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 출판 24시
새움출판사 사람들 지음 / 새움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소설 출판 24시》를 한 마디로 평한다면 "출판에 관한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나 할까? 새움 출판사에 일하는 직원 한 명의 입장이 아닌 출판사 대표, 기획실장, 편집장, 편집자, 마케팅, 전자 출판 담당, 작가 등 온 출판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릴레이식으로 자신의 일을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다. 수비니겨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수비니겨 출판사의 대표가 우연히 투고 원고에서 출판을 해도 될 만한 원고 [트레이더]를 발견하며 시작된다.
SNS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의 글쓰기의 창구가 넓어지고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출판사에서는 날마다 몇십건의 투고 원고가 이메일로 또는 우편으로 접수되고 그들의 원고가 읽히기를 원하지만 자신의 일마저도 챙기기 바쁜 출판사 직원들에게는 그 많은 양의 원고들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좋은 원고를 찾기 위해 해외 또는 국내 블로그나 글들을 찾아 다니며 누가 과연 좋은 글감을 먼저 찾는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는 출판사 사람들에게 투고 원고에서 보석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정서 사장에 의해 신인 작가의 투고 원고를 계약하며 수비니겨 출판사는 책 출간을 서두른다.
한 권의 책이지만 이 한 권을 위한 모든 직원들의 노고가 이 책에서는 상세히 설명해준다.
편집자는 저자와의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의견 차를 조율해가고, 전자 출판 담당자는 책 출간과 함께 어떻게 전자 출판을 간행할 것인지, 그리고 영업 사원은 이 책의 홍보를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 단숨에 독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제목과 카피 문구를 잡기 위한 그들의 고민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하루가 다르게 몇 십권, 몇 백 권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출판 시장에서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최대의 시간, 출간 후 2주 사이 눈에 잘 띄기 위한 오프라인 서점 매대 위치 선점 및 온라인 서점 광고 및 이벤트 진행, 신문 광고 및 서평단 진행 등 책 출간이 끝이 아닌 전쟁의 시작임을 보이지 않는 총성이 난무하는 곳임을 말해준다.
책을 만드는 이들과 책을 파는 이들간에 생기는 갑을관계, 좁은 인터넷 공간에 조금이라도 눈에 띄기 위한 출판계 영업 사원들의 사투를 보며 과연 이렇게 자신의 민낯을 보여줘도 괜찮을까라는 우려마저 들게 한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각종 레저 및 스포츠 활동이 많아지고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모든 즐길 게 더 많아진 이 시대에 책은 이미 고리타분한 것으로 전락해버린 시대,지하철을 타도, 커피숍을 가도 책 읽는 사람을 발견하기 힘든 이 사회에서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책을 팔아야 하는 그들의 고민을 출판사 직원들은 진지하게 고민한다.
읽어보면 왜 팔리고 안 팔리는지 알 사람은 알아요.
익명의 독자들이 그걸 말없이 웅변하죠.
과연 내가 소설을 계속해서 쓸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그래서 제가 아니라 작가님 자신에게 물어보셔야 합니다.
과연 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흥미로워 할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역시 가장 최초의 독자이기도 한 편집자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작가와 편집자, 독자, 그들 마음이 일치될 때 누가 뭐래도 책은 팔립니다.
신통치 않은 판매량에 의기소침한 신인 작가가 출판사 대표에게 작가를 계속해도 되겠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이정서 대표의 말은 조언이라기보다는 자기의 마음을 다시 다잡는 것 처럼 느껴진다.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하루에도 수십 개의 출판사나 도매상이 도산하고 문을 닫는 독립 서점이 늘어난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을 만들고 파는 이들, 그들에게 책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그 고민은 책 초반부터 책 후반까지 끊임없이 계속된다. 그리고 편집장 해윤의 고백으로 그들은 답한다.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그 사람의 삶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작은 조각이 된다면.
그런 조각들을 만드는 게 자신의 일이리라.
책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듯, 다른 누군가의 삶에 작은 조각이 되고자 하는 바람.
책 안 읽는 시대에 다시 한 번 자신의 일을 되새겨보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고백이리라.
한 권의 책이 누군가에겐 고리타분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책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서평단 모집부터 책 홍보를 위한 그들의 치열한 홍보 전략의 하나이고
온라인 인터넷 서점을 들어가면 뜨는 각종 팝업창과 메인 화면등이 인터넷 뒷 편에서 자신의 책을 노출하기 위해 열심히 서점 본사를 찾아가 부탁하는 영업사원의 땀과 노력임을 이 책에서 알 수 있었다.
원고 계약부터 책 출간 후 홍보까지, 숨겨진 그들의 일과 고뇌는 나에게 책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들어 책을 만드는 많은 출판사 관계자분들께 감사와 수고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