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왔구나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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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까지 부모의 도움은 내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부모님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고 내가 도움이 필요해 SOS를 요청하면 언제나 Yes맨으로 우리 곁에 올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결혼 후 친정 엄마의 병진단 및 어머님의 입원, 아빠의 눈에 띄는 흰머리들을 볼 때면 어느새 내 마음에 묵직한 돌멩이가 내 가슴에 안기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결국 왔구나#카모메식당 [카모메 식당]의 작가 무레 요코#무레요코의 여덟 편의 #대공감 단편소설집이다. 이 여덟 편의 단편들은 부모 또는 친척의 치매와 노환으로 병든 부모들을 돌보면서 살아가는 자식들의 일상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아버지의 임종 후 마음에 맞는 남자를 만나 자식 곁을 훌쩍 떠난 후 치매에 걸려 다시 돌아온 어머니, 전직 교사이자 정정하셨던 시아버님께 들이닥친 치매, 남편과의 이별 후 아들과 자신의 다리 역할을 하던 엄마의 치매 등 주인공들의 잔잔한 일상에 들이닥친 부모의 병환에 인물들은 각각 여러가지 모습을 보인다. 당혹스러움, 현실 부정, 좌절, 갈등,불안 등.. 치료책도 없이 더 악화되기만 할 뿐인 이 질환에 누가 과연 태연할 수 있을까?



<아버님, 뭐 찾으세요?>의 마리의 남편이 자기 친아버님인데도 불구하고 자꾸 현실을 부정하려고 하며 책임을 아내 마리에게 떠 넘기고 <아버지, 왜 왔다갔다해요?>의 아키와 나쓰키 자매가 아버지의 병원행을 차일피일 미루며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들이 답답하고 화가 나기 보다는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는 건 이 막막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침착한 사람일지라도 이 상황에서까지 침착하게 대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여덟 편의 단편 중 가장 공감이 된 이야기는 <형, 뭐가 잘났는데?>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큰형님이 갑자기 동생들을 불러 모으며 어머님을 돌보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벌어지는 형제들의 이야기다 큰형님 덕분에 각자 모두 자신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킬 수 있었지만 갑작스런 형님의 선언은 그들에게 폭탄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서로 어머님 모시기를 거부하며 이유를 대는 형제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나는 모실 수 있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어머님도 중요하지만 애들을 우선으로 하고 싶다는 하소연도, 자식이 없어도 서로의 직장 생활을 해야 하기에 어렵다는 유키와 남편의 하소연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일상을 지키고 싶은 그들을 나는 비난 할 수 없었다. 친부모님을 둔 딸의 입장에서, 또는 며느리의 입장에서, 두 아이의 엄마의 입장에서 나는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었을까?




등장인물들 중 마리의 남편이나 아키와 나쓰키 자매처럼 쉽게 인정하지 않는 모습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하나씩 현실을 인정해가며 방안을 찾아 나간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개호 인정 접수를 하고 케어매니저 서비스를 신청하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간다. 부모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조절해 가며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자식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정부의 공익 광고인 [치매, 국가 책임제]의 한 카피 문구가 떠 올랐다.



"나는 엄마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도움을 받기만 하던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의 부모가 되어야 하는 이 현실 속에 인물들은 인생이 결코 자신의 뜻대로만 되어가지 않는 것을 체감하고 부모님의 증세가 심해져도 그들은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현실이 버겁고 힘들지만 삶은 계속되고 살아가야 한다.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결국 오고야 마는 부모의 노년.

그 현실 속에서 과연 나는 어떤 자세를 보이게 될까 많은 질문을 하며 읽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이 현실 속에 담담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그래도 삶은 이어짐을 생각하며 공감을 받는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결과든 그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 시아버지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니까.

<아버님, 뭐 찾으세요? 중 53p>



사치는 엄마의 말에 맞장구치면서, 인생이란 자신의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절실하게 느꼈다.

<엄마, 돌아왔어? 중 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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