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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윈터 에디션)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알기 전까지 나는 만화 <보노보노>를 알지 못했다. 그저 흔한 일본 만화겠거니라고 생각했고 에세이스트 김신회 작가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도 눈여겨 보지 않았었다.
그렇게 나의 무관심 속에 잊혀져 갈 무렵 동생의 강한 추천을 받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운 좋게도 예쁜 윈터 에디션 디자인의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처럼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저자 김신회씨가 만화 [보노보노]에서 위로받았던 문장들을 중심으로 써내려간 에세이다.
나처럼
보노보노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을
위해 그리고 이
에세이의 내용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뒷면에 자세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있어
보노보노를 몰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소심한 보노보노, 무덤덤한
보노보노의 아빠, 지루한
걸 못 견디는
너부리 등.. 단순해
보이는 만화에서 저자가
공감하고 위로받은 문장이
무엇일까 매우 궁금했다.
누군가를 돕는 건 엄청 부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가 하는 일 중에 가장 부자연스러워.
그 부자연스러운 짓을
부모가 되면 평생 해야만 하는 거야.
내가 엄마가 되고 가장 힘들었던 건 나 위주의 삶에서 아이의 삶 위주로 나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배고픈지 아픈 데는 없는지 모든 걸 세세하게 챙겨주고 돌봐주는 일..
엄마가 된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내려놓고 아이를 위한, 남을 위한 삶으로 바뀌게 되는 전환점이였다.
그리고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을 보노보노에서는 남을 돕는 부자연스러운 짓을 평생 해야만 하는 길로 표현을 했다. 맞다. 아이를 돕는 일, 가장 부자연스럽다. 모든 인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중심적이니까. 그런 삶을 벗어나 평생 부자연스러운 짓을 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부모의 길이였다.
이만큼 부모에 대해 잘 표현한 문장이 있을까? 만약 내가 부모가 아니였다면 결코 이 문장에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난 나야. 지금 이대로의 내가 좋다고.
너는 지금 네 자신에게 불만이 있는 거야. 맞지?
그러니까 뭐가 되고 싶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거라고.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홰내기에게 너부리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좋다고 말한다. 가수의 꿈에 부풀어 있는 홰내기는 너부리의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꿈이 없다는 건 왠지 삶을 포기한 것처럼 느껴지거나 패배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꿈이 있으면 멋져 보였고 나이가 들어도 오랜 내 꿈을 포기하지 못해 끙끙거렸다. 그 꿈이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저자가 [보노보노]에서 공감한 문장은 꿈이 없는 자신의 모습도 수용하고 껴안는 삶이었다. 어른이 되는 건 포기도 알아가고 꿈이 없는 상태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꿈이 없다고 해서 결코 초라하지 않다고 말한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서 저자가 공감하고 위로받는 건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늘 재미를 추구하는 너부리나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너부리 등 평범한 걸 질색하고 특별함을 추구하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등을 긁어주는 행위만으로도 재미를 찾고 평범함을 기뻐하며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라는 걸 아는 야옹이형이나 보노보노의 아빠를 보며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현실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며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보노보노]를 좋아하게 될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수록된 보노보노의 문장으로 내 자신이 위로받고 있음을 느꼈다.
이렇게 평범한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음을 알려줘서 고맙다.
내가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