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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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단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 줄 때가 있다.

전쟁의 고통을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전쟁으로 인한 폐허가 된 집 앞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 전쟁의 고통을 더 절실하게 느끼곤 한다.

「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는 바로 그런 책이다.

글로 말하는 것보다 사진으로 말하는, 시인이자 사진가인 이훤님의 시진산문집이다.

책 서문에서 저자는 사물의 입장을 사진으로 읽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물의 지나간 마음을 사진과 간략한 텍스트로 모은 책..

사람의 마음이 아닌 사물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단순한 원형들로 보이는 패턴들이 서로 우리가 되자며 말하는 글이 매우 뭉클하다.

어떤 누구도 아닌 우리가 되자고 외치는 모습이 우리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말하는 것 같다.

패턴의 크기에 상관없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외침은 바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놓치고 있었음을, 사물의 마음을 빗대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를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똑같은 상황인데도 찰나의 순간 순간을 포착하여 의미를 부여한다.

비 내리는 거리, 사람들의 여러 걸음 소리, 그리고 그 순간에 느껴지는 거리의 마음..

바다의 파도 한 장면만으로 부서지고 다시 지어지는 모습으로 여러 의미를 만들어 내는 저자의 생각이 매우 신선하다.

사진마다 사물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부서질 것을 앎에도 다시 파도를 만들고,

폐허에도 다정이 있고 방식이 있고

내리거나 다시 사라진다해도 무리가 될 때까지 계속 내리는 눈들..

어쩜 저자는 사라질 것을 앎에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물들처럼

우리에게 희망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부서지고 깨어져고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하는 것 같다.

눈의 마음으로, 파도의 마음으로, 폐허가 된 사물의 마음으로, 물의 마음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풍경이지만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지내던 사물들이 저자의 사진과 글을 통해 나를 위로한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내가 그이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글처럼 사물 하나 하나 이름을 지어주고 의미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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