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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의 침실에 초대받다 세트 - 전2권
유예온 지음 / 르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그러니까,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참 엿 같아졌다고 윤소녀는 생각했다.
모든 것은 친구 년이 발명했다는 이상한 기계 때문이었다."
'맹수의 침실에 초대받다' 이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카카오페이지 어플 '기다리면 무료' 코너에서다. 1회를 봤다가 맨 처음에 바로 나오는 이 두 문장을 읽자마자 여주 성격이 내 취향에는 안 맞는 것 같아서 제쳐뒀었다. 나는 여주 성격이나 행동이 선량하고 조신한 캐릭터를 좋아하고 이렇게 입이 거칠고 껄렁껄렁한 스타일의 여주는 싫어한다. 그래서 1회 이후로는 더 읽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대여점에 갔더니 이 책이 신간으로 들어와있었고 맨앞의 작가소개를 보니, 작가님의 수상경력이 나열되어 있어서 작가님 글 솜씨가 뛰어난가, 조금만 더 읽어볼까...? 라는 궁금증에 한번 빌려와봤다. 그런데 역시 여주 성격이 마음에 안 드니 무슨 내용이 나와도 재미가 없어서 1권 150쪽 정도 읽다가 후반부는 대사만 대충 읽고 2권은 안 읽었다. (작가님의 수상 경력에 낚였다는 생각만 든다 -0-;;)
여주 윤소녀는 천재 과학자인 친구 연소담이 만든 기계로 인해, 며칠 전 읽은 로맨스소설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차원이동 판타지로맨스소설은 정말 좋아하지만, 실제 다른 세계로 가는 설정을 좋아하지 이렇게 허구의 책 속 세계로 들어가는 설정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허구이니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허무하다고나 할까?
더구나 여주는 원래도 무심한 성격인데 남주가 자신의 생각 속에서 존재하는 허구의 존재라는 생각에 남주에게 더욱 진실성 없이 건성으로 막 대하는데 그런 여주의 태도는 정말 호감이 가지 않았다. 초반에 만났을 때 남주가 자신을 죽이려고 해도 "죽이든지 말든지" 식의 태도라든가, 만난지 얼마 안되서 남주가 덥칠 때도 "하려면 내일 하자. 나 피곤해"라며 거부가 아니라 할테면 내일 하자고 넘긴다든가, 남주가 자신과 관계를 가지려다가 도중에 나가버리자 "진(남주) 정도의 외모에 몸매, 정력까지 갖춘 남자를 찾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찾으면 없진 않을 거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다른 남자를 꼬시는 쪽으로 하자. 아니면 돌아갈 때까지 안 하면 되고." 라고 생각한다... 여주는 사이버 섹스는 몇번 해봤지만 실제로는 처녀라서 남주의 정복 욕구를 만족시켜준다는 설정도 어이없지만, 여주는 처녀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면서 남주가 요구한다고 아무 생각 없이 그에게 몸을 맡기고 남주가 아니면 다른 섹스 파트너를 구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여주에 대한 환상이 확 깨지면서 비호감 캐릭터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제국의 황제라는 남주 캐릭터도 무매력 캐릭터인지라 여주만 보면 덮치려고 하고, 나쁜 의미로 책 제목 그대로 발정난 '맹수'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19금 씬은 왜 이리 자주 나오는지 30~50쪽마다 번번이 나온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씬은 아예 안 나오는만 못한 것 같다.
정리하면, 내가 이 소설이 재미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여주의 껄렁껄렁한 성격이 마음에 안 들어서였기 때문에 이런 여주의 성격에도 개의치 않거나 오히려 좋아하는 분들은 좀 더 흥미를 갖고 읽으실 것 같은 소설이다. (나는 얼마 전에 읽은 '태양을 삼킨 꽃'의 여주처럼 시니컬한 성격은 좋아하지만 '맹수의 침실에 초대받다' 이 소설처럼 시니컬을 넘어서 불량하고 껄렁껄렁한 성격의 여주는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