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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인사이트 2030 - 60개의 키워드로 미래를 읽다
로렌스 새뮤얼 지음, 서유라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새해가 되니 미래나 트렌드 분석에 관한 책을 많이 접한다. 정확히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인간이기에 어느 정도의 예측은 가능하다.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를 망라하는 역사적 존재다. 과거를 분석/성찰해 현재를 살아간다. 또 이것들의 추이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한다. 트렌드와 미래가 연결된 이유다.
책의 저자인 로랜스 새뮬얼은 문화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문화 역사학자다. 문화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문화와 연관된 사업에 자문을 해주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삶은 크게 보면 문화라 할 수 있다. 생활양식, 제도 등 문화와 연관돼 있지 않는 부분이 없다. 문화 역사학자로서 그는 인간 생활 전반에 걸친 영역들을 분석함으로써 미래를 읽는 작업을 하고 있다.
6개의 주제 안에 10개의 키워드. 총 60개의 키워드로 그는 과거,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문화, 경제, 정치, 사회, 과학, 기술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작가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주제를 나눈 나머지 나눌 수 없는 것들을 나누는 문제가 발생했다. 주제들이 칼로 물 베듯이 나눠질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과도하게 나누려 한 것 같다. 또한 주제들의 개념적 층위도 달라, 이 주제들에 대한 설명이 좀 더 구체적이었으면 했다. 주제 안의 키워드 역시 중복된 경우가 있다. 그 키워드들 역시 영역을 망라하는 복합적인 개념인데 영역에 한정해 설명하다 보니 그 개념이 갖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시사점과 활용법이 식상하고 추상적이다. 시사점의 경우, 앞의 설명과 동떨어지거나 옮겨 적기 수준에 그치는 것들이 많았다. 활용법은 이것에 더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실들만을 기술한 것에 불과한 것들이 눈에 뗬다. 시사점과 활용법이 일목요연하게 짧은 문장으로 정리되는 것이 편해 보일 수 있지만, 깊은 성찰에서 우러나온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염두에 둬야 할 키워드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모든 키워드들이 마음에 와닿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면서 꾸준히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이 많았다. 녹색, 체험화, 아날로기즘. 범문화주의, 유대감. 일상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키워드들이다.
<체험화>
물론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각종 소셜 미디어에 일상을 올리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만의 특징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사실상 전 세대의 소비자가 경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다. 돈은 들어왔다가도 나가지만 체험이 선물한 기억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철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아날로기즘>
나는 모든 트렌드에 반작용이 존재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트렌드들은 실제로 서로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튀어 나간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예시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구덩이를 더 깊이 파고들수록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만 가능한 진실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갈망하게 된다. 비트나 바이트로 된 정보는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지만, 직관적이고 본능적이며 육체적인 정보를 대신할 수 없다.
<풀뿌리>
풀뿌리 참여를 중시하는 흐름이 상대적으로 새로운 정치 트렌드인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는 분명히 이편에 서 있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우리 국민이라는 미국 헌법 제정자들의 외침에 담긴 핵심 사상이며, 그로부터 두 세기 반이 흐르는 동안 혁명적인 성장을 이뤘다. 무엇보다 풀뿌리식 사고와 행동은 단순히 민주주의의 이상을 대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 프로세스나 언론 보도, 여론을 형성하는 데 실질적이고 다면적인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형태의 시민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범문화주의>
마케터들은 세계시장의 개별 소비자들의 인종 혹은 민족 기준으로 깔끔하게 나누려는 태도를 버리고, 우리가 범문화주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미래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리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나는 이 새로운 접근법이 소비자를 자로 잰 듯 구분하는 기존 모델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확신한다. 인간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문화적 경험에 좌우되는 사회적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유대감>
비인간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디지털 세상의 확장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한 해답은 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연결성에 대항하는 개념인 유대감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유대감을 통해 인간이 관계 속에서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가족과 친구,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관계야말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핵심 열쇠기 때문이다.
미래의 창 책덕 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독서를 비교하며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트렌드를 분석한 거라 그런지 사람들 마다 와닿는 부분이 달랐다. 또한 독서 후 감상도 다양해서 내가 느끼고 배웠던 것에 비해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독서 모임의 매력을 알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