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
장준혁 지음 / 북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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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나는 주로 식당에 혼자 가곤 했다. 혼자라는 것이 창피해서  뷔페나 고기집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김밥 천국과 같은 분식집에서 식사를 하곤 했다
혼자였기에 항상 주인이 먼저 일행을 묻기 전에 ,선수를 쳐서 혼자라고 수줍게 말하고 얼른 구석진 자리에 앉곤 했다
지금이야 혼술, 혼밥이 유행이고 편의점에 혼밥족을 겨냥한 여러 메뉴가 있었지만 나 때만 해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시절이 불과 몇 년 전이었다

장준혁 작가의 <늦은 점심>은 혼밥을 하는 준민과 예나가 만나 함께 늦은 점심을 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로맨스 소설이다
여행사를 그만둔 후 사업이 망하고 개인 식당을 위해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준민은 오후 늦게 출근하여 새벽에 퇴근한다
다른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집에 들어가는 그의 점심 시간은 항상 바쁜 점심 시간을 피한 2시가 지나서야 시작된다
혼자인 게 신경 쓰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늦은 점심을 먹는 준민은 식당에서 자신과 같이 자주 늦은 점심을 먹는 여인, 초등학교 동창 예나를 만나게 된다

오랜 외로움에 중독되어 있는 듯한 준민과 예나는 매주 목요일 2시 늦은 점심을 함께 하며 그들의 삶에 설레임이 찾아온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감정이여서일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애를 태우며 조금씩 다가가는 그들의 모습은 때론 답답하게 읽는 나의 마음의 애간장을 타게 만든다. 동네 식당에서, 서울 근교에서 맛집 투어를 다니며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서로의 추억과 아픔을 나누며  서로의 소중한 일부분이 되어 간다

<늦은 점심>의 대부분은 두 사람이 점심을 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각 음식 속에 담겨 있는 그들의 추억, 인생 이야기 등등 그리고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천천히 보여 준다
오랜 솔로 생활 때문일까? 여자의 마음을 잘 포착하지 못하는 준민과 그런 준민에게 섭섭함을 느끼는 예나를 보며 예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등의 내용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여자들이 가장 지루해 한다는 군대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준민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이건 아니야! 하고 외치게 된다

준민과 예나, 두 사람의 사랑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말하고 싶다

준민도 예나도 서로에 대한 마음은 아직도 진행형이기 때문이다샹송 'Parlez-moi de lui'란 곡처럼 서로가 아직 생각한다면 그 사랑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 책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내용의 대부분이 두 사람의 사랑보다는 주로 준민과 예나의 옛 이야기에 상당한 부분을 할애한다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풍부하게 키워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두 사람의 추억에 담긴 대화가 읽는 이에게도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거나 서로의 사랑에 대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소설 속에서는 사랑 따로 추억 따로 어울러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만약 대화의 내용을 좀 더 조절하였다면 충분히 맛있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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