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을까?

홀로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엄마와 초등학교 졸업을 앞 둔 딸 하나.

비록 가진 게 없고 초라해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이 모녀를 보며 나는 이 질문이 계속 머리 속에 맴돌았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은 이제 겨우 열 넷, 중학교 1학년 소녀인 스즈키 루리카가 저자이다. 한참 풋풋한 나이의 저자는 상금을 모아 좋아하는 잡지를 사려고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로 '12세 문학상' 대상을 연속 3회 수상한 작가이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이 소설 속의 엄마와 딸 하나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하고 정감있게 그려진다.

일본 역시 한국과 비슷하게 싱글모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특히 가난한 싱글모에 대한 편견은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아버지라는 존재, 그리고 남들과 다른 독특한 사고 방식으로 자신을 키워 나가는 엄마에 대한 연민과 사랑 등 이제 겨우 열 세살 소녀가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불평하지 않는 모습은 대견하면서도 가난에 의해 친한 친구들이 다 가보는 드리밍랜드는 꿈도 꿔 보지 못하는 하나가 매우 안쓰럽게 느껴진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미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자기만의 최선으로 딸 하나에게 주는 엄마의 씩씩함은 결코 딸을 주눅들지 않게 하려는 엄마만의 방법이라는 생각에 코 끝이 시큰해진다.

이런 모녀 곁에 하나를 놀리는 나쁜 친구들도 있지만 이 모녀의 상황을 가엾게 여겨 방값을 싸게 해 주며 따뜻하게 대해주는 주인집 아줌마와 아들, 그리고 하나의 친구들이 있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해 준다.

저자의 나이가 겨우 열 넷 소녀 답게 또래인 주인공 하나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초등학교부터 입시 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의 부담감과 친구들 사이에서 겪는 고민이 이토록 생생한 건 바로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게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비록 남들이 꿈꾸는 명문학교의 입시는 꿈도 못 꾸고 남들 다 가 보는 비싼 드리밍랜드는 자신의 형편에 앞서 포기해 버리는 이 모녀가 어떻게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로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하나의 엄마는 대답한다.


슬플 때는 배가 고프면 더 슬퍼져. 괴로워지지.

그럴 때는 밥을 먹어.

혹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또 배가 고파지면 또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만큼 사는 거야.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

철없어 보이는 엄마이지만 홀로 아이를 키워내는 삶이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이 엄마에게는 순간 순간을 견디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였다. 밥을 개처럼 먹는 엄마의 모습은 바로 또 한 번 힘을 내고 그 다음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을 다짐하는 엄마의 모습이였기에 지금까지 견뎌올 수 있었고 그런 엄마가 있기에 딸 하나는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올 수 있다.

가난해도 살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 쉽지 않다.

하지만 살아갈 수 있다. 하나의 엄마처럼, 하나처럼 서로 믿고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면 삶이 만만치 않겠지만 서로가 있기에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내내 이 모녀를 응원하게 된다. 앞으로 더 많은 편견에 힘들 수도 있는 이 모녀에게 절대 세상의 시선에 기죽지 말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쭉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응원하고 싶다.

이 소설이 열 넷 소녀가 쓴 이야기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등장 인물들마다 따뜻하게 그려낸 저자가 앞으로 어떤 글들을 써 나갈지 더욱 기대가 된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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