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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며느리 되기
도규 지음 / 로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크게 기대를 안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도규 작가님의 전작 역사로맨스소설 '코흘리개 신부'를 재밌게 읽어서 소장중인데('잠룡'도 구매했는데 이건 아직 못 읽어봤다), 이후의 현대로맨스소설 '저놈은 무슨 괴물이냐'를 읽어봤을 때 성인인 주인공들의 정신연령이 중고딩에서 멈춰버린 느낌이라 넘 유치하고 재미가 없어서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작가님 소설에 대한 관심이 많이 깎였었는데, 이번에 '종갓집 며느리 되기'를 재밌게 읽어서 작가님 소설에 대한 신뢰도가 다시금 솟아났다.
'종갓집 며느리 되기' 이 소설의 간단한 줄거리는, 사채업으로 크게 돈을 번 천대부라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손녀 천향기가 남주 황윤도를 짝사랑해 상사병에 걸려 몸져 눕자, 손녀의 상사병을 고쳐주기 위해 여주 향기와 남주 윤도를 엮어주고자 계략을 꾸미는 것으로 시작된다. 초반에 천대부 할아버지가 향기가 윤도를 짝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뭐 이런 놈을 좋아하냐고 남주 윤도 흉을 보는데 구수한 욕들과 대사에서 해학적인 코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천대부는 장평리 시골마을의 상가를 사들여서 갑자기 세입자들에게 세를 올려주지 않으면 나가라고 통보를 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마을에서 신임받는 종갓집의 장손 윤도가 천대부의 집을 찾아오게 된다. 천대부는 세를 올리는 것을 유보하는 대신 한의사인 윤도가 자신의 집에 와서 자신과 손녀 향기를 진료해달라고 한다. 그러다가 남주 윤도의 약혼녀가 곧 한국에 다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천대부는 더 강력한 계략으로 둘을 묶으려고 하고 결국에 둘은 결혼을 약속하게 되는데... 윤도의 집안에서는 향기를 반대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려는 향기의 기특한 노력이 시작된다.
읽으면서 슬픔에 울컥하게 만들어주는 로맨스소설을 좋아하고 그런 소설을 읽으면 거의 다 소장하고 있는데, 이 소설도 초반에 향기가 윤도를 만나서 어릴 때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뭉클했고 향기의 외로움에 공감이 되어 마음이 아팠다.
윤도의 어머니가 둘의 결혼을 반대하기 때문에 향기를 은연중에 구박하지만 향기는 포기하지 않고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예쁜 말과 행동으로 노력하는데 이 모습이 대견했다. 나는 슬기롭고 선한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딱 내 취향의 캐릭터였다. 부잣집에서 자라 금전감각도 없고 세상물정 모르기는 하지만 심성이 곱고 착한 향기 캐릭터도 매력적이었고, 예전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왔지만 지켜야 할 상대인 향기가 생기니 향기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남주 윤도 캐릭터도 듬직하고 매력적이었다.
고독하게 자라와 아픔에도 무감각해진 두 남녀주인공이 만나서 사랑을 느끼고 행복한 삶으로 변화해가는 남녀주인공의 모습에 찡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계략을 꾸미는 천대부와 부하들을 중심으로 하는 코믹함과,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는 애틋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소설에 유일하게 단점이 있다면 소설 내에서 작가님의 실수라고 생각되는 맞춤법 실수가 자주 보였다는 것이다. 이름을 바꾼다는 '개명'이 '계명'으로 나오고, 물건 사는 '가게'를 '가계'로 쓴다든가,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못한다든가... ㅠ.ㅠ 이외에도 오타가 몇몇 있다. 편집에서도 걸러내지 못하다니 얼마 전에 읽은 다른 책도 편집이 허술하더니만, 동아출판사 편집부 진짜 일 제대로 안하는듯. ㅠ.ㅠ (출판사는 로담이라고 되어있지만 책 맨뒤를 보면 원고 투고하라고 동아미디어 광고가 들어있다. 같은 계열사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