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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평점 :

《초크맨》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된 C.J. 튜더의 두 번째 공포소설 『애니가 돌아왔다』가 출간되었다. 해골이 가득한 입구 앞에 인형을 안고 서 있는 소녀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을 말해준다.
소설은 두 경찰이 엄마가 아이를 죽이고 자신도 따라 죽은 집의 조사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자식을 죽인 그 방에는 빨간색의 대문자로 쓰여진 글자가 커다랗게 쓰여져 있었다.
"내 아들이 아니야"
왜 엄마는 자기 자식을 부인하며 죽음까지 이르게 했을까에 대한 의문과 함께 3주 후 끔찍한 흉가에 새로 입주한 영어선생님 조 손이 이사오며 이 끔찍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간다.
누구나 탈출하고 싶어하는 마을 안힐, 고향을 떠나왔지만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오래전 죽은 동생 애니와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메일을 받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조 손은 고향에서 한 때 친구였으며 마을의 유명인사인 스티븐과 또래친구들을 만나면서 단추를 하나 하나 맞추어간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되풀이되는 비리의 악순환, 학교폭력, 그 부조리에 적응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사회고발 미스터리라고 생각되어진다. 하지만 사회고발이라고 생각할 무렵 보기좋게 독자들에게 틀렸음을 증명해낸다. 탄광, 폐광된 탄광의 갱도 안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무모한 모험, 사라진 아이들에게서 나타난 초자연적인 반응 이 모든 요소들을 저자 C.J.튜더는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특히 조 손이 흉가로 이사 온 집의 변기에 벌레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장면은 과거의 인물들의 경험과 대비되며 더욱 섬뜩한 공포를 자아낸다. 흔한 공포소설들이 원한을 품은 피해자의 복수와 그 과정에서 겪는 심리묘사가 주를 이룬다면 『애니가 돌아왔다』는 복수가 아닌 초자연적 현상으로 원인을 풀어나간다.
쫓고 쫓기는 관계가 아닌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 현상이기에 저자는 이야기를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게 하며 과연 이 사건의 실타래를 풀 수 있을까라는 깊은 의아함을 만들어내고 마지막은 강한 반전을 만들어내준다.
한 사회가 비리에 얼마나 눈감아주는지, 그리고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닌 학교폭력, 탄광을 두고 벌어진 공동체의 파괴 등 리얼한 상황 묘사와 함께 오컬트 현상이 결합한 이 소설은 단지 공포 소설이 아닌 우리의 사회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 주고 작은 마을 안힐에서 벌어지는 이 현상등은 독자들에게 전혀 예측할 수 없도록 해 준다.
다소 두께감이 있는 책이지만 그 불가예측함 속에 단숨에 읽게 만드는 재미를 선사해 주는 저자는 이제 명실상부한 장르 소설 유명주에서 믿고 보는 작가로 자리 매김했음을 보여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