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여 잘 있거라 - 극지 기후변화 현장 연구 보고서
피터 와담스 지음, 이준호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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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환경 오염. 오존층 파괴. 미세 먼지. 인간의 과도한 자연 개발 및 파괴로 인해 나타난 현상들이다. 이 현상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더 이상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엔 이 현상들이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지금까지 지구가 오랜 역사 동안 잘 버텨왔는데, 이 짧은 기간 동안 지구에 큰 문제가 발생할 거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문제는 미래 시제가 아니다. 이젠 현실이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다. 이 문제들을 경시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 매혹적인 경관에게 작별을 고해야 하는 마당에 과연 이들 변화는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이것이 인류의 현실적 재앙일 뿐만 아니라 지구의 영적인 빈곤임을 절실히 느낀다.

극단적 기후의 영향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했던 북극해 해빙의 아름다운 세상이 우리의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파국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해내려면 긴급 조치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



이 책은 지구를 잊고 사는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빙하는 지구가 그 경고를 절실히 보여주는 장이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의 모습, 색이 변했다. 과거엔 북극과 남극이 빙하가 가득해 하얀색이었다면, 지금은 푸른 바닷물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는 녹아,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의 시스템은 독립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마치 유기체적 존재처럼 서로 간의 영향을 받으며 지구를 이뤄나간다. 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은 지구의 시스템에 문제를 초래했다. 시스템의 부분들엔 문제가 점차 생겨났고, 그 문제들은 또 다른 문제를 파생했다. 나비효과가 나타나듯이, 하나의 문제는 여러 갈래의 문제로 뻗어나갔다. 그 문제들은 부분으로 그치지 않고 지구 전체의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우린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차피 문제가 일어났으니, 그 문제를 방관해야 하는가? 개발이 불가피하니, 환경/지구 문제는 제쳐둬야 할까? 아무리 노력해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그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할까? 지구는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알아서 자정 작용을 잘 하지 않을까? 우린 이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없다. 답할 능력도 없다. 지구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떤 기로에 있는지 확실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지구의 문제 임계치를 넘었을 수 있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 처해 있는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과거보다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빙하에게 작별을 고할 정도로, 지구에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무책임한 태도를 유지해선 절대 안 된다. 우리는 지구의 경고를 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지구를 생각하지 않으면 미래엔 더 큰 문제가 일어날 것은 확실하다. 우린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도, 그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 경고를 무시한다면, 우린 끔찍한 결말을 초래할 것이다. 지구는 곧 우리다. 우리가 살기 위해선 지구가 살아야 한다. 환경 문제는 우리의 문제를 의미한다. 우린 우리의 문제를 방관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자기 파멸의 길을 선택하는 멍청한 존재가 아니다.빙하와의 작별이 우리와의 작별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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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나를 결정하는가 - 유전, 능력, 환경, 노력, 운
다치바나키 도시아키 지음, 노경아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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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도로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우리는 학생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어떤 관점에서 가르쳐야 할까. 우리의 가르침이 그들의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등을 고민할 수 있었다. 작가 다치바나키 도시아키는 <유전, 환경, 능력, 노력, 운>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글의 주제는 모든 요소들이 인간의 특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부족한 부분은 다른 부분으로 채워질 수 있다. 특히 유전은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태어나 보니 자신의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그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우리의 특징, 성공, 성장 등 대부분을 유전자로 탓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요소들 역시 우리를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로지 유전자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는다'라는 격언을 마음에 새기고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어떤 일에서든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단, 무턱대고 열심히 하기보다 자신의 능력과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성인이라면 자기 노력의 방향과 질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지만, 아직 어린아이라면 부모와 교사 등 주변에서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능력주의 시대를 표방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능력주의 시대가 아니다. 능력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준다. 문화적 자본, 인적 자본, 환경 등 능력 별개의 요소들이 작동된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부족한 상태에서 능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 환경을 개서하기 위한 의지 등도 없다면, 과연 개인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노력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노력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우린 유전과 환경의 큰 두 축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이 둘 중 어느 것이 절대적이라 말할 수 없으며 모든 부분에서 영향을 받는다. 이 책은 이 두 축이 어떤 논지를 갖고 있는지 역사적 사실, 과학 결과 등을 활용해 설명한다. 그가 활용한 사례나 학자, 이론 등을 더 공부하고 싶다. 교육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큰 두 축에서 과연 어디에 더 가깝게 인간이 존재하는지 등 알고 싶은 것들이 많다.



역사, 과학적 사실, 실험 결과, 사회과학 이론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강화한다. 특히, 유대인 박탈, 일본 예술가 가문 등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로 인해 책이 더욱 다채로워진 것 같다. 하지만 그가 활용한 다섯 가지 요소의 지위가 달라 아쉬웠다. 본성과 양육은 노력, 지능을 포괄할 수 있는 영역이다. 본성과 양육에 이들을 집어넣었다면 어땠을까? 이 책의 단점은 '다음 장에 이야기하겠지만~'류의 말이 많이 등장한다. 큰 두 축에 저 요소들을 녹여냈다면 더욱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부모가 제공하는 가정환경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수는 부모의 교육, 직업, 소득이다. 이런 조건을 보통 SES, 즉 사회경제적 지위로 부른다. 이는 부모가 교육을 얼마나 받았으며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얼마만큼의 소득을 버느냐, 즉 부모의 지위가 상층, 중층, 하층 중 어떤 계급에 속하느냐를 나타내는 변수다. 그 외에 또 하나의 지표로 개발된 것이 HOME인데, 이것은 가정 내의 양육에 주목한 지표로, 가정 외 학습 경험, 가정 내 문장 경험, 가정 내 기술 교육, 가정 내 징벌, 가정 내 예절 교육 등 가정 내에서의 다양한 교육과 훈련 상황을 측정하는 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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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인사이트 2030 - 60개의 키워드로 미래를 읽다
로렌스 새뮤얼 지음, 서유라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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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니 미래나 트렌드 분석에 관한 책을 많이 접한다. 정확히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인간이기에 어느 정도의 예측은 가능하다.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를 망라하는 역사적 존재다. 과거를 분석/성찰해 현재를 살아간다. 또 이것들의 추이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한다. 트렌드와 미래가 연결된 이유다.



책의 저자인 로랜스 새뮬얼은 문화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문화 역사학자다. 문화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문화와 연관된 사업에 자문을 해주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삶은 크게 보면 문화라 할 수 있다. 생활양식, 제도 등 문화와 연관돼 있지 않는 부분이 없다. 문화 역사학자로서 그는 인간 생활 전반에 걸친 영역들을 분석함으로써 미래를 읽는 작업을 하고 있다.



6개의 주제 안에 10개의 키워드. 총 60개의 키워드로 그는 과거,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문화, 경제, 정치, 사회, 과학, 기술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작가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주제를 나눈 나머지 나눌 수 없는 것들을 나누는 문제가 발생했다. 주제들이 칼로 물 베듯이 나눠질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과도하게 나누려 한 것 같다. 또한 주제들의 개념적 층위도 달라, 이 주제들에 대한 설명이 좀 더 구체적이었으면 했다. 주제 안의 키워드 역시 중복된 경우가 있다. 그 키워드들 역시 영역을 망라하는 복합적인 개념인데 영역에 한정해 설명하다 보니 그 개념이 갖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시사점과 활용법이 식상하고 추상적이다. 시사점의 경우, 앞의 설명과 동떨어지거나 옮겨 적기 수준에 그치는 것들이 많았다. 활용법은 이것에 더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실들만을 기술한 것에 불과한 것들이 눈에 뗬다. 시사점과 활용법이 일목요연하게 짧은 문장으로 정리되는 것이 편해 보일 수 있지만, 깊은 성찰에서 우러나온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염두에 둬야 할 키워드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모든 키워드들이 마음에 와닿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면서 꾸준히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이 많았다. 녹색, 체험화, 아날로기즘. 범문화주의, 유대감. 일상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키워드들이다.



<체험화>

물론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각종 소셜 미디어에 일상을 올리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만의 특징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사실상 전 세대의 소비자가 경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다. 돈은 들어왔다가도 나가지만 체험이 선물한 기억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철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아날로기즘>

나는 모든 트렌드에 반작용이 존재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트렌드들은 실제로 서로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튀어 나간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예시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구덩이를 더 깊이 파고들수록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만 가능한 진실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갈망하게 된다. 비트나 바이트로 된 정보는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지만, 직관적이고 본능적이며 육체적인 정보를 대신할 수 없다.



<풀뿌리>

풀뿌리 참여를 중시하는 흐름이 상대적으로 새로운 정치 트렌드인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는 분명히 이편에 서 있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우리 국민이라는 미국 헌법 제정자들의 외침에 담긴 핵심 사상이며, 그로부터 두 세기 반이 흐르는 동안 혁명적인 성장을 이뤘다. 무엇보다 풀뿌리식 사고와 행동은 단순히 민주주의의 이상을 대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 프로세스나 언론 보도, 여론을 형성하는 데 실질적이고 다면적인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형태의 시민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범문화주의>

마케터들은 세계시장의 개별 소비자들의 인종 혹은 민족 기준으로 깔끔하게 나누려는 태도를 버리고, 우리가 범문화주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미래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리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나는 이 새로운 접근법이 소비자를 자로 잰 듯 구분하는 기존 모델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확신한다. 인간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문화적 경험에 좌우되는 사회적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유대감>

비인간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디지털 세상의 확장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한 해답은 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연결성에 대항하는 개념인 유대감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유대감을 통해 인간이 관계 속에서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가족과 친구,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관계야말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핵심 열쇠기 때문이다.

미래의 창 책덕 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독서를 비교하며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트렌드를 분석한 거라 그런지 사람들 마다 와닿는 부분이 달랐다. 또한 독서 후 감상도 다양해서 내가 느끼고 배웠던 것에 비해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독서 모임의 매력을 알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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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최고를 이끌어낼 것인가 - 사람을 움직이는 특별하고 비범한 영향력
팀 어윈 지음, 허성심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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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 나는 자기 계발서와 맞지 않는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가 주장하는 바가 나에겐 삐딱하게 느껴진다. 조직심리학, 임상심리학 두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이 글에서 그의 전문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공부한 바를 사례와 녹였으면 좋았을 텐데, 오로지 실제적인 이야기만 하다 보니 깊이감이 없었다.



어떻게 최고를 이끌어낼 것인가. 글의 요지는 누군가를 최고로 이끌어내기 위해선 긍정적인 사고와 말을 하라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좋은 말은 개인이 행동하는 데 있어서 큰 동력이 된다. 하지만 과도한 칭찬과 좋은 말 역시 그럴까? 부족한 점이 발견됐을 때, 그 점을 무시하고 긍정적인 면만을 바라보는 것이 조직에 더욱 이로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엔 반드시 조그만 문제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우린 이 작은 문제점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것들이 언제 어떻게 큰 문제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긍정은 무책임과 같다고 생각한다. 잘못까지 긍정한다면, 상대에게서 그 잘못을 해결할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또한 그 역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잘못을 안고 살아가도록 방치하는 꼴이다. 작가는 건설적인 비판이란 건 없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건설적인 비판이 무엇일까? 그는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비난은 감정을 앞세워 근거 없이 나무라는 것이다. 반면 비판은 합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이뤄지는 행위다. 옳지 않거나 잘못된 것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고로 이끄는 길이 아닐까?



작가가 말하는 긍정은 어디까지의 긍정일까? 긍정이 좋지만 비판을 부정할 수 있을까? 비판이 개인의 감정/ 정서적인 부분에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장기간/ 큰 관점에서 봤을 때 부정적이기만 할까? 부정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도록 한다. 지금의 상황이 최고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비판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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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라치아 마리아 델레다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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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불확실함 속에서 미래를 꿈꾸며 산다. 내 마음에 미래를 그리며 그것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미래의 모습은 그 미래가 현재가 될 때까지 모른다. 하지만 우린 현재에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생각한다. 현재 꿈꾸는 미래와 다가올 미래는 같지 않다.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미래를 꿈꾼다.



폴은 사제가 되기 위해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소년이었다. 사제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그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사제가 된 모습을 상상했을 뿐이다. 그의 어머니 역시 그가 사제가 되길 간절히 바랐다. 아들이 사제의 길을 걷는 것은 고아였던 그녀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일과도 같았다. 자신이 걸었던 길을 아들이 걷질 않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이것이 지상의 하느님 나라가 아닌가. 그러자 그 기억에 그는 가슴이 부풀었다. 오, 주여! 저희는 왜 그리도 몽매합니까? 어디서 빛을 찾을까요? 폴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지식은 그 의미를 불완전하게 이해한 책들의 파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폴은 사제가 됐다. 사제는 순결을 지켜야 하며 여성을 멀리해야 한다. 하지만 폴에게 있어서 이를 지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폴은 하나님에게 자신을 바치며, 순결을 약속한다. 하지만, 인간이 쾌락을 조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일부러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에겐 사랑하는 여자, 아그네스가 있다. 사랑과 사제로서의 삶 중 그는 고뇌한다. 그토록 바랐던 사제가 됐지만, 정작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여 할 것인가.

어머니는 그가 최근 여러 차례 여인처럼 거울을 들여다보고 손톱을 손질하거나 민머리를 숨기려는 듯 길게 기른 머리를 빗어 넘기는 모습이 기억났다. 그런 다음 그는 향수를 뿌렸고, 향기로운 가루로 양치를 했으며, 눈썹까지 벗어 정리했다.



어머니는 좌절하지 않고 들어서 알아내야 했다. 아니,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을 속이기 위한 핑곗거리가 필요했다.

폴과 아그네스만큼이나 어머니는 이에 대해 고뇌한다. 인간이라면 쾌락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게 당연하다. 아들이 하나님께 헌신을 약속했지만 자신의 본능을 억제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신도 아들이 사제가 되길 원했지만, 그가 사랑에 빠진 모습을 보고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왜 폴은 일반적인 삶을 살 수 없을까?”

그는 마음 깊은 곳에서 산을 내려온 이후 가장 참기 힘든 일이 바로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그녀의 침묵,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지는 것임을 깨달았다.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었다. 읽으면서 뒷장이 궁금해지고, 주인공들의 심정이 모두 이해가 갔다.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의 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우리는 규칙이나 교리를 왜 만들까? 그 공동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교리를 만든다. 교리는 그 집단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교리가 변동될 수 없는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우리를 도와야 할 수단인 교리가 우리를 옭아매도록 방치해둔다. 주인공들 역시 교리를 종교의 목적이라 받아들였을 것이다. 주인공뿐 아니라 현대의 사제들 역시 그렇다. 만약 교리가 지금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변경이 불가피하다면 바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의 얼굴은 고요하고 엄숙했으며,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입은 소리치지 않으려는 듯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는 곧 어머니가 자신은 극복해던 슬픔과 공포에 동일한 충격으로 죽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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