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주어는 무엇인가 - 헌법 묵상, 제1조
이국운 지음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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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해 주권을 행사한다,

우리가 아는 헌법의 조항과 다르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인 것은 자명하다. 우리 현재의 헌법에 따르면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국가의 권력이 나온다. 하지만 위의 내용은 국민에게로부터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리자나 국민 투표라는 수단이 있을 때에만 국민의 권력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주권을 과도하게 축소한 조항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헌법은 우리나라 헌법이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경험했던 헌법, 유신 헌법이다. 유신 헌법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제왕이 되기 위해 국가의 정치적 후퇴를 감행했다. 어떻게 지켜내 온 대한민국인데. 4·19혁명을 통해 민주주의가 도래될 거라 믿었던 사람들의 꿈을 짓밟은 채 다시 한 번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 국가를 조작한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읽기엔 어려웠다. 하나의 조항을 저자의 철학과 함께 설명하는데 이는 내 능력치 밖의 독서였다. 그가 지금까지 애써 얻은 지식과 생각을 내가 만약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라면 이 책은 뻔한 내용이겠지. 모든 걸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생각보단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주목하면 읽었다.

법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학교에서 동아리 연합회장을 맡으면서 학생회칙, 동아리 연합회칙이라는 규칙의 중요성을 느낀다. 학생회, 동아리 연합회는 정치의 일환이다. 이 활동을 해보면서 어떻게 규칙을 이용하냐에 따라 이게 내 정치의 힘이 될 수 있고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학칙에 어긋나지 않게 활동을 하는 게 기본적이지만 학칙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선 그걸 지키기가 힘들다. 또한 학칙을 봤을 때, 그 규칙의 의도가 의문스러운 것들도 있다. 법과 규칙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기에 현 상황과 맞지 않으면 현 상황에 맞게 개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개정은 충분한 논의 후에 이뤄져야 하고 사리사욕에 의한 개정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나라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정권이 바뀐다는 말이 곧 현 상황이 달라졌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 유신 헌법과 같이 대통령 제왕의 사리사욕으로 인해 헌법 개정이 이뤄졌던 것이다. 국가의 주권과 권력은 국민에게 있는데 우리 역사는 이를 반하고 있는 많은 행위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의 일일뿐이고, 이를 반성하고 다시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깨어있으면 된다. 과거의 잘못된 일을 반복하는 것이 잘못이지, 과거에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치 밖이 아니라 안에서 깨어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속한 개인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어느 공동체보다 크다. 하지만 국민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는 환대, 긍정보단 비난, 부정적인 경향이 많다. 왜 그럴까? 개인이 속한 공동체라면, 주권이 개인에게 있는 공동체라면 그것은 그 구성원을 위해 작동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과연 구성원들을 위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우리의 공동체인 대한민국을 비난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우리를 구성원으로서, 권력을 지닌 개인으로서 귀중하게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 국민을 위해 공동체가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권력자들을 위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소수의 사리사욕으로 인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를 위해 권력이 행해진다는 것을.

그렇기에 헌법의 주어는 우리 대한민국, 그 안에 속한 구성원인 국민이 될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국회의 모든 야당들이 참석하지 않아 개정은 부결됐다. 부결도 아닌 발의도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정치인들이 헌법 개정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 정치적 뜻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책임을 저버린 이런 행동을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의 국회가 합리적인 논의의 장이기보단, 정치 색깔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같아 아쉽다. 헌법 개정 내용이 대통령으로부터만 나오는 것도 잘못됐지만, 자신들의 뜻과 다르다고 차단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생각에 반하는 행태이다. 우리나라의 국회가 조금 더 성숙해져 정당을 위해서가 아닌, 포퓰리즘을 위해서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돌아갔으면 한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국회가 개조돼 활발한 논의의 장이 됐으면 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의 바람이다.

헌법 텍스트 자체가 어느 시점에서 고착되는 것이 아니다. 제정과 개정이 되며 해석과 교육, 묵상과 실천을 통해 살아 있는 헌법이 되는 것이다.
 
동료 대한국민을 자유의 존재로 인정하는 동시에, 그와의 평등, 즉 자유인의 동등함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며, 더 나아가 그 평등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려는 다짐으로 이해돼야 한다.
 
헌법 개정은 단순한 내용 변경으로서의 개정이 아니라 바꾸어 바르게 하는 개정이다. 헌법 1조의 개정에 관해서 이 말의 의미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이 무거움을 온몸으로 인식하면서, 앞으로의 치열한 논의를 위해 함께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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