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천사의 말을 한다
허금행 지음 / 경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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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남편이 천사의 말을 한다』 표지를 보았을 때는 부부간의 사랑이 담긴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기대에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 #허금행 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많은 글들을 모은 시인의 #산문집 이라는 걸 알고 다소 서운했지만 읽을수록 이 책의 감성에 빠져들게 되었다.



산문집이니만큼, 저자가 일상에서 겪는 많은 이야기들을 소재로 풀어낸다.

남편의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 와 45년 째 미국에서 살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지내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저자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텃밭과 닭을 키우며 지내는 삶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 어린 시절 따스한 추억에서 느끼는 행복

그리고 다소 부족한 어린 시절이였지만 그러하였기에 소중함을 알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삶은 바쁘고 모든 게 풍족한 상태에서 지내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시인이 느끼는 행복은 별다른 게 아니다. 고속도로에서 잠깐 쉬는 15분 휴식 시간에 먹는 따뜻한 우동 국물,

친한 지인과의 식사, 청각 장애로 인해 보청기를 끼여야 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이 듣고 싶지 않은 걸 듣지 않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 등 저자의 행복은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이다.



『남편이 천사의 말을 한다』를 읽노라면 책 곳곳에 그녀를 도와주던 많은 천사들을 볼 수 있다.

콩나물시루같은 전철에서 보청기를 잃어버려 도움을 요청하자 모든 사람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저자의 보청기를 찾아주기 위해 주변을 살펴주며 보청기를 찾아주던 많은 사람들,

전철에서 유모차를 태우고 있는 중 문이 닫혀 큰 아이를 역에 두고 전철이 출발해버렸을 때 시인이 돌아올 때까지 아이의 손을 잡고 곁을 지켜주었던 여성..

저자는 이 일상의 숨어 있는 천사들의 도움으로 지금 이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한 사람이 다른 한 명에게 천사의 역할을 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얼마나 따뜻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직도 숨은 천사들이 있음으로 이 세상이 아직 희망이 있는 건 아닐까?



몇 해 째 남편의 병간호를 하는 쉽지 않은 일상이지만 고생하는 자신을 배려해 자신에게 와서 고생만 많이 한다며 미안해 하며 천사의 말을 하는 남편을 보며 결혼식 때 평생 함께 할 것을 다짐했던 부부의 서약을 떠올리며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다지는 저자는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의 장을 떠올린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임을, 오직 사랑만이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 줄 수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건 물질이 아닌 바로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천사의 역할을 해 줄 때, 사랑과 배려를 해 줄 때 우리는 감사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배운다. 나는 언제쯤 작가처럼 이 모든 게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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