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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분노하지 않는가 - 2048, 공존을 위한 21세기 인권운동
존 커크 보이드 지음, 최선영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어떤 경험을 겪고 나서 정치적 회의에 빠진 적이 있다. 우리가 어떻게 노력하여도 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싸우고 있지만, 정작 권력이 버티기만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아니한다. 이런 것을 진실이라 믿은 적이 있었다.

 

  요즘 되어 생각이 약간씩 바뀌고 있다. 아무리 수많은 기득권들이 이득을 유지하려 버틴다고 해도, 우리 또한 계속 버티어서 뭔가를 하려고 한다면 어쩔건가? 완전히 한번에 모든 것이 바뀌는 혁명 따위를 기대할 수는 없어도, 약간씩 나아지는 무언가를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온갖 테러와 전쟁 기아가 득실거리지만 불과 몇십년 전과 비교한다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겉으로는 참 많이 나아졌지만 정작 중요한 '속'은 그다지 바뀌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는 국지적인 인권이나 환경 운동으로는 바꿀 수 없는 이 세상을 지배하는 거대한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2048 프로젝트>는 그 거대한 메커니즘에 제약을 '인권'이라는 목적을 통해 제어하려는 시도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꿈꿨지만 모두 함께 꿈꾸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으지는 못했던, 그러한 일이다.

 

  <2048 프로젝트>에서 이루려고 하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누가 테러와 전쟁과 배고픔을 바라겠는가. 우리 삶에서 너무 당연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는 운동이기에, 이 운동은 허구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은 '허구가 아니어야만 한다', 즉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정말 이 책 중간에 나오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을 구하는 구급차보다, 절벽에 울타리를 세우는 것이 낫다'는 일화는 내 평소의 생각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이라 인상깊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울타리를 세우는 것이 너무 무리라면서 굳이 더 많은 비용을 소모하는 구급차를 준비하려고만 한다. 저자가 말하듯 울타리를 세우는 것은 사회주의라 폄하되고 우려되어야 할 것이 아니다. 저자말이 딱 맞다. 국가가 도로를 만든다고, 경찰이 치안을 유지한다고, 보건소가 있다고 해서 사회주의는 결코 아닌 것이다. 2048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도로, 경찰, 보건소 같이 '응당 누려야만 할 것'의 지평을 조금 더 인간적인 범위로 넓히려는 시도일 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권에 관심이 많고, 진로를 인권운동 쪽으로 생각해 본 적도 있어 이 책은 참 많은 영감을 주는 것 같다. 어쩌면 단순한 '선동서'일지도 모르지만, 선동이라고 다 나쁜가. 좋은 게 있고, 그것을 알리고 참여를 북돋는 것은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치부될 것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 인류 전체가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환경에 대한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2048년에 상상할 수 있는 인류의 모습은 우리의 행동 하나로 크게 엇갈릴 지도 모른다. 하나는 그저 인류의 문제에 더 무관심해지기만 해서 더 헤어나올 수 없는 환경오염과 전쟁 기아라는 비극의 쳇바퀴 안에 있는 우리의 모습. 하나는 2048 프로젝트가 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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