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 딸에서 어른이 되기까지, 82년생 보통 엄마의 기록
이현미 지음, 김시은 그림 / 부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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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일생 중에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단연 출산이 가장 큰 변화이다
부모의 그늘 아래 자라다가 한 아이의 모든 것을 돌보고 책임져야 하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실상 부모가 되지 않고는 전혀 느껴볼 수 없는 경이로운 경험이자 무한 책임의 길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은 엄마이자 기자이기도 한 이현미씨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기까지의 일들을 겪으며 느낀 것들을 기록한 에세이다
1. 엄마, 2. , 3. 아이, 4. 고양이, 5. 남자, 6. 세상 등의 여섯 챕터로 나뉘어진 이 책은 단순한 육아 에세이가 아닌 엄마면서 기자이기도 한 저자의 눈으로 바라 본 현 사회의 모습 또한 함께 담아내고 있다
 
챕터 1. 엄마에서는 저자가 결혼을 했지만 임신에 대해 부정적이였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모성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여자들을 옥죄이게 하고 수많은 엄마들을 죄인으로 만드는지에 대해 저자의 글은 같은 엄마인 나에게 깊은 공감을 주어지게 한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모성의 위대함아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헌신할 것을 요구하며 엄마의 욕구와 감정은 무시당하는 현실 등열 달이나 배 속에 품고 있고 준비를 했지만 막상 아이가 태어나면 생명의 환희도 잠시 무거운 책임감과 낯설음에 당황하게 된다하지만 엄마니까 모성의 힘으로 한 번에 모든 걸 잘 해낼 것을 요구받는 모성 컴플렉스로 고통받는 것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말해준다
때때로 주변의 누군가에게 육아의 고통을 말하게 되면 돌아오는 대답은 "그래도 낳았으니 키워야지 어떻게 해!" 한 마디 뿐이었다어른들은 "우리들은 다 그러고도 키웠다."라며 우리의 고충을 단 한마디로 일축시켰고 고생하는 건 당연하다는 반응 뿐이었다그러한 반응이 엄마들을 얼마나 고립시키고 외롭게 하는지 어른들은 알까
 
챕터 2에서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말한다아버지의 슬픈 가정사와 비디오 가게집 딸내미로서의 추억아버지의 폭언에 시달리던 엄마 이야기대학을 다니면서 겪게 된 문화자본의 차이 등등.. 아이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 저자의 옛 이야기는 나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아서일까 그 당시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에서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은 육아에 관한 부분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급격히 달라진 변화활발하게 바깥 활동을 하다가 아이와 함께 우왕좌왕하며 힘든 하루를 보내며 남편의 퇴근만을 기다리고 있는 일상자신의 세계가 좁아졌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된다
남편의 퇴근이 늦어지게 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극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는 초보 엄마의 시간은 매우 느리게 간다. 3개월의 출산 휴가 끝에 회사로 복귀했을 때의 나의 기분은 심한 비유를 하자면 식민지 치하에 시달리다가 광복을 맞이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엄마의 마음은 엄마가 안다고 저자의 글 곳곳에는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되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은 기자의 눈으로 바라 본 아동학대아이들을 기피하는 노키즈존 등등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선에 대해서도 집중한다단지 가해자의 체벌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 당사자들을 찾아가 교육하고 도와주며 예방하는 방법이 더욱 중요함을 설명하는 글을 읽으며 근절되지 않는 아동 학대의 뿌리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설명해 준다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에 대해 정부는 출산율 향상을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제시한다육아휴직산부인과 병원비 일부 지원무상 보육 등 많은 대안을 제시하지만 출산율은 매년 최저율을 갱신하고 있다그 이유는 무엇일까바로 육아를 부모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이 사회의 왜곡된 시선이 크게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출산하기 전까지는 모두의 보살핌을 받지만 출산 후에는 부모가 알아서 키우라는 부모 무한 책임제가 육아의 당사자를 더욱 무겁게 하고 힘들게 한다
엄마들이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되는 것도아픈 아이의 병원비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보리고 이 땅의 부모들을 외톨이로 만들게 한다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동생이 내게 한 말이 있다.

"낳기 전에는 뭐든 다 지원해 주지하지만 낳은 후에는 지원이 뚝 끊겨나라가 출산율 높이기 위해서는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지원을 더 많이 해 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정 반대로 하고 있어."
 
나는 이 말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사회가 함께 키워주는 사회태어난 아이들에 대해 함께 키워주며 우리 모두의 아이라고 생각하며 너그러운 눈으로 아이들을 보아주는 사회.. 
엄마가 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일들이였다엄마의 마음으로 쓴 책이고 워킹맘이라서 그런지 매우 공감이 되는 글이 많아서 좋았다

엄마들에게는 이 책이 많은 공감을 주겠지만 이 나라의 정책 집행자지자체 또는 정부 관리자들 또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그들에게 기존까지의 접근법이 아닌 현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 책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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