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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피프티 피플>을 읽은 뒤로 내가 애정하는 작가 목록에 정세랑 작가가 추가되었다.
50명의 인물이 주인공이 되고 다른 인물들의 주변인물이 되는 촘촘한 이야기 구성으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하며 감탄하였던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 정세랑 작가의 단편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가 출간되었고 감사하게도
사전서평단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옥상에서 만나요』와 『이혼 세일』 중 내가 읽은 작품은 『이혼일기』다.
『이혼 세일』은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한 이재가 이혼을 하게 되며 자신의 물품을 처분하기 위해 판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재의 이혼 소식은 친구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경윤은 자신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이재의
요리 솜씨를 부러워하고 민희는 이재의 패션 감각과 이재만의 분위기를 부러워하며 아이 둘을 키우며 매일 힘겨운 육아와의 전쟁을 치르는 지원은 아이가
없이 자유롭게 지내는 이재가 부럽기만 한다.
모두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였던 이재의 이혼 소식과 이혼 세일을 접한 친구들의 반응과 이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짧은 단편 속에서 저자는 우리가 한 사람의 인생의 단편만으로 쉽게 예단하고 말하는 지 보여준다.
친구들은 학창 시절을 지나 꽤 오랜 시간 걸어온 친구이기에 이재를 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한 그들은 이재에게 쉽게 말을 건넨다.
"나 사는 꼴 보니 낳기 싫어졌니?"
"그래서 그렇게 상큼하게 이혼할 수 있었구나?"
"여자한테 일이 최고다, 돈이 최고다, 그치?"
친한 사이일수록 우리는 "넌 내 손바닥 안에 있어." "내가 너를 모르냐?" 등등 서로를
잘 안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한 이불을 덮는 부부일지라도, 오랜
시간 함께 한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그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다 알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세월 속에서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한다. 그리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결론짓곤 한다.
『이혼 세일』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 경험이 떠올랐다. 6년 넘게 지낸 회사 동료 및 상사들의
나를 향한 거침없는 입담, 나를 다 안다고 자부하는 남편의 말 등등...
모두 나의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쉽게 판단하고 말한다. 그리고 그건 상처가 되기도 하고
마음의 문을 닫게도 한다.
이재의 새로운 출발에서 친구들은 이재의 앞날을 응원해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건 그저 그 사람의 인생을 지켜봐주며 응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위로랍시고, 충고랍시고 그 사람을 위한답시고 건네는 말보다 우리에겐 그냥 바라만 봐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바라만 봐 주는 것.
친구 경윤이 떠나는 이재에게 남긴 한 마디
"완성된 뇌가 내린 판단을 믿어. 믿고 가."
우리는 서로를 전부 다 알 수 없다. 100% 아는 사이는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믿어주고 지켜봐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