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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계약이다 - 안전하고 자유로운 사랑을 위하여
박수빈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수입업에 종사하다보니 외국 거래처와 계약을 맺을 때 계약서를 자주 접하게 된다. 계약 기간, 수출업체가 이행해야 할 의무, 수입업자가 이행해야 할 결재 의무, 제품 하자로 인한 배상, 의무 불이행시 져야 할 법적 책임 및 해지를 위한 단게적 절차 등 모든 전반적인 사항이 제기된 계약서들을 계약 당사자는 꼼꼼히 확인한 후 사인을 한 후 공식적인 파트너임을 선언한다.
《연애는 계약이다》는 저자인 박수빈 변호사가 연애를 계약법에 비유해서 어떻게 서로가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는지 적은 연애학이다.
보통 우리는 연애를 말하면 핑크빛처럼 감미롭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풋풋하고 모든 게 다 아름다워보일 수 있는 연애를 왜 저자는 다른 것도 아닌 계약에 비유했을까?
저자는 먼저 혼인관계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도 있지만 연애는 그러한 보호수단이 없으며 비즈니스 계약처럼 계약을 처음으로 없던 것처럼 "해제"할 수 없으며 "해지"할 수만 있는 이 특별한 계약이므로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수입업체인 우리 회사는 더 좋은 물품을 수입하기 위해 외국 업체의 홈페이지 및 자료 등을 꼼꼼히 훑어보며 그 회사의 물품이 과연 시장성이 있는지 조사한 후에 거래 제안 메일을 보낸다.
외국 업체 또한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상대방 회사, 즉 우리 회사에 자산 현황 및 직원 수, 또는 거래처 현황 등을 기록해 줄 것을 요청한 후 계약서의 초고를 작성한다.
저자 또한 연애를 시작하기에 앞서 계약할 대상이 과역 계약하기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조사하도록 조언한다. 상대방의 연애 상태가 어떤지, 만약 애인이 있다면 연애 상태는 어떤지, 헤어진 이유 등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미리 확인하듯 아는 지인 또는 카카오톡 프로필 등 SNS을 통해서든 자세히 알아볼 것을 요청한다.
연인이란 나의 삶과 마음에 상대가 머물 방을 내어주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와 일상의 상당 부분을 함께하면서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는
그런 공간을 내어주는 관계 말이다.
그렇지만 온전히 그 사람을 소유할 수는 없는 탓에 소유권자가 아닌 임차인 또는
저당권자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마음을 내어주는 관계, 결코 무(無)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에 우리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하여 어떤 위치가 되어야 하는 지 확인하기 위해 상대방의 연애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사전장치이다.
계약에는 A와 B 모두 대등한 입장임을 먼저 명시하며 일방적으로 한 쪽에게만 부과되는 불리한 계약은 체결하기 힘들다. 물론 일상에서 벌어지는 갑질의 횡포가 있지만 건전한 관계에서의 계약은 양측 모두 동등한 비즈니스 파트너임을 인지하고 서로에게 일정한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시한다.
연애 또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서로에게 신뢰의 의무를 지겠다는 계약과 동일하다.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가 아닌 동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너"와 "나" 사이의 계약이 되어야 한다.
뉴스에서 접하는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은 오래 유지되지 못할 뿐 아니라 결국 막대한 손실을 안게 될 수도 있다. 계약 기간 동안에 서로가 대등하며 서로가 져야 할 범위를 확실히 정한 후 그 범위 내에서 상대방에게 져야 할 의무와 권리를 주장하는 관계가 오래 유지될 수 있다.
가령 나의 업무의 경우 수출업체는 주문을 받은 후 며칠 이내에 물건을 납품하여야 하며 품질 이상 시 무상 교환 및 마케팅 지원을 약속하고 수입업체는 30일 이내 결재 대금을 지불 의무를 지거나 상대방 제품의 마케팅 및 목표 수량을 채울 것을 약속한다.
그러한 범위 내에 나는 상대 회사에 나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상대측도 우리에게 우리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대등한 관계에서 나아갈 때 우리는 서로를 존중할 수 있으며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여러 변수들이 있게 된다. 가령 수입회사인 우리의 경우 환율의 급등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을 때도 있고 시장 상황 변화로 인해 불가피한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우리의 삶 역시 여러 변화를 맞게 될 때가 있다. 졸업, 취업, 이직 등등 환경 변화는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사업의 경우 이러한 변화가 있을 경우 함께 의논하여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명기하곤 한다. 계약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듯 연애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변화하는 상대방에 맞게 서로가 맞춰주고 배려해주어야 하는 관계가 되어야만 계약의 재계약이 가능하듯 상대방과의 관계도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저자는 헤어짐에 대해서도 계약법에 비유한다. 양다리식 '양다리' '백업플랜' 의 이중계약, '잠수타기'등 여러 헤어짐의 유형을 설명한다.
그 중 상대방에게 매우 무책임하고 잔인한 '잠수타기' 헤어진 것도 아닌 사귀는 것도 아닌 상대방을 애태우는 이 잠수타기는 계약의 "이행거절" 상태로 이 '이행거절'의 상태에서 관계를 종결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사업상 계약의 경우, 계약을 종결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일반적으로 3개월 전에 상대방에 서면 통지를 하고 그 3개월 이내에 '해지'를 위한 절차를 완료하며 끝까지 서로의 의무를 질 것을 명시한다.
만약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통지의 경우 상대방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도 헤어짐에 대한 조항이 있듯, 연애에도 정확한 '해지'의 의사표시를 두어야 하며 끝까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며 예의를 두어야 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의 결혼 종용 및 "사람 다 똑같다, 그냥 대충 고르고 결혼 해"라는 주위의 조언이 자기 결정권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는 주장이라는 것과 동성애자 및 생활 동반자에게는 없는 보호법률 등 굉장히 흥미로웠고 흔히 일상 중에 벌어지는 데이트폭력, 몰래 카메라 등 각종 성범죄 등에 대한 대처법 등 또한 제시해 주어 많은 이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연애는 계약이다. 맞다. 모든 만남은 계약이다.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만남이자 그 사람을 존중하고 인격체로 대하겠다는 계약이다.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겠다는 계약이다.
그 바탕 위에 있을 때 우리에게 재계약이 가능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계약.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안전하고 행복해 질 수 있는 연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