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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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
작년 태국에서 읽기 시작한 데미안을 시작으로 헤르만 헤세에 대한 나의 사랑은 시작됐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어렵고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던 그의 책이 이제 와서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성장했다는 걸까? “새는 알에서 깨어난다."라는 말처럼 고민하지 않고 쉽게만 읽으려고 해서 그럴까?
 
내가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내가 앞으로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할지, 소설로써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너에게 옳은 것이, 남에게 옳지 않을 수 있어. A가 맞다고 B가 부정되는 건 아니야. 두 세계에 대한 이해. 머릿속으로 알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선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 우리는 세상을 둘로 쪼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쪼개고 쪼개 쪼개서 전체를 잊어버린다. 그 쪼개진 조각들에만 시야가 가려져 다른 조각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문제가 생긴다. 세상은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것인데, 내가 좋아하는, 끌리는 조각들에만 매몰돼 소외된 조각이 생기는 것이다.

 헤세는 이런 점을 부드러운 글로써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의 글은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어떻게 살았지?”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재미있는 글이 정말 아니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다. 내가 깨닫지 못했던,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나에게 불러일으켜 내가 그것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준다. 새로움이란 이전에 없던 것을 경험하는 것일 수 있지만, 내 주변에 존재했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는 것도 포함된다. 해세는 그런 점에서 나에게 새로운 존재다.

 그래서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그가 쓴 책뿐 아니라 그에 관련된 것들을 따라는 것이 독서 취미가 돼버렸다. 헤세의 고향은 이번 독일 여행 때 갈 예정이다. 이 책 역시 헤세를 알아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의 책은 강남순 교수님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그래서 강남순 교수님께 헤르만 헤세와 교수님의 비슷한 점, 학문적 맥락을 여쭤봤다. 교수님께선 직접적인 영향보단 인간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려고 하는 점이 비슷할 것이라고 대답해주셨다.

 헤르만 헤세의 책들은 정말 깊이감이 있다. 내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뿌리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근원적인 질문이란 것은 금방 나오는 것들이 아니다. 묻고 묻고 또 물어 내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될 때까지 물은 후에 나온 깊은 질문들이다. 그가 이런 깊은 질문을 한 원동력 중 책은 큰 역할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독서 후 나온 깊은 고민들은 그의 새로운 책에 자산이 됐을 것이다.

 역시 그가 영향을 받은 작가, 책은 많았다. 싯다르타르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동양 철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심리학자 칼 융에 대해 깊이 연구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책엔 이런 학문적 토대가 있기에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거라 생각했다. 이 책은 그가 쓴 서평을 모아둔 책이다. 사실 그전까지 읽은 헤세의 책만큼 울림이 있지 않았다. 가장 큰 요인은 그가 서평에 쓴 책들을 내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평을 보면서 이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가볍게 읽어나갔다.

 좋은 책을 쓰기 위해선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후, 헤세를 만난 후부터 언젠가 나도 나의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책을 쓰는 모습을 상상하면 설레기만 하다. 많은 자극을 주는 헤세, 그의 책은 한번 읽는다고 결코 소화되지 않는다. 모든 책이 그러하겠지만 그의 책은 내 인생에서 계속 함께할 책들이 될 것이다.
 

참된 말이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니요,
아름다운 말이 꼭 참된 것은 아니다.
쓸모 있음이 꼭 설득력 있는 것은 아니요,
설득력이 꼭 쓸모 있는 것은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꼭 학식이 있는 것은 아니요,
학식 있는 사람이 꼭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부름받은 사람은 재물을 쌓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소유한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줄수록
더 많은 것을 갖는다.
하늘의 뜻은 해로움 없는 축복이다.
부름받은 사람의 뜻은 싸우지 않고 행함이다.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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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 헌법 묵상, 제1조
이국운 지음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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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해 주권을 행사한다,

우리가 아는 헌법의 조항과 다르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인 것은 자명하다. 우리 현재의 헌법에 따르면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국가의 권력이 나온다. 하지만 위의 내용은 국민에게로부터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리자나 국민 투표라는 수단이 있을 때에만 국민의 권력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주권을 과도하게 축소한 조항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헌법은 우리나라 헌법이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경험했던 헌법, 유신 헌법이다. 유신 헌법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제왕이 되기 위해 국가의 정치적 후퇴를 감행했다. 어떻게 지켜내 온 대한민국인데. 4·19혁명을 통해 민주주의가 도래될 거라 믿었던 사람들의 꿈을 짓밟은 채 다시 한 번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 국가를 조작한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읽기엔 어려웠다. 하나의 조항을 저자의 철학과 함께 설명하는데 이는 내 능력치 밖의 독서였다. 그가 지금까지 애써 얻은 지식과 생각을 내가 만약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라면 이 책은 뻔한 내용이겠지. 모든 걸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생각보단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주목하면 읽었다.

법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학교에서 동아리 연합회장을 맡으면서 학생회칙, 동아리 연합회칙이라는 규칙의 중요성을 느낀다. 학생회, 동아리 연합회는 정치의 일환이다. 이 활동을 해보면서 어떻게 규칙을 이용하냐에 따라 이게 내 정치의 힘이 될 수 있고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학칙에 어긋나지 않게 활동을 하는 게 기본적이지만 학칙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선 그걸 지키기가 힘들다. 또한 학칙을 봤을 때, 그 규칙의 의도가 의문스러운 것들도 있다. 법과 규칙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기에 현 상황과 맞지 않으면 현 상황에 맞게 개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개정은 충분한 논의 후에 이뤄져야 하고 사리사욕에 의한 개정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나라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정권이 바뀐다는 말이 곧 현 상황이 달라졌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 유신 헌법과 같이 대통령 제왕의 사리사욕으로 인해 헌법 개정이 이뤄졌던 것이다. 국가의 주권과 권력은 국민에게 있는데 우리 역사는 이를 반하고 있는 많은 행위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의 일일뿐이고, 이를 반성하고 다시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깨어있으면 된다. 과거의 잘못된 일을 반복하는 것이 잘못이지, 과거에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치 밖이 아니라 안에서 깨어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속한 개인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어느 공동체보다 크다. 하지만 국민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는 환대, 긍정보단 비난, 부정적인 경향이 많다. 왜 그럴까? 개인이 속한 공동체라면, 주권이 개인에게 있는 공동체라면 그것은 그 구성원을 위해 작동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과연 구성원들을 위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우리의 공동체인 대한민국을 비난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우리를 구성원으로서, 권력을 지닌 개인으로서 귀중하게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 국민을 위해 공동체가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권력자들을 위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소수의 사리사욕으로 인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를 위해 권력이 행해진다는 것을.

그렇기에 헌법의 주어는 우리 대한민국, 그 안에 속한 구성원인 국민이 될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국회의 모든 야당들이 참석하지 않아 개정은 부결됐다. 부결도 아닌 발의도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정치인들이 헌법 개정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 정치적 뜻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책임을 저버린 이런 행동을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의 국회가 합리적인 논의의 장이기보단, 정치 색깔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같아 아쉽다. 헌법 개정 내용이 대통령으로부터만 나오는 것도 잘못됐지만, 자신들의 뜻과 다르다고 차단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생각에 반하는 행태이다. 우리나라의 국회가 조금 더 성숙해져 정당을 위해서가 아닌, 포퓰리즘을 위해서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돌아갔으면 한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국회가 개조돼 활발한 논의의 장이 됐으면 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의 바람이다.

헌법 텍스트 자체가 어느 시점에서 고착되는 것이 아니다. 제정과 개정이 되며 해석과 교육, 묵상과 실천을 통해 살아 있는 헌법이 되는 것이다.
 
동료 대한국민을 자유의 존재로 인정하는 동시에, 그와의 평등, 즉 자유인의 동등함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며, 더 나아가 그 평등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려는 다짐으로 이해돼야 한다.
 
헌법 개정은 단순한 내용 변경으로서의 개정이 아니라 바꾸어 바르게 하는 개정이다. 헌법 1조의 개정에 관해서 이 말의 의미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이 무거움을 온몸으로 인식하면서, 앞으로의 치열한 논의를 위해 함께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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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5가지 방법 - 정답 없는 문제조차 정답을 제시해야 하는 당신을 위한
조셉 L. 바다라코 지음, 최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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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의사결정의 순간이 많이 찾아온다. 즉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늘 일어난다. 무엇을 먹을지, 무슨 옷을 입을지 와 같은 일상적인 선택에서부터, 무엇을 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등 고도의 사고와 가치판단이 요구되는 선택 등 우리는 다양한 의사결정의 순간 놓여 있다.
가치 판단이 배제된 선택에서도 우린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가치판단이 들어간,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의사결정에선 더욱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사회에 사는 우리가 하는 사회에서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과 생각을 한 후에 결정을 했더라도 의사결정의 문제는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또한 가치가 들어간 의사결정은 그 상황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타인에게 있어선 그것이 옳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최고의 결정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측면에서 더 좋은 대안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이러한 절대적 참, 선이 아닌 상대적인 문제에 대해 의사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 책에서 이를 회색 지대라 부른다. 불확실성과 위험성 모두를 지닌 문제로서, 정답이 없는 영역. 

대학에 들어와서 단체의 대표를 두 번 해봤다. 1학년 때 과대표, 3학년 현재 동아리 연합회장. 대표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의사결정이었다. 대표가 아니었을 때는 의견만 제시하고 대표의 말을 따르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대표가 되면서 의견을 내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그중에서 선택을 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의사결정의 권한을 내가 갖고 있지만, 이 의사결정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이 좋아할 것인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지 가 결정을 해면 구성원이 잘 따라줄까 등의 걱정을 계속하게 된다.
내가 의사결정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최근 동아리 한마당을 준비하면서 하게 됐다. 애초에 주변에서 보듯, 내가 스스로 생각하듯 나 자신은 의견이 강한 사람이다. 좋게 보면 가치관이 뚜렷해 주체적인 판단을 잘한다고 볼 수 있지만, 안 좋게 보면 독단적인 성향이 강하다. 친한 동기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오빤 의견을 물으면서 결국엔 오빠의 의견대로 일을 진행한다? 의견을 물을 이유가 없지 않아?” 그렇다. 나는 의견을 묻는 척을 했던 것이다. 의견을 물어서 그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려고 노력하기보다, 내 의견에 동조해주기를 바랐던 것이고 그것이 아니면 내 의견에 대한 옹호 근거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결국은 내 의견을 상대방에게 관철시켰던 것이다. 나 역시 타인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나 자신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1학년 때 과대표 일을 하면서도 갈등이 많았었는데, 이유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이런 나의 독단적인 성향 때문에 갈등이 발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머리론 내 생각이 최고가 아니란 걸 알지만, 하나에 꽂히면 밀고 나가는 성격을 주체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정말 아쉽기만 하다.


책에선 다섯 가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짐으로써 의사 결정을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다섯 가지 질문을 하나씩 따로 쓰면 판단을 돕는 유용한 도구에 불과하지만, 한꺼번에 사용하면 그 이상이 된다. 또한 이 질문들을 다 같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이 5가지 질문은 항상 같이 작동하며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 질문이 내포한 철학은 추상적 관념도, 강제적 원칙도 다목적 기준도 아니다. 실용적 철학으로서 생각, 태도, 습관이자 행동을 위한 지침이라 할 수 있다.
 

최종 결과는 무엇인가?
나의 핵심 의무는 무엇인가?
현실 세계에서 실효성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세 가지 도구를 같이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각각의 도구를 단독으로 활용하면 부적절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심지어 위험할 수 있다. 이는 망치 하나로 집 수리를 끝내려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최종 결과에만 중점을 두면 다른 사람에 대한 기본 의무를 등한시할 수 있고, 의무에만 초점을 맞추면 더 크고 광범위한 결과를 간과할 수 있다. 한편 현실성만 중요시하면 회의론, 실용성, 현실성과 부정부패한 행동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 요컨대 세 가지 질문을 함께 활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이 질문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보완하며 서로의 결함을 메워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내가 감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개별적인 존재로 자율성과 주체성을 갖고 판단을 한다. 하지만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판단만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며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어느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할 때, 분석적으로 세세하게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전체의 그림을 보는 것 역시 필요하다. 내가 왜 이 의사결정을 하는지, 내가 속한 집단에게 이 의사결정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등의 큰 그림 속에서 의사결정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힘들어하는 회색 지대에서의 의사결정의 문제는 절대악, 절대선이 없이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내 집단, 나 자신에게 좋지만 상대, 다른 집단에겐 안 좋을 수 있다. 내가 좋다고 무조건 다른 사람이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어도 이 사람이 싫어하거나, 이 선택으로 인해 관계가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회색 지대의 의사결정이 힘든 것이다. 또한 앞의 4가지 질문에 대답했음에도 이 문제에 대해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윈윈하는 전략을 찾기 힘들다. 불가능한 일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 우린 정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덜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분명히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부작용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수 있고 없을 수 있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나의 의지가 들어간 일이다. 내 의지가 들어갔다면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질 수도 있어야 한다. 도박처럼, 무책임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책임질 수 있을 수준의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 판단이 100%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라면 추후에 보완이라도 할 수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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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기억 교과서, 유즈클락 기억법 - 한번 읽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법
마크 티글러 지음, 박지현 옮김, 김경섭 감수 / 김영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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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발달되고, 검색이 용이한 시대에 정보를 많이 소유하는 것의 가치는 분명 과거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정보를 많이 소유하는 것을 무가치하다고 볼 수 없고, 오로지 검색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것에 의존해선 안 된다.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정보, 지식을 토대로 검색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검색 대상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안에 있는 정보는 활용할 수 있는 정보, 지식이라기보단 박물관에 전시된 소장품 같은 것이다. 우리가 활용할 수 없고 눈으로만 즐기는. 우리가 그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기억하는 노력이 없으면 그것은 눈에 스쳐 지나가는 전시품에 지나지 않는다. 활용하고 싶어도 손에 없는 전시품과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많은 지식을 축적하기보단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많은 주목을 한다.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기 전에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이용해 새로운 지식을 형성하는, 내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창의력이다

정보를 축적하는 일에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암기를 기피하고 오로지 검색에만 의존하는 것일 수 있다. 어차피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므로 빠른 검색으로 손쉽게 필요할 때마다 정보를 찾으면 되니깐 굳이 체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만약 기억을 더 쉽게 많이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암기에 투자하는 체력과 시간을 줄인다면 검색에만 의존하려는 성향 역시 줄어들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고민에 대해 풀어나간다. 사실 중간고사 공부를 하며 암기에 대해 고민을 하면 선택한 책이다. 분명히 여러 번 봤는데도 머리에 남아있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외워도 외워도 외운 것 같지 않고 시험이 다가올수록 걱정되고. 시험 결과 역시 분명히 외웠던 것인데, 머릿속만 맴돌 뿐 적지도 못한 것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이라면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고질적인 내 공부법, 암기법에 대해 고민을 풀어보기 위해 이 책을 읽어나갔다. 배움의 자세로. 내가 더 놓치고 있는 부분을 살피면서.


우리는 기억, 암기력이 좋고 나쁜 차이 때문에 기억하는 정보량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방법의 차이로 인해 이러한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방법을 달리하면 암기하는 양과 속도는 늘어날 것이다. 이 책을 기억하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1. 빈 공간 채우기
우린 내부, 외부, 콘텐츠 방해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우리의 뇌는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정보의 용량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방해요소들은 정보가 있어야 할 뇌의 용량을 차지해버린다. 우리는 방해요소가 끼어들지 않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때 말을 빠르게 해 청자를 집중하도록 하거나,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글을 이해해나가는 것이다. 또한 일부러 낙서와 같은 무의미한 행동을 추가함으로써 방해요소의 방해를 막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2. 한 번에 한 가지씩
내가 옳다고 여겼던 공부 습관 중 ‘공부 읽기’가 잘못됐다고 말한다. 공부 읽기란 정보를 읽으면서 분석하고 이를 암기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없고 순차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공부 읽기는 서로 다른 일을 단기적으로 여러 번 하는 것이다. 이는 공부의 효율을 낮추는 방법이다. 우선 다 읽고 그 글의 맥락과 전체 주제를 이해한 후에, 분석하는 과정을 분리해서 하다 보면, 정보를 훨씬 더 정확하게 기억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한 번에 한 가지씩 하는 게 좋다. 정보를 습득할 땐 그 일에만 집중하고, 다른 일과 병행하지 않는 게 좋다. 공부할 때 블록 단위로 공부해 그 블록은 완전히 읽은 후 그다음에 읽은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좋다. 이를 암기할 때엔 암기만은 해야 한다. 어떤 것을 외우자마자 다시 읽기 시작하면, 외운 내용을 기억 속에 응고하는 과정이 방해를 받는다. 내가 흔히 하는 실수였던 것이다. 무언가를 배우거나 기억할 때는 뇌에서 새로운 연결 고리가 생성되는데 처음엔 이 고리가 약하기 때문에 이것이 끊어지지 않도록 일종의 칠 작업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응고 과정이다. 어떤 내용을 외우자마자 다시 새로운 내용을 흡수하면 응고 과정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기억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3. 연관점 찾기
흔히들 아는 상식이다. 새로운 지식의 바탕이 되는 지식이나 정보를 갖고 있을 때 그 지식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져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 부담이 없다. 또한 뇌세포 역시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작동하므로 정보를 연관시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가 뇌를 작동하는 방식과 일맥상통하다. 뇌 안에 다양한 방이 있다면, 새로운 방을 만들기보단 그 방들을 넓히거나 그 방들을 연결 지을 수 있는 고리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4. 적극적으로 기억하기
공부를 한다는 명목으로 반복적으로 읽고 쓰기를 한다. 하지만 이는 생각이 결여된 방식으로 수동적인 공부법이다. 분명히 머리에 남는 것이 있겠지만 적극적인 기억 방법에 비해 많이 비효율적이다. 읽거나 강의를 들은 후에, 그 내용을 스스로 기억해 내용을 보지 않고 정보의 핵심 내용을 작성하는 연습을 한다. 그 과정에서 놓친 정보들을 다시 공부함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이 효율적인 기억 방법이다.

5. 이미지 활용하기
문자는 본질적으로 추상적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문자라는 기호체계로 표현해 약속한 것이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그렇기에 그 언어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은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미지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우리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애초에 기억을 할 때 이미지, 장면으로 기억을 하게 된다면 정보 처리에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6. 창의력 활용하기
기억력과 창의력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다. 기억을 많이 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면 이를 활용해 새로운 지식을 체득하거나 문제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 그것이 곧 창의력이 되는 것이다. 기존에 갖고 있는 정보를 활용하는 창의력으로 새로운 지식을 체득한다는 것은 또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고 축적하는 행위가 된다. 이렇게 두 능력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보를 많이 축적하는 것이 창의력을 헤친다고 정보 축적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7. 필요 이상으로 공부하지 않기
모든 정보를 100% 암기할 순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핵심이고 그 정보가 주는 메시지다. 이것을 기억한다면 나머지 부분은 도구의 힘을 빌려 채워나갈 수 있다. 그런데 100%를 암기하기 위한 노력은 핵심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핵심, 그 정보가 주는 메시지를 중점으로 공부를 해나가야 한다.
또한 공부를 할 때 한 번에 많은 것을 하기보단 조금씩 여러 번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기억하기 위해선 숙성의 과정이 필요한데 장기간의 반복은 그 숙성의 기간을 놓치게 한다. 공부할 블록을 설정하고, 그 부분을 공부한 후 텀을 줌으로써 그 정보가 머릿속에서 숙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책을 읽으면서 내 기억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분명히 책의 내용을 기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은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 책이 다시 새롭게 다가왔다. 책의 원칙들 중 일부만 생각나고, 그 원칙이 제시하는 세밀한 것들은 날아가 버렸다. 아마 한 번에 이 방법들을 활용할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지양해야 하는 공부, 암기 방법을 알게 됐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했으니 조금씩 조금씩 이 방법들을 활용해야겠다. 정보만을 축적하려는 것은 기피해야 하지만, 정보를 축적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이 기피돼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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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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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날 날, 생일. 어렸을 땐 생일이 되면 온 가족이 나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어린 시절,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던 사람은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었다. 학교에 입학하며 자연스레 내 생일을 축하해주던 사람이 많아졌다.
학교, 학원 친구들이 생일을 축하해주고 같이 기뻐해 줬다. 특히 고등학교 땐, 선물과 편지를 받으면서 친구들의 나에 대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던 고등학교 때조차도  생일이 마냥 기쁘기만 한 날은 아니었다. 뭔가 생일 축하를 받고 내 생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어색했었다. 지금도 내 생일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축하받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기대하는 마음 때문인가? 왜 생일을 온전히 나의 날로 즐기지 못할까? 곧 생일이 다가온다.
이런 마음이 계속되다 보니 생일을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 안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 365일 중에 특별한 하루가 아닌 일상적인 하루.  그저 평범한.  생일을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척'을 하지만, 생일이 내게 주는 느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날을 온전히 즐기고 싶고, 주위로부터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 

이 책은 생일에도 일상처럼 일을 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생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 과정에서 사장에게 소원을 빈다. 과연 어떤 소원이었을까?
"자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벌써 소원을 빌었을걸?"
주인공이 어떤 소원을 빌었을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소원이 이뤄졌는지 아직 인생의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확답을 할 수 없고, 그 소원을 후회하는지 역시도 말하지 않는다. 그 소원이 뭔지 모르겠으나, 무엇이 되고 싶다는 결과적인, 수동적인 소원은 아닌 것 같다. 아마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할 수 있는, 소원을 빌 수 있는 그 자체가 소원이 아닐까? 우린 미래를 꿈꾸며 지금을 살아간다. 그 미래가 어떻든 각자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내 색이 들어가게.


인간이란 어떤 것을 원하든, 어디까지 가든, 자신 이외의 존재는 될 수 없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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