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이후의 삶 - 지속가능한 삶과 환경을 위한 '대안적 소비'에 관하여
케이트 소퍼 지음, 안종희 옮김 / 한문화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자연적으로 정해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욕구 만족 체계를 '회복'하기만 하면 소비주의의 부정적 결과가 바로잡힐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자본주의 소비문화가 인간 소비의 이런 특징을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인 것처럼 생각하는 입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자연적인 발전으로 보는 사람들의 견해에 반대한다.(p.39)

모든 사람이 품위 있는 생활 수준을 누리려면, 원칙적으로 물질적 재화에 대한 집착을 중단하고 영적인 만족을 더 많이 추구하는 방식으로 욕망(또는 비기본적인 필요)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간 번영의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p.193)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올바른 평가의 중요성을 말할 필요가 있다.(p.195)

작가 케이트 소퍼는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로 편집위원, 기자, 번역가로 정치, 철학, 페미니즘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특히 환경철학, 욕구 이론과 소비에 관해 폭넓은 사유와 독창성으로 다양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글을 써 왔는데, 그 결정판이 바로 '성장 이후의 삶'이 아닐까 생각된다.

심각해진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 불평등과 불안한 노동환경은 우리에게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삶의 태도와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한다. 나조차도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경운동가가 된다거나 물건을 사고 쓰레기를 버리는데 많은 생각을 하고 살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이제 지구가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제발 나 좀 봐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래서 찾아보고 알아보기 시작한 지구 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끔찍했다. 매년 옷을 사면서 안 입는 옷은 다른 누군가가 입어주길 바라며 헌 옷 수거함에 넣곤 했는데, 그 옷이 어디로 가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옷은 인도나 다른 개발도상국으로 수출이 되고 수출된 옷은 너무 많아 산맥을 이루고, 그 옷더미 위를 소가 다니며 먹이인 줄 알고 합성섬유를 소가 입으로 뜯어먹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장면은 철새가 머무는 섬이었는데 어미 새가 플라스틱이 먹이인 줄 알고 새끼 새에게 먹이는 장면을 봤다. 자기 새끼에게 플라스틱을 먹이고 싶은 어미가 어디 있을까? 지금 내 눈앞에 쓰레기가 치워졌다고 지구에서 없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으면 알았을 텐데 그것조차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얼마 전 동남아에서 우리나라 폐기물을 더 이상 안 받겠다고 했을 때에야 그 많은 폐기물을 수출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잘 사는 나라는 그들의 폐기물을 다른 나라에서 처리한다. 그러면서 자본으로 무마시키려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지구는 하나라는 걸 너무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환경 사진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겠지만 거기에 대한 답을 어디서 찾을지 막막했는데, 이 책 '성장 이후의 삶'에서는 그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책은 생각을 전환하라, 왜 지금 '대안적 쾌락주의'인가?, 끝없는 소비의 불안한 즐거움, 노동의 종말 그 이후, 대안적 쾌락주의의 상상력 '다른 즐거움', '번영'이란 무엇인가?, 녹색 르네상스를 향하여 이렇게 총 7개의 장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소비의 수준이 바로 당신의 수준이라고 속삭이는 광고에 제발 속지 말라고, 더 큰 소비가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소비로 욕망을 채우는 것보다는 영적인 만족을 더 많이 추구하는 방법으로 욕망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간 번영의 개념을 넓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물질문명이 앗아간 고유한 삶의 즐거움에 주목하라고 그렇게 하려면 좀 더 느린 삶을 택하라고 한다.

요즘 학교에서는 환경이란 과목이 생겨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환경교육을 모두 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어른은 그런 교육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고, 시간도 여유롭지 못하다. 이제 환경을 지키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성장 이후의 삶'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다. 이 책은 지구 환경에 대해 조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이 너무 많기에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