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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이 내 길이다 - 걷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아홉 가지 이야기
김탁환 외 지음, 김창남 엮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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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자신만의 길을 걷는 9가지 방법

다른 길을 찾고 다른 삶을 기획하는 상상력은 실제로는 매우 근원적이고 전복적인 성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독자들이 바로 그런 근원적이고 전복적인 성찰의 경험으로 읽기를 바란다.” (p.17)

9명의 명사들의 굴곡지면서도 주체적인 삶 이야기를 엮은 김창남은 성공회대 교수로 지내면서 자신의 학생들에게 대안적 길을 알려주고자 굴곡진 삶을 살면서도 자신의 길을 개척해온 강사들을 섭외해서 10년 넘게 매스컴 특강을 이끌어 왔다. 이 과정에서 수강 학생들은 사전 인터뷰와 영상 제작, 홍보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진행하였고 이 내용은 매년 책으로 출간된다.

이 책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한 때 mbc 방송국의 간판 PD이자, 이화여대 교수, OBS 사장, 현재는 아주대 교수로 재직 중인 주철환이다. 자신을 운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가 가진 감수성과 열정은 그의 가장 큰 자산이자 그를 행운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재료이다. 글을 엮은 김창남 교수는 그에 대해 무엇보다도 그가 단지 평범한 방송 PD에 머물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글을 쓰는 PD였다는 데 있다. 그는 늘 글을 쓴다.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묶인 그의 글에는 어려운 단어나 현학적인 문장이 등장하지 않는다. 쉽고 소박한 문장 속에 삶의 결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과 지혜가 드러난다.”(p.6)라고 말한다. 

올해 60살인 주철환은 아직도 도전을 즐긴다. 사람들이 비웃는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그들이 비웃는 이유를 열등감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사회가 정한 기준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인생의 트랙을 만들어 나만의 트랙을 달리라고 권한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자신감과 자기 적성이다. 적성은 자신이 무얼 해야 행복할 지 아는 것이며, 그래서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로 인한 자신의 행복이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성공적 인생이라고 권면한다.

이 책의 두 번째 주인공은 소설가 김탁환이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대학 교수직을 내려놓은 그. <불멸의 이순신>,<황진이>와 같은 유명 드라마와 영화들의 원작자로 소설계의 인생의 판로를 다시 개척했다. 장편소설을 잘 쓰기로 정평이 난 그는 이에 대한 비법으로 궁리일기를 추천한다.

“’궁리일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전부 적는 거죠. 이것이 제가 교수 시절 소설 창작 기초수업에서 한 학기 동안 했던 일입니다. 소설을 쓰겠다고 수업에 들어와 있는 학생들에게 소설은 못 쓰게 하고 맨날 일기만 쓰게 해요. 100일 동안 본인이 쓰려고 하는 걸 고민한 뒤에 그걸 충실히 기록해내면 좋은 성적을 주고 소설은 다음 학기에 쓰게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죽음이라는 주제를 주면 학생들은 100일 동안 죽음에 대해서만 고민을 하는 거죠. 어떻게 죽을까, 왜 죽을까, 자살, 타살, 오만 가지 죽음에 관해서 다시 100일 동안 리포트를 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소설의 수준은 쓰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고 믿는 편이거든요.”(p.72)

하나의 주제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접근해서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세 번째 주인공은 영화 제작자였고 지금은 뮤지컬 기획자인 유인택이다. 고등학교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던 큰 형이 사형선고를 받는 풍파를 겪고 나서도 열심히 공부한 끝에 서울대 약대에 진학했지만 사회적 배경이 너무 혼미하고 어지러웠던 상황에서 학업에 열중하기 어려웠다. 마침 연극반 친구를 통해 연극을 만나게 되고 이때부터 연극에 혼신의 힘을 바치게 된다. 이후 학생시위에 가담해서 1년간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이때 독방에서 읽은 500여권의 책이 자신의 삶에 매우 큰 자산이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는 어떤 것이든 좋아해서 단단히 미치면 당연히 공부를 하게 되고 열정을 쏟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미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관계를 너무 이해타산적으로 하기보다는 자신이 하려는 목표와 철학이 맞는 사람들과 진실한 대화를 나누면서 미래를 설계해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다음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진짜 스토리텔링의 본질은 무엇이며 나와 지역, 사회 안에서 스토리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해 지역스토리텔링 연구소장 김태훈의 강연이 이어진다. 그가 말하는 스토리텔링이란 밖으로 잘 보여지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시작된,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것. 더 나아가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어디서부터 왔으며, 누구이고, 앞으로 어디로 갈지에 대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곧 스토리텔러라고 정의한다.

스토리텔링은 을 얻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내세우는 잣대와 저울에 수동적으로 평가만 받을 게 아니라, 나 스스로 힘을 갖고 사회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스토리텔링입니다. 힘이 있는 사람은 기성사회가 제시하는 선택지 대신 다른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협상력이 생기는 것이죠.(중략)스토리텔링에서도 함께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고 효과적입니다. 세상을 향해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함께 스토리텔링을 하면 그만큼 힘이 생기고, 우리를 위한 공간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p.119)

다음은, 민중가요 노래패 활동에서 비롯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대표였다가 지금은 성남문자화재단 문화진흥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보성의 이야기다. 그는 경험은 없고 스펙과 계산에만 치중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 대해 통탄을 금치 못한다.

수많은 정보와 관계망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누군가를 지도하고, 누군가에게 협조하면서 생기는 무수한 시행착오들을 학부 때 경험하지 않고 졸업해버리면 이후에는 그런 기회들이 엄청나게 줄어들어요. “너는 왜 이리 오지랖이 넓니, 일도 못하면서하고 부모님과 교수님이 걱정해도,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발군이 될 수 있어요. 앞으로는 네트워크가 여러분의 생존방식이 될 것입니다.”(p.128)

그는 성공적인 네트워크를 위해서는 수직적인 연대가 아닌 느슨한 수평 연대 구조로 함께 주도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선한 의지와 높은 안목을 가지고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NGO활동을 열심히 찾아서 경험해보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이 좋아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 세계적으로 이바지 할 일을 찾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다음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됐을 인물은 최서윤이다. 언론사 취업준비를 하던 그녀는 번번히 낙방을 하면서 문득 힘들게 언론사에 취업을 해 봤자 자기가 원하는 목소리를 맘껏 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 자기만의 매체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되어 <<월간잉여>>라는 잡지를 만들어 1인 기업으로 창업하게 된다.

매달 시의성 있는 기사와 이슈들을 모아서 잉여만의 남다른 시선으로 독자적 기사를 뿜어내는 <<월간 잉여>>는 창업자 본인도 생각지 못하게 많은 이들로 하여금 진한 공감과 위로를 불러일으켜 이윤과 가시적 성장과는 별개로 어디서도 만들어내지 못할, 내외부적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성장하려면 우선 스스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피해의식이나 열등감이 없어야 하고, 정신승리를 잘해야 하겠죠. 피해의식이나 열등감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좋은 면을 그대로 볼 수가 없어요. 사실 잉여로 사는 기간이 길어지면 밝은 잉여, 피해의식 없는 잉여가 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럴수록 본인과 접점이 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우정을 쌓아야 하고, 더불어 멘탈 관리를 위한 자기만의 방법이 필요한 것 같아요”(P.163)

오히려 취업을 위해 고뇌하고 성찰할 수 있는 지금 이 시대가 이전보다 더 성장하기 좋은 기회라고 말하는 긍정적인 그녀의 조언은 그가 직접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가며 고뇌하고 있는 젊은이이기 때문에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더욱 와 닿으리라 생각된다. 이 과정 안에서 자기발견과 치유를 위한 글쓰기를 강력히 추천한 그녀는 역시 뼛속까지 언론인이 아닐까 싶다. 긍정과 자기성찰의 힘, 추진력을 겸비한 그녀의 앞날이 오히려 더욱 기대된다.

한편 지역의 공간을 살리고 커뮤니티와 문화를 재구성하는 데에 큰 공로를 세웠고 지금은 늘장이라는 대안적 시장을 만들어 활성화하고 있는 최정한은 지역이 살고 그 지역의 새로의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공간을 통해 사회적 경제활동을 확대하고 자본주의의 야수적 경쟁구도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한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삶을 지켜나가고 지역의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노력 없이는 그 동네를 지키기 힘들다는 것을 인사동 활동에서 경험했습니다.”(p.188)

다음으로, ‘노머니 라이프의 창시자 박활민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카이홀맨이라는 캐릭터로 광고계의 큰 히트를 친 그래픽 디자이너로 성공의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문득 산업디자이너로 사는 자신의 삶이 자기 삶을 살리는 일이 아닌, 산업사회를 활성화 시키는 일에 불과하다는 점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지금 세대들은 삶이 외부로부터 공급받는 거라고 생각한대요. 이게 진짜 무서운 말이거든요. 더는 삶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는 의미인 거죠. 공급이 끊어지면 나도 죽는다고 생각한다는 거고 그래서 더 좋은 공급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해야만 한다는 거예요. 저는 산업자본주의에 완전히 갇힌 상태라고 생각합니다.”(p.207)

이후 자본주의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기 스스로의 삶 디자인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길은 돈을 벌기 위한 시간 함몰이 아닌, ‘조화롭고 균형 있는 삶을 위한 시간 확보'였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급노동을 하는 삶. 그것이 그가 추구하는 노머니 라이프이다.

돈이 아닌 것에 눈을 뜨자는 거예요. 노머니라이프는 돈 없이 구질구질하게 살자는 게 아니에요. 시간을 확보하자는 거죠. 먹고사는 문제에 시간을 쏟아붓는 임금노동의 뺑뺑이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나의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시도해보는 거예요. 저는 근본적으로 삶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인간의 사고(思考)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내 삶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내 사고의 프레임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p.213)

삶에 이익이 되는 모든 것을 자원으로 보는 경제를 노머니 경제라고 말하는 그. 자본주의에서는 오직 돈만을 가치로 보지만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게 모두 자원이라는 그의 관점이 매우 신선하고 놀랍기만 하다.

이제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나 '다른 배움'을 만들어보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전효관의 이야기다. 그는 서울 영등포에 청소년 직업체험센터이자 대안교육의 장인 하자센터를 만들기를 시작으로 청년들의 네트워크와 혁신적 삶 모색을 위한 장 청년허브를 만든 장본인이다. 청소년과 청년의 삶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그는, 청년들이 스펙과 결과를 중시하는 것에 대해 설령, 자신이 추구하는 일에 사전지식과 경험이 없다고 해도 일단 직접 그 안에 뛰어들라고 조언한다. 최근 젊은이들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할 수 있다고 믿으며 망설이는 것에 대한 반론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그런 유연한 사고와 행동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그러한 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가 아까부터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이 청년들의 일 경험이에요.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어느 장에 몸을 담가 경험을 하면 그것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가 있거든요. 꿈이란 현실적인 근거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어떤 일에서 구체적인 경험을 하면 그 꿈의 형태가 구체화될 수 있어요. 근데 그런 게 없으면 물질적 기초가 없으니까 공상이 돼버리죠. 그래서 젊은 세대가 일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설계해 만들어줘야 합니다.”(p.237)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장을 만들고 그 속에서 다양한 삶을 알게 됐을 때 미래에 대한 불안도 그만큼 줄게 되고 나만의 독자적인 인생의 행로도 정할 수 있게 된다고 조언하는 그의 이야기는 생생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여러분은 쓸모 있는 것만 해야 한다고 배워서 그것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일이라고 규정된 것 말고 다른 영역의 일을 여러분이 해보면, 앞으로 뭔가 일을 할 때도 선택을 할 때도 굉장히 도움이 될 겁니다. 쓸모 없는 일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그걸 해석하는 남다른 언어를 발달시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쓸모 있는 일만 해본 사람들은 그런 해석능력이 떨어져요. 하고 싶은 일이 쓸모 없는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시길 바랍니다.”(p.245)

이 책<<가는 길이 내길이다>>가 특별한 이유는 그저 성공한 누군가가 아래를 바라보며 자신의 성공과정을 말해주는 진부한 내용이 아닌, 아직도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며 끊임없는 성찰을 하고 있는 그들의 지난 삶과 현재에 삶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듣는 이로 하여금 당장 실천해볼만한 작은 일들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줄 뿐 아니라, 혹자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폄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을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기에 더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종합적으로, 이 책에 9명의 명사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한가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은 후에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삶을 구현해가는 것!! 이것이 곧,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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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학교 심포니 논픽션 1
가와이 마사오 지음, 김미숙 옮김, 정인현 그림 / 심포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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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점점 회색빛 도시가 늘어가고 있는 지금, 아이들은 맘껏 뛰어놀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인 우리도 점점 자연의 소중함을 잊은 채 그저 잘 짜여진 빌딩과 건물 속에서 편의와 실속만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다채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도 많은 아이들이 실내라는 물질문명의 우리에서 사육되고 있습니다.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일입니다. 아이들을 우리에서 데리고 나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하는 일, 그것이 아이들에 대한 어른의 의무입니다."(p.245)

 

일본의 몽키연구소 소장이자 유명한 아동문학작가인 저자는 자신의 지난 어린시절 자연과 부딪히면서 경험하고 느낀 심리, 감성적 변화를 섬세하고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간다. 아침에서 밤으로의 자연적 변화, 작은 곤충의 움직임까지도 놓치지 않고 디테일하게 묘사한 이야기가 마치 눈 앞에 숲과 자연이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특히, 기니피그 두 마리를 키우는 마토와 도난의 이야기는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불과 3년만에 두 마리의 기니피그가 70마리가 되어,

이 작은 동물들을 보살피기 위해 먹이를 찾으러 들판과 숲 이곳저곳을 헤매며 풀을 베어오는 두 형제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다.

 

작은 우리 안에서 과부하가 된 기니피그의 수로 서로 싸우고 소리지르고 짓밟는 모습을 보다 못해 기니피그 몇 마리를 팔기로 결심하고

막상 팔려고 하니 '이 놈은 이래서 안되고, 저 놈은 저래서 안되고' 하며 정든 마음을 감출 줄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이 참으로 예뻐보였다.

 

"기분 나쁜 비명이 줄어들자, 엄마도 정말 잘했다며 기뻐했다. 분명 한숨 돌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씁쓸했다.

깜둥이 노랑이도 없어졌고, 겨우 낯이 익은 돈코는 먹이를 주러 가면 항상 철망 사이로 혀를 내밀고 내 손가락을 핥아 주었는데......

지금은 없다. 먹이를 줄 때 손가락 끝이 근질근질해지는 것은 그 녀석이 없는 탓일까?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했다."(p.28)

 

우여곡절 끝에 30마리를 정리하고 나머지 40마리를 위해 여전히 사계절 내내 기니피그를 키우기 위한 아이들의 '먹이 구하기' 작전은 실로 치열하고 갸륵하기 그지 없다. 특히, 겨울에는 언 손을 녹여가며 황량한 들판에서 풀을 찾아내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란......

그렇게 힘겹게 풀을 베어와서 던져주면 아무리 많은 양이라도 삽시간에 먹어치우는 기니피그 모습에 황망해지고 마는 형제 모습에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식탐 많은 기니피그들은 이렇게 고생해서 벤 조릿대를 순식간에 먹어치웠고, 배가 조금 꺼지면 미친 듯이 울어댔다. 그 소리를 들으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우리는 또 곱은 손으로 미끄러운 대나무를 기어올라가 얼마 남지 않은 조릿대를 베어냈다.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기니피그를 기르는 걸까, 가끔씩 우울해졌다."(p.31)

 

기니피그를 '먹여 살리는 일'이 너무 힘든데 그래도 기니피그들이 배고파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 자신들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달려나가는 모습이 가슴 뭉클했다. 어쩌면 이 두 형제는 기니피그를 키우면서 작은 생명의 소중함과 부모님의 자신들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새삼 아이들에게 어떤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 하는 것에 애완동물을 기르게 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나 싶은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해준 대목이었다.

 

"저의 성장을 끝까지 지켜준 것은 소년 시절 자연과 이룬 깊은 교감이었다고 확신합니다. 학교에 가지 못해서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한 것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자연에서 넘칠 만큼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배우지 않아도 자연 속에서 스스로 여러 가지를 터득했다는 것입니다. 혼자서 깨우치는 버릇은 성장한 다음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중략) 소년시절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학교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에 파묻혀 자란 덕분이라고 믿습니다."(p.243)

 

어린 시절 자연으로부터 얻은 감성, 지혜, 지식 그리고 자립심, 상상력은 살면서 가장 큰 자산이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제 다 자란 어른이 되어서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 내 자신이 아쉽다. 하지만, 이제라도 자연이 주는 풍성함을 알게 된 것이 참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더불어 편리한 실내와 현란한 영상 미디어 매체가 아닌 자연 속에 풍덩 빠져 삶을 자유롭게 유영해보고 싶어졌다. 그 속에서 스스로 깨우쳐갈 '앎'과 '생명'들의 향연에 큰 기대를 품어본다.

 

 

 

p.s: 이 서평은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 도서 지원으로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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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 - IS(이슬람국가)에 대해 당신이 아직 모르는 것들
이케우치 사토시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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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야 이슬람국가 이야기

그들의 존재를 알게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9.11테러로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고 갔던 그들. 적어도 우리와는 조금은 이야기이겠거니 생각하던 찰나에 2004년부터 자행된 참수사건에 우리 나라 사람인 김선일씨가 포함되었다.

나는 아직도 때의 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었지만 거짓말처럼 그는 그들로 하여금 목이 잘려나갔고 우리를 엄청난 충격에 빠뜨렸다. '이게 비단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구나'라고 느끼면서 벌써 10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악의적인 행동으로 전세계를 위험에 몰고 가는지 근본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음이 답답했다. 그리고 답답함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최근 각국의 젊은이들이 잔인무도한 단체에 가입하기 위해 이슬람국가로 향하고 있다고 하니 과연 그들의 매력(?)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이들이 보여주는 미디어적 요소로 인해 그들이 빠져든 것인 분명할텐데..... 조차 치밀한 계산에 의해 재현되는 것이라고 하니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새삼 미디어의 힘을 느낀다. 영상과 잡지, 여러 매체를 적극 활용하는 그들의 스마트함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쉽게 접근할 있는 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런 분야의 책을 거의 읽지 않은 나로서는 낯선 어휘와 정치이념 등에 쉽게 페이지가 넘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국가와 국가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우리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면밀히 살펴봐야 시대를 살고 있다.

 

실제로 거대담론이나 나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타국의 사건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있는게 우리의 일상이다. 단순히, 어떤 변화에 대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기보다 계속 문제되고 있는 국제화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야 우리가 나은 사회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은 한번 읽어봐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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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힐까 - IS(이슬람국가)에 대해 당신이 아직 모르는 것들
이케우치 사토시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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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야 할 이슬람국가 이야기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9.11테러로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고 갔던 그들. 적어도 우리와는 조금은 먼 이야기이겠거니 생각하던 찰나에 2004년부터 자행된 참수사건에 우리 나라 사람인 김선일씨가 포함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 때의 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었지만 거짓말처럼 그는 그들로 하여금 목이 잘려나갔고 우리를 엄청난 충격에 빠뜨렸다. '이게 비단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구나'라고 느끼면서 벌써 10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런 악의적인 행동으로 전세계를 위험에 몰고 가는지 근본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음이 답답했다. 그리고 그 답답함이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최근 각국의 젊은이들이 이 잔인무도한 단체에 가입하기 위해 이슬람국가로 향하고 있다고 하니 과연 그들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이들이 보여주는 미디어적 요소로 인해 그들이 빠져든 것인 분명할텐데.....그 조차 치밀한 계산에 의해 재현되는 것이라고 하니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새삼 미디어의 힘을 느낀다. 영상과 잡지, 여러 매체를 적극 활용하는 그들의 스마트함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런 분야의 책을 거의 읽지 않은 나로서는 낯선 어휘와 정치이념 등에 쉽게 페이지가 넘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국가와 국가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우리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시대를 살고 있다.

 

실제로 거대담론이나 나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타국의 사건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있는게 우리의 일상이다. 단순히, 어떤 변화에 대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기보다 계속 문제되고 있는 국제화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야 우리가 더 나은 사회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봐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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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게 물어봐요 - 생각을 키우는 철학 이야기
박남희 지음 / 종이책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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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생각이 나의 삶을 바꾼다

우리의 각박한 사회와 현실 속에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하지만 이 '철학'이 왜 중요한지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 책은 간단하면서도 친절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힘없고 희망이 없는 노숙인과 정체성 확립이 되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철학교육을 위해 오랫동안 애써온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과연 어떻게 이 어려운 철학을 쉽게 풀어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생각하는 일은 사람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은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만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의 문제입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철학입니다. 철학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지, 왜 이것이 아니고 저것이어야만 하며, 왜 다른 것들은 안 되고 그것이어야만 하는지 등에 대해 묻고 답합니다."

 

​지금껏 몇몇 철학책을 읽었지만, 이 처럼 쉽고 마음에 와닿게 설명을 해준 책은 없었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품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우리 아이들이 묻는다면, 이 대답으로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 역시도 이 글귀를 통해 '철학'의 중요성을 다시금 돌이킬 수 있었다. ​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다시 되물으면서 이전보다 더 넓게,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뻗어가는 것, 그래서 이전에는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것들을 달리 생각하고 깨달아 행하는 일, 그것을 우리는 철학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철학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지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소중한 가치인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성도 키우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미처 가르쳐주지 않은 일들도 스스로 해나갈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어른들의 사고에서 위험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미 굳어버린 생각이 아닐까 싶다.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진 생각이 더욱 진취적인 행동과 실천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하지만, 이렇듯 철학을 하는 습관을 통해 어릴 때부터 누구나 당연히 여기는 것을 뒤집어보고 다시 되물어보면서 깊이 생각하기를 실천해간다면 그 삶은 누구보다 창의적이고 특별한 삶이 될 것이다.

 

 

목차를 보면 책이 어떤 맥락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지 알수 있다. 모든 세계가, 특히 철학에서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누구인지 존재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타인으로 확장해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세상으로 뻗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보고 배우고 알아가느냐를 인식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혼란스러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사실'과 '진실' 사이의 판단이다. 보이는 것에 대해 어떤 해석을 할 수 있느냐도 이 철학에 달려있다. 보다 깊은 생각으로 통찰하기 위한 요소요소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실으려 애쓴 작가의 노력이 대단해 보인다.

 

어른인 우리조차 막연하게 느끼는 '죽음'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여길 수 있도록 풀어낸 것을 보면서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더 밝고 사려깊고 보다 실천적이며 이타적인 삶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거란 기대가 생겨났다.

 

 

 


p.s: 이 서평은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 도서 지원으로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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