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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자,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백단 지음 / 르네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평점 7점.
제목이랑 작가님 필명?만 봤을 때는 "웬 인소냐..." 싶어서 그다지 기대가 안 갔던 책. 더군다나 책소개를 보니 내가 꺼려하는 남장여자 소재 (내용이 비슷한 남장여자 소설을 하도 많이 읽었더니 이제 웬만큼 작품성 뛰어난 책이 아니면 지겨운 소재가 되었다..) 에 조선시대에 여인에게 차를 접대하는 가게가 나온다는 현실성 없는 설정에,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책이다. 그런데 직접 읽어보니 유치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꽤 마음에 들어서 소장하려고 한다. :)
사실 많이 재밌는 건 아니라서 두권짜리 책이었다면 안 샀을 것 같기도 한데 한권이고 가격도 만원이라서 구입하려 한다. 1년반 전에
불유체님의 '열혈왕후'를 구입하고 나서는 소장하고 싶은 역사로맨스소설이 하나도 없어 그동안 역사물을 모은 게 없어서 이정도의 재미만 줘도
구입하고 싶다. 근래 나온 역사로맨스 중에서는 이것보단 어도담님의 '앵화연담'이나 김윤수님의 '꽃을 들자 미소짓다' 구입을 더 추천하지만, 이
두 책 빼고는 '낭자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랑 서은수님의 '공주, 선비를 탐하다' 정도가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역사물이었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오라버니와 둘이서 사는 여주 서림은, 오라버니의 결혼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해 남장을 하고 청나라로 떠나려 한다.
그런 여주를 오라버니의 친구 휘민이 잡고, 휘민은 여주를 데리고 가 남주 이윤도의 가게에 취직을 시켜준다. 남주 해원군 이윤도는 종친이고
꽃선비들이 여인에게 차를 대접하는 가게인 홍화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여주는 남장을 하고 홍화당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일반적인 남장여주
소설들과 달리, 휘민이 처음부터 남주에게 서림이 여자라고 말하기 때문에 남주는 서림의 정체를 알고 있다. 그러나 서림은 남주가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여주의 노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개인적으로 이 설정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남주가 여주가 남자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동성애 취향에 괴로워하다가 어느날 그녀가 여자라는 걸 알게 되는 설정은 이제 너무
질려버려서...ㅜㅜ)
남장여주 설정 소설에서 나올법한 흔한 전개와 구성이 나오지 않아서 좋았던 책이다. 그 외의 에피소드도 다채롭고 신선하다. 뻔한 내용을
피하려는 작가님의 노력이 보였다. 역모와 같은 굴곡있는 사건은 없지만, 위기를 지혜롭게 대처하는 여주의 재치가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초반에 여주가 혼자 남주에게 너무 쉽게 두근거려 약간 깨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건 초반만 잠깐 그랬고, 두 주인공의 연모의
감정은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천천히, 설레이게 진전되기 때문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꽃선비들이 여인에게 차를 접대하는 가게인 홍화당이, 책을 읽기 전에는 조선시대판 호스트바인가 싶어서 거부감이 들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설립된 배경에 이유가 있긴 하지만) 진짜 건전하게 차만 대접하는 찻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