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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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정일은 문화사회학자, 역사와 문화 관련 저술 활동을 하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이다. 한국의 10대 강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산 500여 곳을 오르기도 했다. 부산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걷고서 해파랑길을 만드는 데도 기여했으며, 현재는 '우리 땅 걷기' 대표를 맡고 있고, 다음 카페 '길 위의 인문학_우리 당 걷기'에도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는 도보 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 황토현 문화연구소를 발족하여 동학과 동학 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쳤고, 1989년부터는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그가 쓴 책만 해도 70권이 넘는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이 시대에 천재란 무엇이고, 천재의 소명을 무엇인가?를 짚어보기 위해 썼다고 한다. 우리 역사 속에 많은 천재들의 삶을 추적하면서, 천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되짚어 보며 이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이 책이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책에는 어긋난 세상일에 번민한 비운의 천재 문사 김시습, 주자의 성리학을 조선의 성리학으로 만든 천재 학자 이이, 뜨거운 얼음 같은 천재 시인 정철, 이익이 경탄한 천재 문장가 이산해, 조선의 천재 여류 시인 허난설헌, 『산경표』를 완성한 실천적 천재 지리학자 신경준, 유배지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천재 정약용, 실사구시로 추사체를 완성한 천재 중의 천재 김정희, 조선을 지킨 마지막 천재 황현 이렇게 9명의 천재 이야기가 있다.

천재 한 명에 50쪽도 안되는 분량이지만,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해왔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예를 들면, 율곡 이이가 세 살 때 외할머니가 석류를 손에 들고 "이것이 무엇 같으냐?"라고 물었을 때, "석류 껍질 속에 붉은 구슬이 부스러졌습니다."라고 대답해 그때부터 천재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쓰여있다. 글을 배우기 시작한 여섯 살에는 『진복창전』이라는 글을 지어 사람의 됨됨이를 평하기도 했다.

성숙한 군자는 마음속에 덕을 쌓는 까닭에 늘 태연하고, 성숙하지 못한 소인은 마음속에 욕심을 쌓는 까닭에 마음이 늘 불안하다. 내가 진복창의 사람됨을 보니 속으로는 불평불만을 품었으되, 겉으로는 태연한 척한다. 이 사람이 벼슬자리를 얻게 된다면 나중에 닥칠 걱정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p.51)

16세에 어머니 신사임당의 죽음으로 3년간 묘막 생활을 하며, 율곡은 심각한 회의에 빠져들었고 풀리지 않는 생사의 고민에 휩싸였다. 3년 상을 치르고 난 후 19세에 인생의 실상을 깨닫는 방법, 즉 '돈오'라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되어 불문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금강산에 들어가 '의암'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논어』를 읽다가 홀연히 깨달음을 얻어 짐을 꾸린 뒤 산을 내려왔다. 23세에 퇴계 이황을 만나 스승으로 섬기며 학문적 보완 관계를 이어나갔다. 율곡은 퇴계가 이룩한 학문적 성취를 바탕으로 조선의 시대 상황에 맞춰 성리학을 재해석했다. 그 이후로 유성룡과의 만남, 10만 대군 양병설 이야기와 율곡이 꿈꾸던 사회가 서술되어 있다. 도보여행가답게 자운산 자락에 있는 율곡의 부모와 율곡 내외를 비롯한 가문의 묘와 자운서원, 강릉 오죽헌 율곡이 태어난 방과 신사임당의 동상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방대한 양의 자료 조사를 어떻게 했을까?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가 가장 궁금했다. 그 외에도 각 천재를 바라보는 시각에 뚜렷한 주관이 느껴졌다. 율곡과 퇴계는 기호학파와 영남학파를 대표하는 경쟁 관계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율곡은 퇴계가 이룩한 학문적 성취를 바탕으로 조선의 시대 상황에 맞춰 성리학을 재해석한 것이다.라고 단정을 지은 부분이 그러하다. 서문에서 이 책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한 작가의 말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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