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이 내 길이다 - 걷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아홉 가지 이야기
김탁환 외 지음, 김창남 엮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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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자신만의 길을 걷는 9가지 방법

다른 길을 찾고 다른 삶을 기획하는 상상력은 실제로는 매우 근원적이고 전복적인 성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독자들이 바로 그런 근원적이고 전복적인 성찰의 경험으로 읽기를 바란다.” (p.17)

9명의 명사들의 굴곡지면서도 주체적인 삶 이야기를 엮은 김창남은 성공회대 교수로 지내면서 자신의 학생들에게 대안적 길을 알려주고자 굴곡진 삶을 살면서도 자신의 길을 개척해온 강사들을 섭외해서 10년 넘게 매스컴 특강을 이끌어 왔다. 이 과정에서 수강 학생들은 사전 인터뷰와 영상 제작, 홍보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진행하였고 이 내용은 매년 책으로 출간된다.

이 책의 첫 번째 주인공은 한 때 mbc 방송국의 간판 PD이자, 이화여대 교수, OBS 사장, 현재는 아주대 교수로 재직 중인 주철환이다. 자신을 운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가 가진 감수성과 열정은 그의 가장 큰 자산이자 그를 행운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재료이다. 글을 엮은 김창남 교수는 그에 대해 무엇보다도 그가 단지 평범한 방송 PD에 머물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글을 쓰는 PD였다는 데 있다. 그는 늘 글을 쓴다.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묶인 그의 글에는 어려운 단어나 현학적인 문장이 등장하지 않는다. 쉽고 소박한 문장 속에 삶의 결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과 지혜가 드러난다.”(p.6)라고 말한다. 

올해 60살인 주철환은 아직도 도전을 즐긴다. 사람들이 비웃는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그들이 비웃는 이유를 열등감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사회가 정한 기준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인생의 트랙을 만들어 나만의 트랙을 달리라고 권한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자신감과 자기 적성이다. 적성은 자신이 무얼 해야 행복할 지 아는 것이며, 그래서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로 인한 자신의 행복이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성공적 인생이라고 권면한다.

이 책의 두 번째 주인공은 소설가 김탁환이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대학 교수직을 내려놓은 그. <불멸의 이순신>,<황진이>와 같은 유명 드라마와 영화들의 원작자로 소설계의 인생의 판로를 다시 개척했다. 장편소설을 잘 쓰기로 정평이 난 그는 이에 대한 비법으로 궁리일기를 추천한다.

“’궁리일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전부 적는 거죠. 이것이 제가 교수 시절 소설 창작 기초수업에서 한 학기 동안 했던 일입니다. 소설을 쓰겠다고 수업에 들어와 있는 학생들에게 소설은 못 쓰게 하고 맨날 일기만 쓰게 해요. 100일 동안 본인이 쓰려고 하는 걸 고민한 뒤에 그걸 충실히 기록해내면 좋은 성적을 주고 소설은 다음 학기에 쓰게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죽음이라는 주제를 주면 학생들은 100일 동안 죽음에 대해서만 고민을 하는 거죠. 어떻게 죽을까, 왜 죽을까, 자살, 타살, 오만 가지 죽음에 관해서 다시 100일 동안 리포트를 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소설의 수준은 쓰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고 믿는 편이거든요.”(p.72)

하나의 주제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접근해서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세 번째 주인공은 영화 제작자였고 지금은 뮤지컬 기획자인 유인택이다. 고등학교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던 큰 형이 사형선고를 받는 풍파를 겪고 나서도 열심히 공부한 끝에 서울대 약대에 진학했지만 사회적 배경이 너무 혼미하고 어지러웠던 상황에서 학업에 열중하기 어려웠다. 마침 연극반 친구를 통해 연극을 만나게 되고 이때부터 연극에 혼신의 힘을 바치게 된다. 이후 학생시위에 가담해서 1년간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이때 독방에서 읽은 500여권의 책이 자신의 삶에 매우 큰 자산이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는 어떤 것이든 좋아해서 단단히 미치면 당연히 공부를 하게 되고 열정을 쏟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미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관계를 너무 이해타산적으로 하기보다는 자신이 하려는 목표와 철학이 맞는 사람들과 진실한 대화를 나누면서 미래를 설계해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다음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진짜 스토리텔링의 본질은 무엇이며 나와 지역, 사회 안에서 스토리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해 지역스토리텔링 연구소장 김태훈의 강연이 이어진다. 그가 말하는 스토리텔링이란 밖으로 잘 보여지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시작된,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것. 더 나아가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어디서부터 왔으며, 누구이고, 앞으로 어디로 갈지에 대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곧 스토리텔러라고 정의한다.

스토리텔링은 을 얻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내세우는 잣대와 저울에 수동적으로 평가만 받을 게 아니라, 나 스스로 힘을 갖고 사회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스토리텔링입니다. 힘이 있는 사람은 기성사회가 제시하는 선택지 대신 다른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협상력이 생기는 것이죠.(중략)스토리텔링에서도 함께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고 효과적입니다. 세상을 향해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함께 스토리텔링을 하면 그만큼 힘이 생기고, 우리를 위한 공간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p.119)

다음은, 민중가요 노래패 활동에서 비롯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대표였다가 지금은 성남문자화재단 문화진흥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보성의 이야기다. 그는 경험은 없고 스펙과 계산에만 치중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 대해 통탄을 금치 못한다.

수많은 정보와 관계망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누군가를 지도하고, 누군가에게 협조하면서 생기는 무수한 시행착오들을 학부 때 경험하지 않고 졸업해버리면 이후에는 그런 기회들이 엄청나게 줄어들어요. “너는 왜 이리 오지랖이 넓니, 일도 못하면서하고 부모님과 교수님이 걱정해도,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발군이 될 수 있어요. 앞으로는 네트워크가 여러분의 생존방식이 될 것입니다.”(p.128)

그는 성공적인 네트워크를 위해서는 수직적인 연대가 아닌 느슨한 수평 연대 구조로 함께 주도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선한 의지와 높은 안목을 가지고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라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NGO활동을 열심히 찾아서 경험해보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이 좋아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 세계적으로 이바지 할 일을 찾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다음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됐을 인물은 최서윤이다. 언론사 취업준비를 하던 그녀는 번번히 낙방을 하면서 문득 힘들게 언론사에 취업을 해 봤자 자기가 원하는 목소리를 맘껏 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 자기만의 매체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되어 <<월간잉여>>라는 잡지를 만들어 1인 기업으로 창업하게 된다.

매달 시의성 있는 기사와 이슈들을 모아서 잉여만의 남다른 시선으로 독자적 기사를 뿜어내는 <<월간 잉여>>는 창업자 본인도 생각지 못하게 많은 이들로 하여금 진한 공감과 위로를 불러일으켜 이윤과 가시적 성장과는 별개로 어디서도 만들어내지 못할, 내외부적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성장하려면 우선 스스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피해의식이나 열등감이 없어야 하고, 정신승리를 잘해야 하겠죠. 피해의식이나 열등감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좋은 면을 그대로 볼 수가 없어요. 사실 잉여로 사는 기간이 길어지면 밝은 잉여, 피해의식 없는 잉여가 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럴수록 본인과 접점이 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우정을 쌓아야 하고, 더불어 멘탈 관리를 위한 자기만의 방법이 필요한 것 같아요”(P.163)

오히려 취업을 위해 고뇌하고 성찰할 수 있는 지금 이 시대가 이전보다 더 성장하기 좋은 기회라고 말하는 긍정적인 그녀의 조언은 그가 직접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가며 고뇌하고 있는 젊은이이기 때문에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더욱 와 닿으리라 생각된다. 이 과정 안에서 자기발견과 치유를 위한 글쓰기를 강력히 추천한 그녀는 역시 뼛속까지 언론인이 아닐까 싶다. 긍정과 자기성찰의 힘, 추진력을 겸비한 그녀의 앞날이 오히려 더욱 기대된다.

한편 지역의 공간을 살리고 커뮤니티와 문화를 재구성하는 데에 큰 공로를 세웠고 지금은 늘장이라는 대안적 시장을 만들어 활성화하고 있는 최정한은 지역이 살고 그 지역의 새로의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공간을 통해 사회적 경제활동을 확대하고 자본주의의 야수적 경쟁구도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한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삶을 지켜나가고 지역의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노력 없이는 그 동네를 지키기 힘들다는 것을 인사동 활동에서 경험했습니다.”(p.188)

다음으로, ‘노머니 라이프의 창시자 박활민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카이홀맨이라는 캐릭터로 광고계의 큰 히트를 친 그래픽 디자이너로 성공의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문득 산업디자이너로 사는 자신의 삶이 자기 삶을 살리는 일이 아닌, 산업사회를 활성화 시키는 일에 불과하다는 점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지금 세대들은 삶이 외부로부터 공급받는 거라고 생각한대요. 이게 진짜 무서운 말이거든요. 더는 삶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는 의미인 거죠. 공급이 끊어지면 나도 죽는다고 생각한다는 거고 그래서 더 좋은 공급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해야만 한다는 거예요. 저는 산업자본주의에 완전히 갇힌 상태라고 생각합니다.”(p.207)

이후 자본주의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기 스스로의 삶 디자인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길은 돈을 벌기 위한 시간 함몰이 아닌, ‘조화롭고 균형 있는 삶을 위한 시간 확보'였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급노동을 하는 삶. 그것이 그가 추구하는 노머니 라이프이다.

돈이 아닌 것에 눈을 뜨자는 거예요. 노머니라이프는 돈 없이 구질구질하게 살자는 게 아니에요. 시간을 확보하자는 거죠. 먹고사는 문제에 시간을 쏟아붓는 임금노동의 뺑뺑이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나의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시도해보는 거예요. 저는 근본적으로 삶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인간의 사고(思考)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내 삶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내 사고의 프레임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p.213)

삶에 이익이 되는 모든 것을 자원으로 보는 경제를 노머니 경제라고 말하는 그. 자본주의에서는 오직 돈만을 가치로 보지만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게 모두 자원이라는 그의 관점이 매우 신선하고 놀랍기만 하다.

이제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나 '다른 배움'을 만들어보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전효관의 이야기다. 그는 서울 영등포에 청소년 직업체험센터이자 대안교육의 장인 하자센터를 만들기를 시작으로 청년들의 네트워크와 혁신적 삶 모색을 위한 장 청년허브를 만든 장본인이다. 청소년과 청년의 삶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그는, 청년들이 스펙과 결과를 중시하는 것에 대해 설령, 자신이 추구하는 일에 사전지식과 경험이 없다고 해도 일단 직접 그 안에 뛰어들라고 조언한다. 최근 젊은이들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할 수 있다고 믿으며 망설이는 것에 대한 반론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그런 유연한 사고와 행동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그러한 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가 아까부터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이 청년들의 일 경험이에요.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어느 장에 몸을 담가 경험을 하면 그것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가 있거든요. 꿈이란 현실적인 근거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어떤 일에서 구체적인 경험을 하면 그 꿈의 형태가 구체화될 수 있어요. 근데 그런 게 없으면 물질적 기초가 없으니까 공상이 돼버리죠. 그래서 젊은 세대가 일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설계해 만들어줘야 합니다.”(p.237)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장을 만들고 그 속에서 다양한 삶을 알게 됐을 때 미래에 대한 불안도 그만큼 줄게 되고 나만의 독자적인 인생의 행로도 정할 수 있게 된다고 조언하는 그의 이야기는 생생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여러분은 쓸모 있는 것만 해야 한다고 배워서 그것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일이라고 규정된 것 말고 다른 영역의 일을 여러분이 해보면, 앞으로 뭔가 일을 할 때도 선택을 할 때도 굉장히 도움이 될 겁니다. 쓸모 없는 일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그걸 해석하는 남다른 언어를 발달시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쓸모 있는 일만 해본 사람들은 그런 해석능력이 떨어져요. 하고 싶은 일이 쓸모 없는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시길 바랍니다.”(p.245)

이 책<<가는 길이 내길이다>>가 특별한 이유는 그저 성공한 누군가가 아래를 바라보며 자신의 성공과정을 말해주는 진부한 내용이 아닌, 아직도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며 끊임없는 성찰을 하고 있는 그들의 지난 삶과 현재에 삶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듣는 이로 하여금 당장 실천해볼만한 작은 일들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줄 뿐 아니라, 혹자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폄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을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기에 더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종합적으로, 이 책에 9명의 명사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한가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은 후에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삶을 구현해가는 것!! 이것이 곧,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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