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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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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중력』의 초반부는 연구원 이진우가 일과 오랜 숙원이던 "우주비행사 선발 대회"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닥친 연구소의 부당한 처사로 대기 발령을 받게 된 이진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은 힘들게 노력했건만 사내 권력의 희생양이 되고 만 이진우에게 대기발령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그 힘든 상황에서 이진우에게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희망은 "우주비행사"로 선발되는 것이였다.
우여곡절끝에 러시아의 가가린센터로 가는 네 명의 선발대에 이진우는 가까스로 합류하게 된다.
유일한 여자인 김유진, 우주비행사 선발에 대한 강한 집념의 김태우, 모든 사람들과 두루 친하며 사람 좋은 정우성, 그리고 이진우... 이들은 이제 단 한 명을 뽑는 우주비행사 티켓을 따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최종 1인이 되기 위해 매번 시험을 보며 이 네 명은 서로 동료가 되기도 하고 견제하기도 한다.
진우는 이 가가린센터에서 하나씩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이 우주센타 역시 또 하나의 사회임을 깨닫는다.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만 기억하고 두 번째 우주인인 돈 게르만 티토프는 알아주지 않는 현실.
자신이 연구 미달로 평가받아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것처럼 우주선에 앉지 못하면 한직을 맴돌다 센타를 떠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결국 이 모든 것이 장소만 다를 뿐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회였고 현실이였다.
내 말은 여기도 요직과 말직,출세와 좌천이 있다는 거야.
내가 알지 못했을 뿐 내 인생의 발걸음 하나마다 가까운 곳에서는 이런 개미들의 싸움이 있었다.
연구소에서건 여기서건.
결코 쉽지 않은 우주비행사가 되는 길.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면 또 다른 관문이 나타나고 이러한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이진우와 다른 세 명은 함께 경기를 이어간다. 이 경기는 단 한 명 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누군가에게 비상의 사태가 생기면 백업인 사람이 바로 그를 대신해 줄 준비가 되어줄 수 있는 그림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 경쟁은 개개인이 아닌 모두가 한 팀이자 각자인 게임이니까.
바로 우리 인생 또한 나 혼자 살아가는 게임이 아닌 모두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인생인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마라톤이나 경보에 가까웠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해야 잘하게 되는...
자기가 쓰러지면 경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는 남아서 최고치에 도전하는....
경기 자체가 중요하고 경기는 계속되는...
그런 경쟁을 한 것이다.
우리는 이 지구상에 발을 디딛고 서 있을 수 있는 건 중력때문이다.
중력의 힘으로 인해 우리가 현 위치에 지탱할 수 있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모든 사물들이 둥둥 떠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리 우주가 좋다 해도 무중력 상태에서는 오래 살 수 없다.
이 중력은 결국 우리 모두를 현재의 우리를 만들어 주게 한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대기발령의 현실에서 더욱 절실해진 우주비행사 선발이라는 꿈이 이진우를 붙잡게 해 주는 하나의 중력이 될 수 있고 김유진이 말한 대로 각자를 끌어주는 리더십이 될 수 있다.
누가 우주비행사가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그 가능성만을 믿고 끝까지 가 보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었다.
인생이 결국 성공하는 것이 최종이 아닌 끝까지 가능성을 믿고 도전해보는 것이 소중한 것처럼.
우주를 말한 이 소설은 우리 인생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