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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서유미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작가들 중 현 사회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잘 표현해 내는 작가들이 있다.
만약 내게 그 중 몇을 꼽으라면 《바깥은 여름》, 《비행운》 등을 쓴
김애란 작가와 이 책 『쿨하게 한걸음』, 본 책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의 작가 서유미를 꼽을 것이다.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는 서유미 작가의 7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 하루를
담담하게 그려나간 소설이다.
첫 번째
단편 <에트로>에서 주인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동생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20대 젋은이로 방세를 달라는 주인의 요구를 받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취업을 해야겠지만 당장 취업은 힘들고 빵집에서 열심히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지만 모이는 돈은 없고 고된 노동
끝에 몰려오는 피곤에 취업 준비보다는 잠이 필요한 고된 인생이다. 열심히 산다고 하는 것 같은데 막상
돌아보면 이루어 놓은 게 없는 것 같은 희망도 저당잡힌 슬픈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개의 나날>은 흔히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이 엄마의 전 남자친구이자 자신에게 유일하게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남자 장영준의 부고를 받게 되며 그와의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혼 후 돈 많은 남자를 만나는 것이 목표인 엄마의 욕심 아래 엄마의 많은
남자를 만나게 되지만 그 중 자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던 장영준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나는 그의 부재를 식욕으로
해결한다. 외로울수록, 그리울수록 먹기에 바빴던 그의 모습은
마음의 부재를 술과 쾌락, 또는 다른 것으로 채우려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힘들게 회사에 평일 휴가를 받지만 근사한 나들이는커녕 서로 스마트폰을 하며 각자 할 일을 하는 맞벌이 부부의 휴가를 그린 <휴가>는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 프로그램과 대조되며 현실과 가상이 얼마나 다른지 극명하게 대조해 준다.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그들에게는 하루 하루가 이벤트며 달콤하지만 매일 바쁜 일상에 치이는 우리들에게는 늦잠 자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휴가임을 말하는 이야기를 잘 포착해 그려내고 있다.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 같은 이 느낌은 결코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이 외에도 여행 중 실종된 남편의 동료들을 통해 알게 되는 회사에서의 남편의 모습을 그린 <뒷모습의 발견>과 죽음마저 상품이 되어 버린 현실을 꼬집는 <이후의 삶>등은 우리에게 쓴웃음을 짓게 한다.
7편의 단편집 중의 어느 누구 극적으로 변화하거나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또 다시 살아갈 뿐이다. <에트로>의 나는 또 다시 집을 알아보러 올 것이고 <개의 나날>에서의 나는 여전히 허기지고 개와 같은 나날을 하루 아침에 접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휴가는 끝이 났고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뒷모습의 발견>에서의 아내는 여전히 남편을 찾으며 자신이 몰랐던 남편의 일상을 발견해 나갈 것이다.
어느 하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우리 모두가 하루와 헤어지고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작가 또한 모든 등장인물의 이야기의 끝을 현재 진행형으로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틱하지도 절망적이지도 않은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이 그러하듯이..
7편의 모든 이야기들이 웃픈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담담하면서도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필력이 놀랍다. 저자의 글을 읽다가도 이렇게 정확하게 우리들의 일상을 그려나가는 관찰력에 또 한번 작가에게 반하게 된다.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들이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가 없다. 모든 이야기들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고 그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서유미 작가와 같이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을 잘 그려내는 작가들이 더욱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을 통해 우리들의 이야기를 더욱 많이 읽고 공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