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날 날, 생일. 어렸을 땐 생일이 되면 온 가족이 나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어린 시절,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던 사람은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었다. 학교에 입학하며 자연스레 내 생일을 축하해주던 사람이 많아졌다.
학교, 학원 친구들이 생일을 축하해주고 같이 기뻐해 줬다. 특히 고등학교 땐, 선물과 편지를 받으면서 친구들의 나에 대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던 고등학교 때조차도 생일이 마냥 기쁘기만 한 날은 아니었다. 뭔가 생일 축하를 받고 내 생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어색했었다. 지금도 내 생일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축하받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기대하는 마음 때문인가? 왜 생일을 온전히 나의 날로 즐기지 못할까? 곧 생일이 다가온다.
이런 마음이 계속되다 보니 생일을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 안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 365일 중에 특별한 하루가 아닌 일상적인 하루. 그저 평범한. 생일을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척'을 하지만, 생일이 내게 주는 느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날을 온전히 즐기고 싶고, 주위로부터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
이 책은 생일에도 일상처럼 일을 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생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 과정에서 사장에게 소원을 빈다. 과연 어떤 소원이었을까?
"자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벌써 소원을 빌었을걸?"
주인공이 어떤 소원을 빌었을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소원이 이뤄졌는지 아직 인생의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확답을 할 수 없고, 그 소원을 후회하는지 역시도 말하지 않는다. 그 소원이 뭔지 모르겠으나, 무엇이 되고 싶다는 결과적인, 수동적인 소원은 아닌 것 같다. 아마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할 수 있는, 소원을 빌 수 있는 그 자체가 소원이 아닐까? 우린 미래를 꿈꾸며 지금을 살아간다. 그 미래가 어떻든 각자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내 색이 들어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