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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2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7월
평점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태어난 작가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부조리한 시대를 살며, “인간은 의미 없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방인』(1942)은 그가 ‘부조리 철학’을 문학적으로 구현한 대표작으로, 삶과 죽음, 사회적 규범, 그리고 인간의 존재 의미를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른다.”
이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주인공 뫼르소의 무감각한 시선으로 전개된다. 그는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만, 슬픔 대신 덥고 피곤한 감정만을 느낀다.
장례식 다음 날, 그는 우연히 직장동료였던 마리를 만나 바다로 가고, 영화를 보고, 잠을 잔다. 어머니의 죽음은 그의 일상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뫼르소의 주변 사람의 일상도 그리 평범하지는 않다.
이웃 살라마노 영감은 오랜 반려견을 잃고 슬퍼하지만, 뫼르소는 그에게 공감하지 못한다. 또 다른 이웃 레몽은 아랍인 내연녀를 폭행하고, 그녀의 오빠에게 보복당한다. 뫼르소는 그 사건에 휘말려 레몽의 친구로 오해받고, 결국 폭력의 연쇄 속에 놓인다.
어느 뜨거운 일요일, 그는 레몽의 권총을 들고 해변을 거닐다가 햇빛에 눈이 멀고, 반사된 빛에 자극받아 아랍인에게 총을 쏜다. 다섯 발의 총성이 울리고, 뫼르소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의 재판은 살인 자체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남자’라는 이유로 비난받는 자리였다. 뫼르소는 사회가 요구하는 감정과 도덕을 거부한 자로서 단죄된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신의 구원을 거부한다. 감옥에서 그는 비로소 세계의 ‘무의미’를 받아들이고, 삶이 본질적으로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방인』의 뫼르소는 자신이 주인공인 재판 속에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그는 사건의 중심에 있으나, 사회와 감정의 언어를 공유하지 못한 “이방인”이다. 카뮈는 뫼르소를 통해 인간 존재의 고독과 세계의 부조리를 보여준다.
삶이 본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무의미를 깨닫고도 끝까지 ‘살아내는 것’뿐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게 된다. 몇 년 전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뫼르소가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읽을 때는 조금 달랐다. 뫼르소는 부조리를 인식하지만, 맞서 싸우기보다는 귀찮다고 하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책 전반을 통해 귀찮다는 말이 꽤 많이 쓰여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의미를 깨닫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 할 일은 끝까지 살아내는 것뿐….
몇 년이 지나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뫼르소를 얼마만큼이나 더 이해할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