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학교 심포니 논픽션 1
가와이 마사오 지음, 김미숙 옮김, 정인현 그림 / 심포니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점점 회색빛 도시가 늘어가고 있는 지금, 아이들은 맘껏 뛰어놀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인 우리도 점점 자연의 소중함을 잊은 채 그저 잘 짜여진 빌딩과 건물 속에서 편의와 실속만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다채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도 많은 아이들이 실내라는 물질문명의 우리에서 사육되고 있습니다.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일입니다. 아이들을 우리에서 데리고 나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하는 일, 그것이 아이들에 대한 어른의 의무입니다."(p.245)

 

일본의 몽키연구소 소장이자 유명한 아동문학작가인 저자는 자신의 지난 어린시절 자연과 부딪히면서 경험하고 느낀 심리, 감성적 변화를 섬세하고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간다. 아침에서 밤으로의 자연적 변화, 작은 곤충의 움직임까지도 놓치지 않고 디테일하게 묘사한 이야기가 마치 눈 앞에 숲과 자연이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특히, 기니피그 두 마리를 키우는 마토와 도난의 이야기는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불과 3년만에 두 마리의 기니피그가 70마리가 되어,

이 작은 동물들을 보살피기 위해 먹이를 찾으러 들판과 숲 이곳저곳을 헤매며 풀을 베어오는 두 형제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다.

 

작은 우리 안에서 과부하가 된 기니피그의 수로 서로 싸우고 소리지르고 짓밟는 모습을 보다 못해 기니피그 몇 마리를 팔기로 결심하고

막상 팔려고 하니 '이 놈은 이래서 안되고, 저 놈은 저래서 안되고' 하며 정든 마음을 감출 줄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이 참으로 예뻐보였다.

 

"기분 나쁜 비명이 줄어들자, 엄마도 정말 잘했다며 기뻐했다. 분명 한숨 돌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씁쓸했다.

깜둥이 노랑이도 없어졌고, 겨우 낯이 익은 돈코는 먹이를 주러 가면 항상 철망 사이로 혀를 내밀고 내 손가락을 핥아 주었는데......

지금은 없다. 먹이를 줄 때 손가락 끝이 근질근질해지는 것은 그 녀석이 없는 탓일까?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했다."(p.28)

 

우여곡절 끝에 30마리를 정리하고 나머지 40마리를 위해 여전히 사계절 내내 기니피그를 키우기 위한 아이들의 '먹이 구하기' 작전은 실로 치열하고 갸륵하기 그지 없다. 특히, 겨울에는 언 손을 녹여가며 황량한 들판에서 풀을 찾아내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란......

그렇게 힘겹게 풀을 베어와서 던져주면 아무리 많은 양이라도 삽시간에 먹어치우는 기니피그 모습에 황망해지고 마는 형제 모습에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식탐 많은 기니피그들은 이렇게 고생해서 벤 조릿대를 순식간에 먹어치웠고, 배가 조금 꺼지면 미친 듯이 울어댔다. 그 소리를 들으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우리는 또 곱은 손으로 미끄러운 대나무를 기어올라가 얼마 남지 않은 조릿대를 베어냈다.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기니피그를 기르는 걸까, 가끔씩 우울해졌다."(p.31)

 

기니피그를 '먹여 살리는 일'이 너무 힘든데 그래도 기니피그들이 배고파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 자신들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달려나가는 모습이 가슴 뭉클했다. 어쩌면 이 두 형제는 기니피그를 키우면서 작은 생명의 소중함과 부모님의 자신들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새삼 아이들에게 어떤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 하는 것에 애완동물을 기르게 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나 싶은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해준 대목이었다.

 

"저의 성장을 끝까지 지켜준 것은 소년 시절 자연과 이룬 깊은 교감이었다고 확신합니다. 학교에 가지 못해서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한 것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자연에서 넘칠 만큼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배우지 않아도 자연 속에서 스스로 여러 가지를 터득했다는 것입니다. 혼자서 깨우치는 버릇은 성장한 다음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중략) 소년시절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학교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에 파묻혀 자란 덕분이라고 믿습니다."(p.243)

 

어린 시절 자연으로부터 얻은 감성, 지혜, 지식 그리고 자립심, 상상력은 살면서 가장 큰 자산이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제 다 자란 어른이 되어서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 내 자신이 아쉽다. 하지만, 이제라도 자연이 주는 풍성함을 알게 된 것이 참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 더불어 편리한 실내와 현란한 영상 미디어 매체가 아닌 자연 속에 풍덩 빠져 삶을 자유롭게 유영해보고 싶어졌다. 그 속에서 스스로 깨우쳐갈 '앎'과 '생명'들의 향연에 큰 기대를 품어본다.

 

 

 

p.s: 이 서평은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 도서 지원으로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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