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 - 협력을 통해 무리에서 사회로 도약한 이야기
윌리엄 폰 히펠 지음, 김정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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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윌리엄 폰 히펠은 미국 알래스카에서 자랐으며 예일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에서 10여 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금은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대학교에서 심리학 교수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100편이 넘는 글을 발표했으며, 이 책은 로런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15분짜리 팟캐스트를 듣고 연락해 책을 써보라고 격려한 데서 시작됐다. 책에 나온 발상들은 대부분 퀸즐랜드 대학교의 탁월한 학자들과 심리학과 진화 센터 연구진 사이에 벌어진 담론과 발표, 토론에서 형성되었다.

윌리엄 폰 히펠이 연구한 진화 심리학은 진화가 우리의 유전자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래서 우리 마음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다루는 이야기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심리를 형성하는 데는 환경도 한몫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 어떤 방향으로 나가느냐에는 우리의 문화, 가치관, 선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친화력, 인간과 침팬지를 가르다, 친화력은 진화에 어떻게 발현했나, 인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 친화력 이렇게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과 침팬지는 같은 조상에서 진화했지만, 우리 조상은 600~700만 년 전 열대 우림을 떠나 아프리카의 대초원, 사바나로 이주했다. 무슨 이유에서 안전한 나무를 떠나 땅으로 내려왔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것을 계기로 나무에서 생활하는 침팬지와는 다르게 진화했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사바나의 생활은 포식자에게 더 유리한 상황이었기에 우리 조상은 살기 위해 서로 협력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사바나 생활을 겨우겨우 버텨내는 사이 인류의 몸은 중요한 변화를 겪는다. 뇌의 크기가 처음엔 침팬지(380g)보다 조금 더 큰 450g이었는데, 150만 년이 흐른 뒤 호모 에렉투스의 뇌는 960g,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1,350g으로 사바나에서 진화한 처음 300만 년 동안 뇌의 크기는 1kg 가까이 커졌다. 뇌가 커지는 것과 같이 우리 사회관계 능력이 발달해 협력과 분업으로 역량을 키운 우리는 드디어 먹잇감에서 최강의 포식자로 올라섰다. 책은 여러 실험을 예로 들어가며 개코원숭이, 코끼리, 침팬지와 같은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에 관해 설명한다. 많은 실험과 연구 결과를 보며 우리 인류는 동물로부터 이렇게 발전해 왔구나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도록 마냥 행복에 젖을 줄 몰랐기 때문에 한층 더 높은 목표를 이뤄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인류는 엄청난 발전을 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방대한 양의 내용이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어려운 단어가 많지 않은 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다음에 당장이라도 돈을 쓰고 싶어 좀이 쑤시거든 쾌락을 얻는 투자로는 물건을 사기보다 경험을 사는 쪽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우리가 소유한 물건은 지위 목표를 새로 설정하는 순간 매력을 잃지만, 우리가 체험한 일은 우리 안에 남는다. 긍정적인 체험은 가족과 친구에게 들려줄 이야기 즉 가장 중요한 기억을 남길뿐더러, 체험이 끝난 뒤에도 만족이 오랫동안 이어진다. (p.324)

작가는 인류의 진화를 살펴보며 물질의 풍요보다 경험의 풍요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얘기하며 과거 조상들의 삶을 매개로 현재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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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특서 어린이문학 1
이상권 지음, 전명진 그림 / 특서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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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은 작가가 되고 난 뒤에 호랑이 이야기를 쓰는 것이 그의 숙명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호랑이의 역사가 우리 조상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호랑이는 숱한 신이 되어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조상들을 위로해 주었다고 생각해 1990년부터 많은 호랑이 이야기를 소설로 썼는데, 너무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작품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주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앞잡이 노릇을 한 조선인 사냥꾼들에게 죽어간 호랑이 이야기였는데, 민족의식이 너무 강하다 보니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동화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우리는 호랑이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고, 작가 이상권은 우리 교과서에서도 호랑이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 2021년 8월 조선 호랑이 멸종사를 밝힌 '위험한 호랑이 책 : 그 불편한 진실'을 냈다. 몇 달 전 위험한 호랑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 호랑이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상권 작가는 정말 많은 연구와 자료를 수집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 그가 호랑이에 관한 책을 또 냈다니 내용이 정말 궁금했다.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는 한밤중에 숲속을 돌아다니다가 만난 호랑이가 들려준 것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의 주인공 호랑이인 허산은 백호로 태어나 검은 늑대 무리에 쫓겨 마을로 내려와 개 젖을 먹고 사람 손에 자랐다. 주변 동물들은 백호가 앞으로 산신령이 될 운명이라 얘기하지만 정말 허산은 아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허산을 만나는 모든 사람과 동물은 홀린 듯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방법을 알려달라고 묻는다. 백호 허산은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면 돼."라는 것 이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지만, 허산을 만난 사람과 동물은 해결책을 찾고, 고마워한다.

책은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어려운 문장 없이 술술 넘어간다. 그러면서 감동과 해학이 존재한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많이 떠오를 거야. 꿈이 생겨난다는 뜻이지.라는 부분은 이 책을 아주 잘 정리한 문장이다.

총 215페이지로 되어 있어 짧지 않지만, 내용이 재밌고 쉬워 초등 3~4학년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동화인 듯하다. 중학생이 읽어도 괜찮은 책이라 생각될 정도로 나이에 맞게 그냥 읽어도 좋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도 있는 동화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 이상권의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구나! 그런데 훨씬 대중적이고 받아들이기 쉽게 쓰여 멋진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닌듯하다. 이 책은 2021 우수 출판 콘텐츠 선정작으로 새 교과과정 교과서에 수록된다고 하니 작가는 그의 꿈을 이룬 것이리라. 호랑이라는 콘텐츠로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드디어 교과서에 수록되는 작품

을 쓴 작가 이상권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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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의 꿈을 찾아라 -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김종갑 지음 / 비비투(VIVI2)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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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종갑은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상업교육학을 전공했고, 경희대학교 대학원 컨벤션·관광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바탕으로 현재는 해성 국제 컨벤션 고등학교 교장이며, 국내 최초 컨벤션고 설립에 따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코이의 꿈을 찾아서'라는 그가 30여 년간 교직에 있으며 그 만의 교육 철학을 담아낸 책이다. 어떻게 학급 운영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후배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위해 집필했다고 하는데, 90% 이상 내용이 현직 교사를 위한 것이기에 학부모 입장에서 책을 본 나는 어떤 부분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책은 배움의 힘이 가르치게 한다, 성장하는 학급 경영 솔루션, 왜 학교를 사랑해야 하는가, 학급 자존심을 높여라, 교실은 소통 공간이다, 삶을 배우는 공동체 학교 이렇게 6개의 주제로 33개의 사회법칙을 기반으로 저자의 경험을 녹여 쓰였다.

예를 들면,

관성의 법칙 :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그 상태로 운동하려고 하고,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

저자는 학급 운영에도 관성의 힘은 유용하게 작용한다고 서술한다. 교사가 직접 나서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공부하는 사람은 계속 공부만 하려 하고, 쉬고 있는 학생은 계속 쉬려고만 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그냥 내버려 두면 현재 상태에 정지하려는 경향이 있고, 좀 더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기가 쉽지 않으니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 능력을 발견하도록 돕고,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며 그렇게 되려면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같이 각각의 법칙마다 교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는 책이다. 대부분이 후배 교사를 위해 쓰였지만 72 대 1의 법칙(자신이 결심한 사항을 72시간, 즉 3일 내에 행동하지 않으면 단 1%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이나, 보편형 인재와 맥락형 인재를 비교해 놓은 부분(p.218)이 있는데 그 부분만큼은 학부모로써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팬데믹 이후 교육 현장은 학습자 주도성, 학생 중심 교육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2년째 아이들이 제대로 학교를 못 가고 공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학부모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책의 표지에 '매움에 참여하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한층 즐거운 교육 모험을 위한 33가지 GPS'라는 글이 있어 책을 읽어봤는데, 교사에게는 충분히 GPS가 될 만한 책이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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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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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정일은 문화사회학자, 역사와 문화 관련 저술 활동을 하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이다. 한국의 10대 강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산 500여 곳을 오르기도 했다. 부산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걷고서 해파랑길을 만드는 데도 기여했으며, 현재는 '우리 땅 걷기' 대표를 맡고 있고, 다음 카페 '길 위의 인문학_우리 당 걷기'에도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는 도보 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 황토현 문화연구소를 발족하여 동학과 동학 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쳤고, 1989년부터는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그가 쓴 책만 해도 70권이 넘는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이 시대에 천재란 무엇이고, 천재의 소명을 무엇인가?를 짚어보기 위해 썼다고 한다. 우리 역사 속에 많은 천재들의 삶을 추적하면서, 천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되짚어 보며 이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이 책이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책에는 어긋난 세상일에 번민한 비운의 천재 문사 김시습, 주자의 성리학을 조선의 성리학으로 만든 천재 학자 이이, 뜨거운 얼음 같은 천재 시인 정철, 이익이 경탄한 천재 문장가 이산해, 조선의 천재 여류 시인 허난설헌, 『산경표』를 완성한 실천적 천재 지리학자 신경준, 유배지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천재 정약용, 실사구시로 추사체를 완성한 천재 중의 천재 김정희, 조선을 지킨 마지막 천재 황현 이렇게 9명의 천재 이야기가 있다.

천재 한 명에 50쪽도 안되는 분량이지만,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해왔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예를 들면, 율곡 이이가 세 살 때 외할머니가 석류를 손에 들고 "이것이 무엇 같으냐?"라고 물었을 때, "석류 껍질 속에 붉은 구슬이 부스러졌습니다."라고 대답해 그때부터 천재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쓰여있다. 글을 배우기 시작한 여섯 살에는 『진복창전』이라는 글을 지어 사람의 됨됨이를 평하기도 했다.

성숙한 군자는 마음속에 덕을 쌓는 까닭에 늘 태연하고, 성숙하지 못한 소인은 마음속에 욕심을 쌓는 까닭에 마음이 늘 불안하다. 내가 진복창의 사람됨을 보니 속으로는 불평불만을 품었으되, 겉으로는 태연한 척한다. 이 사람이 벼슬자리를 얻게 된다면 나중에 닥칠 걱정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p.51)

16세에 어머니 신사임당의 죽음으로 3년간 묘막 생활을 하며, 율곡은 심각한 회의에 빠져들었고 풀리지 않는 생사의 고민에 휩싸였다. 3년 상을 치르고 난 후 19세에 인생의 실상을 깨닫는 방법, 즉 '돈오'라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되어 불문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금강산에 들어가 '의암'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논어』를 읽다가 홀연히 깨달음을 얻어 짐을 꾸린 뒤 산을 내려왔다. 23세에 퇴계 이황을 만나 스승으로 섬기며 학문적 보완 관계를 이어나갔다. 율곡은 퇴계가 이룩한 학문적 성취를 바탕으로 조선의 시대 상황에 맞춰 성리학을 재해석했다. 그 이후로 유성룡과의 만남, 10만 대군 양병설 이야기와 율곡이 꿈꾸던 사회가 서술되어 있다. 도보여행가답게 자운산 자락에 있는 율곡의 부모와 율곡 내외를 비롯한 가문의 묘와 자운서원, 강릉 오죽헌 율곡이 태어난 방과 신사임당의 동상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방대한 양의 자료 조사를 어떻게 했을까?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가 가장 궁금했다. 그 외에도 각 천재를 바라보는 시각에 뚜렷한 주관이 느껴졌다. 율곡과 퇴계는 기호학파와 영남학파를 대표하는 경쟁 관계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율곡은 퇴계가 이룩한 학문적 성취를 바탕으로 조선의 시대 상황에 맞춰 성리학을 재해석한 것이다.라고 단정을 지은 부분이 그러하다. 서문에서 이 책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한 작가의 말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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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이후의 삶 - 지속가능한 삶과 환경을 위한 '대안적 소비'에 관하여
케이트 소퍼 지음, 안종희 옮김 / 한문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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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적으로 정해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욕구 만족 체계를 '회복'하기만 하면 소비주의의 부정적 결과가 바로잡힐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자본주의 소비문화가 인간 소비의 이런 특징을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인 것처럼 생각하는 입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자연적인 발전으로 보는 사람들의 견해에 반대한다.(p.39)

모든 사람이 품위 있는 생활 수준을 누리려면, 원칙적으로 물질적 재화에 대한 집착을 중단하고 영적인 만족을 더 많이 추구하는 방식으로 욕망(또는 비기본적인 필요)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간 번영의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p.193)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올바른 평가의 중요성을 말할 필요가 있다.(p.195)

작가 케이트 소퍼는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로 편집위원, 기자, 번역가로 정치, 철학, 페미니즘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특히 환경철학, 욕구 이론과 소비에 관해 폭넓은 사유와 독창성으로 다양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글을 써 왔는데, 그 결정판이 바로 '성장 이후의 삶'이 아닐까 생각된다.

심각해진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 불평등과 불안한 노동환경은 우리에게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삶의 태도와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한다. 나조차도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경운동가가 된다거나 물건을 사고 쓰레기를 버리는데 많은 생각을 하고 살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이제 지구가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제발 나 좀 봐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래서 찾아보고 알아보기 시작한 지구 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끔찍했다. 매년 옷을 사면서 안 입는 옷은 다른 누군가가 입어주길 바라며 헌 옷 수거함에 넣곤 했는데, 그 옷이 어디로 가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옷은 인도나 다른 개발도상국으로 수출이 되고 수출된 옷은 너무 많아 산맥을 이루고, 그 옷더미 위를 소가 다니며 먹이인 줄 알고 합성섬유를 소가 입으로 뜯어먹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장면은 철새가 머무는 섬이었는데 어미 새가 플라스틱이 먹이인 줄 알고 새끼 새에게 먹이는 장면을 봤다. 자기 새끼에게 플라스틱을 먹이고 싶은 어미가 어디 있을까? 지금 내 눈앞에 쓰레기가 치워졌다고 지구에서 없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으면 알았을 텐데 그것조차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얼마 전 동남아에서 우리나라 폐기물을 더 이상 안 받겠다고 했을 때에야 그 많은 폐기물을 수출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잘 사는 나라는 그들의 폐기물을 다른 나라에서 처리한다. 그러면서 자본으로 무마시키려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지구는 하나라는 걸 너무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환경 사진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겠지만 거기에 대한 답을 어디서 찾을지 막막했는데, 이 책 '성장 이후의 삶'에서는 그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책은 생각을 전환하라, 왜 지금 '대안적 쾌락주의'인가?, 끝없는 소비의 불안한 즐거움, 노동의 종말 그 이후, 대안적 쾌락주의의 상상력 '다른 즐거움', '번영'이란 무엇인가?, 녹색 르네상스를 향하여 이렇게 총 7개의 장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소비의 수준이 바로 당신의 수준이라고 속삭이는 광고에 제발 속지 말라고, 더 큰 소비가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소비로 욕망을 채우는 것보다는 영적인 만족을 더 많이 추구하는 방법으로 욕망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간 번영의 개념을 넓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물질문명이 앗아간 고유한 삶의 즐거움에 주목하라고 그렇게 하려면 좀 더 느린 삶을 택하라고 한다.

요즘 학교에서는 환경이란 과목이 생겨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환경교육을 모두 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어른은 그런 교육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고, 시간도 여유롭지 못하다. 이제 환경을 지키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성장 이후의 삶'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다. 이 책은 지구 환경에 대해 조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너무 많기에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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