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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 완전 초보도 3주 만에 술술 쓰게 되는 하루 15분 문장력 트레이닝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3월
평점 :
글쓰기 훈련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박XX! 다음 주까지 원고지 10장이다. "
"네? 네."
어쩌다 보니 국민학교(79년 입학자) 시절부터 반 대표로 글 쓰는 일이 잦았다. 보잘것없고 웃긴 외모에 비해 내 글은 심각하게 진지했다. 내가 자란 군에서 동시 짓기 장원도 받았다. 80년대 국민학교 전교생이 수천 명이었으니 수만 명 중 1등 한 거라 쳐도 과장이 아니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이런저런 백일장에 참가해 크고 작은 상을 받았는데 대학 입학 전공을 이과로 하는 바람에 전기 후기 대학에 모두 미끄러졌다. 그래서 나의 이십 대 초반은 깜깜한 터널을 마냥 걷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던 중 회사 홍보팀에서 근무하면서 난 또 글을 써야 했다. 다행히 내가 쓴 기사나 사내 방송 대본이 호평을 받아 이십 대 중반을 맞이한 회사 생활은 살만했다. 정말 영어를 더 잘해보고 싶어 IMF 외환금융위기 때 캐나다 학부로 편입했다. 유학을 결정하고 한 달 안에 벌어진 일이다. 학부 편입 후 영어로 페이퍼 낼 일이 어찌나 많던지 또 나는 썼다. 우리말로 과제를 내는 건 아니었지만 내 한국어 글쓰기 실력이 양호해 영어로 글 쓰는 일도 덜 힘들었다.
유학 후 다시 L 전자회사 홍보팀에 근무하길 원했지만 원치 않게 경력단절이 되었고 지금까지 영어 강사로 먹고산다. 군립 도서관이나 복지센터에서 강의를 십 년 넘게 맡고 있는데 글쓰기가 좋은 강의를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강의안을 작성하고 비주얼 자료를 만드는 데 글쓰기 과정은 필수다.
그리고 블로그도 운영한다. 살림과 일을 같이하는 세 등이 엄마로서 매일 3시간 이상 3,000 자 이상 쓰는 건 고단한 일이다. 짧은 시간에 좀 더 짜임새 있는 글을 쓰려고 픽션, 논픽션 서평이나 독후감 쓰기 매뉴얼을 손수 만들어 사용한다. 그러나 늘 아쉬움이 남는 글만 쓴다. 발전하는 글쟁이가 되려면 평생 만족할 수 없을 거다.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는 내가 받은 공짜 책 중 가장 쓸모 있는 실용서다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에서 서평단을 자주 모집한다. 예전에는 관심도 없던 영역이지만 일천 권 읽기 도전 이후 자연스레 "공짜" 책을 받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 전 <로맨스로 스타작가>를 읽고 글을 무작정 쓰기 보다 공부하며 써야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러던 중 <나도 한 문장...>을 발견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란색 표지부터 시작해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변죽만 울리지 않고 핵심을 잘 짚은 글쓰기 실용서
얼마 전 이원석의 <서평 쓰는 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 표지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정말 무거운 책이었다. 작가의 필력은 좋았으나 실용서라고 보기에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같은 책이었다.
그래서 책을 잡자마자 실행에 옮기도록 도와주는 글쓰기 책이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책이다.
바로 글쓰기 핵심부터 짚어주는 목차가 한눈에 들어온다. 글쓰기를 운동에 빗대어 구성한 목차가 눈에 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영하는 나에게 반가운 구성이다. 총 한 달 치 분량으로 글쓰기 훈련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틀 만에 읽었으니 꼭 이 목차의 구성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구태여 이 목차 순서대로 따르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글쓰기를 운동에 비유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마치 글쓰기가 어떤 위계질서가 있는 양 순서대로 집필한 점은 억지스러웠다.
6가지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목차
①국어 사전을 사용하라 34쪽
②필사적으로 필사해라 45쪽
③퍼스널 브랜딩-내 이름을 걸고 주간 뉴스레터를 발행해라 74쪽
④말 하듯 글 써라 108쪽
⑤창의력을 키워 글을 써라 126쪽
⑥브런치에서 책 출간해라 208쪽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관성대로 글을 쓰게 되는데 국어사전을 사용한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읽고 어제부터 어떤 낱말에서 막히면 다음 사전을 이용해 안 써본 어구를 사용해본다. 창의력을 끌어올리는 Creative Writing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오랫동안 내가 무시한 글쓰기 기술이다. 어린 시절 동시 왕이었던 내가 창의 있는 글쓰기는 고사하고 삼키기 힘든 글 양산에 일조하는 거 아닌가 반성 중이다. 동시[童詩] 왕이라는 표현은 웃자고 한 말인데, 그냥 저열해 보인다.
글을 잘 쓰려면 최대한 많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150쪽
방송 작가 출신으로 통통 튀는 필력
이 책을 지은 필명 글 밥은 매회 시청률에 사활을 건 TV 방송 작가 출신이다. 그에 걸맞게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일상어와 말글로 책을 집필해 어린 학생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읽고 이해하기 쉬운 글로 가득하다. 잘 쓴 글이다. 오랜 방송 경험 탓인지 눈에 띄는 발췌 글이 필요한 곳에 등장한다. 저자가 활자 노동자임에 틀림없다. 그는 심쿵 한 누군가의 말 한마디, 책 속 마음을 울리는 글귀, 기억에 남는 광고 카피를 무심코 지나치지 않는다. 늘 글 쓸 준비를 하는 거다.
글쓰기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나도 초보나 마찬가지이므로 이 책이 내 블로그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 전문 분야의 글을 쓰는 분도 한 번쯤 읽으면 밋밋한 글이 좀 더 매력 있는 글로 변모할 수 있다. 언젠가 읽었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논설문을 시처럼 쓰면 좋겠지만 자기에는 그런 재능이 없다고 한탄한 대목이 생각이 난다. 나 역시 심각한 얘기를 유머와 재치를 담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