이 막말을 일삼는 직장 상사의 언어 폭행에 대항해 남자 친구와의 예행연습을 통해 시원하게 한 방 날리며 공장을 나서는 그녀, 그리고 여자에 대한 차별적인 농담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주위의 눈길에도 당당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사과할 걸 주장하고 그런 주인공에게 사과하는 남자의 모습은 어쩌면 진정 어린 사과 없는현실의 모습에 개탄한 작가들의 바램이 아니였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페미니즘이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들은 굳건하게 남아 있다. 그냥 포기해야 할까? 보통 기득권 사람들은 그만 하라고 말한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책은 왜 말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지금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나를 위해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아는 사이다.

내 뒤에 올 또 다른 여자의 고통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룰루,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은 당신의 권리예요,

그러니까 계속 싸워줘요

비록 얼굴은 모른다 해도 우리는 남이 아니다. 우리는 아는 사이다. 그러하기에 다른 이의 고통을 모른 척 할 수 없다. 우리가 겪은 일들을 기억하고 싸워야 한다. 타인의 고통에 함께 해 나갈 때 비록 느리더라도 세상은 변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