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모범생 라임 어린이 문학 25
박서진 지음, 오윤화 그림 / 라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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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구민의 교실에는 여러 친구들이 있다.

엄마에게 느림보라 타박받으며 화장실에서도 타이머를 주며 재촉하는 엄마의 독촉에 마음이 바쁜 구민.

매번 올백을 받아 반 아이들의 부러움을 받는 다해는 머리를 배배 꼬는 버릇이 있고

또 다른 친구 대수는 식욕이 왕성하다.

평온하던 이 교실은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서 담임 선생님의 빨리빨리 작전이 수행된다.

시험이 없는 대신 단원평가를 보는 것.

선생님은 메트로놈을 가져와 빠른 속도에 맞추어 아이들의 문제풀이에 속도를 낼 것을 독촉한다.

찰칵찰칵찰칵...

「빨리빨리 모범생」은 메트로놈 소리에 맞춰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다림을 모르고 운동장에서 제대로 놀지도, 앉아서 쉬지도 못하고 심지어 천천히 먹기조차 힘들어하는 아이들.

소화불량과 초조함, 넘어짐은 물론 선생님의 말씀 조차도 끝까지 듣지 못한다.

책을 읽노라면 선생님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지만 이해력이 좋아 학습속도가 빠른 둘째 나래에 비해 집중력이 산만하고 이해력이 다소 느린 첫째 누리를 비교해가며 첫째에게 둘째만큼 따라와줄 것을 강요하곤 하는 나의 모습이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비추어진다. 내가 첫째를 독촉할 때면 짜증을 내곤 하던 아이의 모습.

구민의 선생님은 반 아이들의 죽어 버린 화분을 가리키며 말씀하신다.

도로에서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정상 속도라는 게 있어.

그걸 무시하고 무조건 빠르게만 하다 보면 참을성도 잃고 집중력도 없어지지.

중요한 걸 다 놓치고 지나가게 되는데,

선생님이 잠깐 그걸 잊었던 것 같아.


일찍 꽃을 피우는 꽃도 있고 늦게 꽃을 피우는 꽃도 있다.

각자만의 속도로 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매일 물을 줘야 하는 꽃도 있고 삼일에 한 번 물을 줘야 하는 꽃도 있듯이 우리 각자에게도 기다려줘야 하는 아이가 있고 늦은 아이도 있다.

하지만 나는 종종 이해력이 빠른 둘째와 비교하며 왜 다른 걸까 푸념을 하곤 했다.

하원 후 여기저기 구경하며 천천히 걷는 아이들을 독촉하며 앞만 보고 갈 것을 종용하는 내 모습 속에 아이들은 거리 곳곳의 풍경을 잃어간다.

나무의 푸르름을 보지 못하고

하늘의 둥둥 떠다니는 구름을 보지 못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풍경을 보지 못한다.

아이들 뿐만 아닌 우리 어른들 또한 거리를 다니면서 일을 하면서 과연 하늘을 본 적이 제대로 있었나를 생각해본다.

매번 바쁜 일상에 쫓기느라 내 이웃을 보지 못하고

친구들과 연락도 하지 못하고 휴일에는 제대로 쉬지 못한다.

우리의 빨리빨리가 아이들을 빨리빨리 독촉하며 자꾸 속도 위반을 하게 만든다.

『빨리빨리 모범생』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동화같다.

바쁘게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한 템포 천천히 가라고 이야기해준다.

정말 중요한 건 빨리 빨리 사는 것에 있지 않다고.

천천히 가는 삶 속에 중요한 것이 숨어 있다고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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