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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게 산다는 것 -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
게랄드 휘터 지음, 박여명 옮김, 울리 하우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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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헌법 제 2편 제2장 1절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명기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헌법에서도 규정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의 존엄성. 하지만 과연 우리는 우리의 존엄성이 인정받고 타인의 존엄성을 지켜주고 있을까?
뇌과학 연구자인 게랄트 휘터의 책 『존엄하게 산다는 것 』은 인간의 존엄성이 심하게 훼손되어 가는 이 시대에 과연 어떻게 하여야 우리의 존엄성이 지켜질 것인가를 자신의 전공 분야인 뇌과학과 연관지어 존엄하게 사는 삶에 대한 원칙을 제기한다.
저자는 먼저 현 사회의 모습을 진단한다. 심하게 훼손된 자연, 노동의 가치 소멸,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한 정보 과잉의 시대, 이익 극대화에 내몰린 인간 존중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보다는 서로 이용하기 바쁜 우리 사회의 모습 속에서 존엄이라는 단어는 단지 책에서만 가능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게랄트 휘터는 이 존엄의 역사를 하나 하나 추적해 가면서 자신의 전공 분야인 뇌과학과 연관지어 존엄의 의미를 설명해 나간다.
물고기, 말, 독수리 등 각 개체에 맞는 특수성과 그에 맞는 신경망을 갖추고 있는 동물과 달리 사회적 뇌를 갖고 있는 인간의 경우 모든 것이 오랜 시간 학습과 훈련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인간은 경험하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 일치성을 찾아가고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경험은 바로 타인과의 공존을 통해 얻는 경험을 강조한다.
관계로부터 형성되어 가는 내적 표상인 존엄을 통해 저자는 사회에서 갈수록 존엄이 인식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바로 교육을 꼽는다.
독일어로 '어린이 정원'을 의미하는 '유치원이라는 뜻의 "킨더가르텐"이 '어린이 주간 보호소'라는 의미의 '킨더슈테테'로 바뀌어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존엄함을 깨닫게 해 주는 곳에서 그저 아이를 잠시 맡아 보호해 주는 보호소로 전락한 예를 들며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이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어린이집과 유사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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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할 수 있는 자들이 타인의 존엄성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람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야 하는 이 사회에서 저자는 새로운 뇌의 연결 회로 탄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뇌과학과 연결지어 존엄을 논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반면 이 존엄에 대한 논제가 좀 더 풍부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존엄성이 훼손된 사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꼭 읽어볼 책이다.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한다면 더 다양한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