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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가만히 쉬는 걸 유난히 못 견뎌하는 사람이 있다. 뭐라도 해야 하고 쉬고 있으면 안절부절하며 뭔가 할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를 헤멘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로 유명한 저자 김신회씨 또한 휴식보다는 끊임없이 일을 해야만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뜻밖에 생긴 손가락 염증으로 인해 강제로 무기한 휴가를 받게 된 저자가 쉼에 자신을 적응시켜나가며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에 대하여 쓴 에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키워드는 바로 놓아줌이었다.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내왔던 나를 놓아주고
떠나간 인연 (애인이 아닌 친한 지인)에 대한 미련으로부터 놓아줌
그리고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놓아줌.
자신을 얽매고 있던 것들로부터 하나씩 떠나보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저자는 찬찬히 설명해 나간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를 읽으며 내가 얼마나 많은 것에 얽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갑자기 연락을 두절해 버린 친구와의 인연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내게 지나간 인연 또한 받아들어야 함을 설득시키고 피부의 노화 또한 억지로 붙잡기보다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저자는 결국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었다고 말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지나간 인연보다는 현재의 인연에 집중하며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한다.
타인 위주의 관점을 나 자신의 관점으로 돌리고 내 감정, 기분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으며 저자는 자신을 인정할 수 있었다. 남들은 마흔하나에 미혼이라고 하면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지만 자신은 결코 불쌍한 사람이 아니며 충분히 잘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저자에게 엄지 척을 주고 싶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삶이 있고 나에게는 나만의 삶이 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
각자 자기의 인생을 사는 데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그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나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관대할 수 있다.
나를 의심하는 사람은, 타인 역시 믿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나부터 사랑하고 아낄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나 자신에게 가장 인색한 삶을 살아왔다. 특히 한국 사회는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타인에게 나를 맞추기를 강요하는 경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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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저자처럼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끝부분 저자의 후기에 이 책이 나오기까지 날이 서 있고 방어적인 자신의 글의 초고를 고백한 부분에서는 놀랍기까지 했다.
이 따뜻한 글이 나오기까지 저자가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여정이 그리 만만하지 않았음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더욱 자기애로 충만해진 저자의 다음 에세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