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듣던 밤 - 너의 이야기에 기대어 잠들다
허윤희 지음 / 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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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등을 들으며 엽서로 사연을 보내고 자신의 사연이 읽어주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간혹 내 사연이 당첨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기뻐 날뛰던 그 때의 추억이 있었다.

예전엔 엽서로 사연을 보냈다면 이제는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사연을 볼 수 있고 듣기만 하는 라디오 청취를 떠나 보이는 라디오로 라디오 방송 현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함께 듣던 밤> 은 하루에도 수백통의 사연들이 모이고 만나는 곳, 그 곳에서 12년 가까이 한 프로그램을 지키는 심야 DJ, 허윤희씨가 CBS 라디오 [꿈과 음악 사이에]를 진행하면서 받은 사연들과 함께 기록한 에세이다.




책에 실린 수많은 사연 들은 사랑고백도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아픔을 호소하는 사연들 또한 많다.

남들에게 터놓지 못한 비밀을 허윤희 DJ에게 고백하는 순간 그 '비밀'의 무게를 짊어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수 밖에 없던 사연의 주인공의 아픔을 함께 나눈다.


각각의 사연에 저자의 생각이 담긴 글이라서인지 저자의 옛 추억을 엿볼 수 있다.

힘든 육아로 고민을 직장 동료에게 털어놓았지만 위로가 아닌 별 거 아닌 상대방의 태도에 상처 받은 사연에 저자는 자신의 힘든 시절, 쿠바출신 미국 펜팔 친구로부터 위로 받은 경험을 이야기해준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을 때가 많다. 다만 누군가의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었을 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야기하는 이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저자는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저자는 방송을 하면서 답보다는 내가 들어줄게요.라며 손을 내민다.



사회 초년생에게는 자신이 처음 라디오 DJ로 입문했을 때 DJ교체로 인해 악플이 쌓여 힘들었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풋풋했던 사랑과 결혼했지만 10년이 지난 후 아이들 이야기 외 밋밋해져버린 부부 관계로 힘들어하는 사연에는 사랑은 노력 없이는 피울 수 없는 꽃이라는 위로를 해 준다.



저자의 글과 사연 속에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사연을 대하는 지 마음이 느껴진다.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소중함을 알게 되고 각 사연에 답보다는 위로와 공감이 되어 주고자 한다.


힘들게 버텨 온 시간들,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것은 없음을 인정하고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저자는 자신의 역할이 그 사연들과 함께 길을 걸어간다.

"내가 여기 있어요.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게요." 라고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라디오방송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자신이 방송에서 미처 나누지 못했던 사연들과

말하지 못했던 위로들.. 그 사연들 중 나와 비슷한 사연도 있어 내 자신도 위로 받을 수 있었다.

밤 10부터 12시까지 그 짧은 두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DJ.

문득 이 책이 허윤희 저자의 음성으로 된 오디오북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이 라디오 방송처럼 조용히 사연과 글을 읽노라면 최상의 조합이 아닐까?

이 바람이 부디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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