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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
심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3월
평점 :

블로그 및 SNS을 통한 글쓰기의 창구가 넓어지며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더 높아졌다. 그리고 이런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여러 글쓰기 책들을 볼 수 있다. 스티븐 킹의 <유혹적인 글쓰기>부터 시작하여 <무엇이든 쓰게 된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등등... 시중의 글쓰기 책들은 넘쳐난다. 그리고 그 책들 중 십중팔구는 글쓰기는 많이 쓰고 많이 읽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많이 보는 글쓰기의 책들이 주로 소설가 또는 기자 등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유명인들이 쓴 책들인데 비해《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의 저자 심원씨는 학생 또는 일반인을 가르치는 글쓰기 강사이다.
누구나 쓰게 된다는 마법의 주문의 제목이 아닌 잘 쓰고 싶다는 일반인의 마음을 간절히 드러낸 저자는 먼저 많이 쓰고 많이 읽으라는 글쓰기의 진리를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많이 읽고 쓰면 된다는 건 누구나 잘 알지만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거나 흰 종이를 대면하는 순간 한 문장도 쓰기를 두려워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저자는 3단계를 제시한다.
현실 베어 물기 -> 소화하기 -> 배설하기
1단계인 현실 베어물기는 바로 첫 문장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지.. 그 첫 문장은 글쓰기를 매우 어렵게 한다.
그에 대해 저자의 대안은 간단하다. 바로 자신의 경험을 쓰는 것.
바로 "이런 일이 있었다." 자신의 사소한 일이라도 기록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실 베어 물기의 첫 단계이다.
그 경험으로부터 시작해 저자는 우리가 글을 쓸 수 있는 폭을 넓혀나가준다.
우리가 본 영화, 책, 드라마 등을 본 후 우리의 느낌 또는 그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다. 그래도 글쓰기가 어려울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극약 처방을 제시한다.
바로 자신의 비밀을 쓸 수 있는 것. 자신만이 알고 있는 나의 모든 흑역사를 기술하라는 것을 제시한다.
자신의 콤플렉스, 쪼잔함, 더러움, 비열함, 사악함 등에 관해, 자신의 흑역사를 기술하라.
그것이 이 세상에서 오직 당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게 해줄 것이다.
전에 어느 글쓰기 수업에 참가했을 때 강사분이 "글쓰기는 솔직해야 합니다. 뼈속까지 진실되고 솔직하게 써야 읽는 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라는 말씀을 하셨다.
저자의 이 글을 읽으면서 그 수업 때 들었던 말씀이 떠올랐다. 자신이 내보이고 싶지 않은 흑역사까지 솔직하게 드러날 때 공감을 줄 수 있고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다.
2단계 소화하기는 정확한 질문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정확한 질문이 정확한 문장을 만들고, 정확한 문장이 정확한 글을 만든다.
그러려면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정확한 글을 만들기 위해 저자는 먼저 자신이 쓴 단어의 뜻을 확인하는 "무엇?"으로부터 시작하도록 권한다. 가령 폐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썼다면 이 단어의 뜻을 알고 있는지 끝까지 질문해보고 답하도록 말한다. 자신이 쓴 단어에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단어는 정확한 글을 만들 수 없다.

원인과 결과를 알기 위한 "도대체 왜? 어떻게? 그런 일이?" 와 이유와 근거를 도출해내는 질문법 등 질문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저자는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저자는 특히 2단계에서 글쓰기의 중요한 태도를 강조한다.
1.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기
2. 자기가 들은 말을 기억하거나 기록하기
어떤 소설가는 소재를 찾기 위해 식당에 가서도 옆 테이블에 어떤 대화가 들리는지 유심히 듣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또 한 번역가는 실생활에 가까운 말투를 찾기 위해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를 유심히 듣는다고 한다. 글 쓰는 사람은 SNS에 열린 자세로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원리는 이 책에서도 동일하게 강조된다. 말하기보다 듣고 기록하라는 것.
그 기본 토대 안에 문장을 쓰면서 계속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말해준다.
3단계 배설하기는 2단계의 질문이 끝난 후 어떻게 글로 표현할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신념과 견해 구분하기 등 비판하는 글, 또는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글 등 여러 방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계속하여 고치는 작업에 도전할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글쓰기의 첫 단추로 필사를 제안한다. 먼저 좋은 문장을 보고 글을 써 보고 모방하는 것부터 시작하도록 제안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본 사람이 음식을 할 때 그 유사한 맛을 흉내낼 수 있다.
만약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요리를 할 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듯 저자 또한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하고 경험한 사람이 문장을 쓸 수 있다고 말하며 모방부터 시작하되 자신만의 글쓰기를 창조하도록 권한다.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의 저자가 글쓰기 강사인만큼 이 책은 한 문장을 써도 어떻게 정확한 문장을 만들어 낼 것인지에 주목한다. 첫 문장 쓰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예문과 함께 글쓰기의 기본기에 주력한다. 일반 소설가들이 말하는 글쓰기의 비법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자신이 쓰는 글이 정확하게 읽히고 쓰여지도록 돕는 글쓰기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예문들을 읽고 따라 쓰기만 해도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글쓰기의 기본기부터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