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 - 〈빅이슈〉를 팔며 거리에서 보낸 52통의 편지
임상철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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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보면 <빅이슈> 잡지를 판매하는 판매원, 즉 빅판을 보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그들을 지나칠 때 봉사하는 셈 치고 한 부씩 구매하곤 했었지만 정작 빅판을 하는 분들에 대하여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그리고 그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도 관심이 없었다.

『오늘,내일,모레 정도의 삶』은 조형물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잃고 홈리스로 간간히 살아가다 <빅이슈>를 판매하는 임상철씨가 <빅이슈> 잡지에 자신이 그린 그림과 글을 삽입하였던 52통의 편지를 모은 글이다.

'홈리스',보통 우리는 길가의 벤치나 지하철 역에서 노숙하는 노숙자들을 볼 때 자립하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사람들의 구걸만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들이 이 거리 한 복판에 내몰렸는지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그들의 무능력함과 게으름을 탓하며 변명하지 말라며 손가락질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과거 보육원에 보내졌던 슬픈 추억과 함께 여기 저기를 방황하는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일용직 사무실을 들락거리며 하루 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삶. 제목 그대로 오늘,내일,모레 정도의 삶을 살아가기에도 힘겨운 홈리스로서의 생활을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집이 없이 떠도는 삶. 어디에도 환대받지 못하고 사람들의 눈초리와 소리 없는 비난 속에 살아가는 홈리스의 삶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홈리스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코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닌, 일어서고 싶어도 그들을 도와줄 보호막도 없이 내동댕이쳐진 삶,

추위와 폭력에 쉽게 노출되며 약해진 체력, 그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이야기해나간다.

미래를 꿈꿀 수 조차 없는 그들의 현실이 얼마나 팍팍하고 고달픈지 보여준다.

자신이 홈리스임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하며 잡지 판매를 하는 삶 속에서 결국 저자에게 힘이 되어 준 건 사람들이다. 자신의 생일날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28부 모두를 사 간 독자, 저자가 쓴 그림과 글을 유심히 읽으며 한국을 떠날 때까지 매번 <빅이슈>를 구매해 주었던 호주 독자,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가불을 요청하는 저자에게 자신의 돈으로 이십만원을 빌려준 이사님 등등. 한 명 한 명이 저자에게 빛이 되어 주었고 희망이 되어 주었다.



저자 임상철씨는 홈리스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배고픔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에게 두려운 건 바로 외로움과 무관심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이 현실 속에 더욱 외로워지는 이 현실이 가장 버겁다고 말한다.

동정이나 비난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인생 그대로 바라봐주고 경청해주기를 저자는 정중하게 요청한다.

비록 홈리스로 오늘,내일,모레 근근히 살아가지만 자신의 인생 또한 소중한 인생이기에.


결국 사회를 바꾸는 힘은 각자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국회에서, 또는 사무실에서 탁상공론을 하는 한국의 정치계 또는 사회에서 우리는 판단하기만 급급할 뿐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고 빛이 되어 줄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빅이슈> 구매를 자기만족으로만 생각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정말 중요한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은 없이 기부한다고 생각한 건 나의 자만이고 큰 착각이었다.

동정이 아닌 각자의 인생 그대로 바라봐주며 들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 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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