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 - 꽃쟁이 혁이삼촌이 들려주는 풀꽃들의 새로운 비밀
이동혁 지음 / 이비락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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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의 저자 이동혁은 식물을 연구하고 기록하며 강의하고 글도 쓴다. 야생화 사진가이자, 풀꽃나무 칼럼니스트이며 국립수목원 현장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21년 동안 꾸준히 식물 공부를 해 온 그의 풀꽃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앉은 부채'라는 식물 때문이라고 한다.

이른 봄, 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시기에 꽃을 피우는 앉은 부채는 어떻게 꽃가루받이를 할까? 내심 궁금했던 저자 이동혁은 앉은부채가 사는 장소를 여러 군데 찾아가서 일일이 관찰하고 기록했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답을 찾아냈다. 앉은 부채의 꽃가루받이를 돕는 것은 바로 양봉꿀벌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 후로도 계속 관찰하고 해외의 논문을 찾아보며, 앉은부채에 관한 잘못된 정보와 속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못 알려진 자료 중에는 흥미 위주의 내용만을 골라 공상 소설처럼 과장해 청소년용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앉은 부채' 한 종류의 식물만이 아니라 여러 식물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보며 저자 이동혁은 결심했다고 한다.​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청소년용 책의 필요성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그래서 그동안 꽃가루받이를 연구하면서

공부한 곤충 이야기, 그리고 열매나 씨의

전파를 연구하면서 공부한

새(조류) 이야기도 이 책에 담기로 했어요.

『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 글, 사진 이동혁, 이비락

책은 4개의 마당으로 구분된다.

첫째 마당 : 산에서 만나는 풀꽃 친구

둘째 마당 : 들에서 만나는 풀꽃 친구

셋째 마당 : 물가와 바닷가에서 만나는 풀꽃 친구

넷째 마당 : 심어 기르는 곳에서 만나는 풀꽃 친구

각 마당에는 12~15개의 풀꽃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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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때 피어요

제비꽃 (제비꽃과)

『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 글, 사진 이동혁, 이비락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때쯤 피어서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여기서 강남은 우리나라 서울 한강의 남쪽이 아니라 중국 양쯔강의 남쪽을 말해요.

『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 글, 사진 이동혁, 이비락

제비꽃에 대한 유래와 제비(새)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전래동화 흥부전에 나오는 새가 제비라는 내용도 수록하고 있다.

제비꽃의 자세한 사진과 설명은 마치 루페로 보고 있는 듯 생생함이 느껴진다. 제비꽃은 어떻게 꽃가루받이를 하는지, 잎의 모양을 어떤지에 대해서도 사진과 글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제비꽃의 쓰임새와 제비꽃을 닮은 친구 '서울제비꽃, 남산제비꽃'에 대한 내용도 있다.

제비꽃의 마지막 장에는 제비와 같이 봄부터 방문하는 여름 철새와 가을이 되면 방문하는 겨울 철새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되어 있다.​

​​

『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는 21년 동안 식물을 관찰한 전문가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려고 한 노력이 보이는 책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식물과 자연에 관심 두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에요.

『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 글, 사진 이동혁, 이비락

매년 봄이 되면 이름도 모르는 풀꽃들이 피었다가 지기를 반복한다. 몇 년 전까진 산책을 하면서도 풀꽃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작은 들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벚꽃도 예쁘지만, 봄이 되면 피는 아주 작은 들꽃도 예쁘고 멋진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풀꽃, 어디까지 알고 있니?』를 읽고 산책길에 나서니 그동안 이름만 알던 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꽃의 유래와 이야기를 알고, 그 꽃의 찾아오는 곤충과 새까지 연결을 지으니 혼자 걸어도 전혀 심심하지 않은 풍성한 산책길이 된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

내가 아는 꽃을 찾아 그 부분을 먼저 읽고, 또 관심이 있는 풀꽃이 있다면 찾아 읽으면 된다.

책장에 꽂아두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혹은 산책에 나서기 전에 잠깐씩 읽어봐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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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김민경 외 지음 / 북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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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은 매년 꼭 보게 되는 책이다.

2024년도 다섯 작품이 선정되었다.


『그 많던 마법소녀들은 다 어디 갔을까』 김민경

『내림마단조 좀비』 김호야

『슬롯파더』 이리예

『인형 철거』 임규리

『문을 나서며, 이단에게』 김규림


읽어 보니 다섯 작품 모두가 상을 받을만한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내 마음과 머릿속을 떠도는 이야기는 이리예 작가의 『슬롯파더』와 임규리 작가의 『인형 철거』였다.


'인형 철거'는 공포, 괴기 담을 좋아하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었고, '슬롯 파더'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엄마와 아빠의 삶을 생각나게 해 여러 번 읽어 본 작품이었다.


『슬롯파더』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 2024, 이리예


『슬롯파더』는 석 달 전 아버지가 돌아온 것으로 시작된다. 10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

택배 기사는 슬롯머신을 주인공의 집으로 옮기며, 편지를 엄마와 주인공에게 건넸다.


강원랜드에서 보낸 편지에는 카지노 영업 종료 후, 객장 청소 중에 슬롯머신 의자에 얹혀 있는 슬롯머신을 발견했고, 본사의 슬롯머신이 아닌 것을 조사하던 중 배출구 안에서 지갑과 메모지가 나왔다고 쓰여있었다.

메모지에 적힌 주소와 지갑 안의 주민등록증을 대조해 보니 이 슬롯머신은 귀댁의 가장으로 생각되어 기계를 거주지로 배송한다는 내용이었다.


"귀댁의 가장이라니, 이게 저희 남편이라고요?"

엄마가 기사에게 물었다.

"요즘 아버지들 변하는 게 뭐 대수인가요."

기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유쾌하게 말을 받았다. p.83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 2024, 『슬롯파더』 이리예


한 가정의 가장은 엄마 일수도, 아빠 일수도, 부모님이 아프거나 안 계신다면, 가장 역할을 맏이가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가장의 어깨는 늘 무거울 수밖에 없다.

『슬롯파더』의 가장은 가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버지로 설정됐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도박에 빠져 있었고, 도박으로 쌓인 빚을 한 방에 갚기 위해 도박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라고 생각되는 슬롯머신이 거실 한편을 차지하고 있으니, 주인공과 엄마는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물건이 하나 생겼다는 생각을 한다.

'걸리적거리는 물건 = 무능력하고, 책임감 없는 가장 = 도박에 빠진 남편'이 하나로 연결된다.

주인공의 엄마는 궁금한 마음에 콘센트를 꽂아 봤다. 슬롯머신이 밝게 빛났다.


한편으론 좋은 점도 있었다. 저녁에 불을 안 켜도 거실이 환하게 밝다는 것. 마치 축제장처럼 반짝이는 슬롯머신 때문에 집 안 풍경이 덜 삭막해 보였다. 왠지 돈을 따서 신난 아버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p.90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 2024, 『슬롯파더』 이리예


슬롯머신은 집을 환하게 밝히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아버지의 옷을 정리하느라 슬롯머신에 겨울 코트를 걸어놓았는데 코트 무게 때문에 기계 손잡이가 스르륵 내려갔다.

그 순간 슬롯머신이 작동했고, 777이라는 숫자가 뜨며 슬롯머신 배출구에서 무언가가 끊임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엇인지 궁금했던 모녀는 배출구에 손을 넣어 물건을 꺼냈다.

모녀의 손에 잡힌 것은 5만 원권 지폐 다발이었다.

기계가 처음 배달되던 날, 기계 옆 노란 포스트잇에 아버지의 글씨체로 "돈을 걸 필요는 없다. 손잡이만 잡아당겨라."라는 문구가 쓰여있었지만, 모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슬롯머신은, 아버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 알고 있다는 듯 은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 원권 지폐를 기세 좋게 턱턱 뱉어내고 있었다. p.92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 2024, 『슬롯파더』 이리예


그 일이 있은 후로, 모녀는 기계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던 모녀는 넉넉한 생활을 맛보게 되자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주인공과 엄마의 관계도 좋아졌다. 그렇게 넉넉한 생활은 모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왜 자꾸 마지막이라는 거야?"

참지 못하고 한 번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는 그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늦은 밤, 잠이 들려 할 때 푸념처럼 내뱉었을 뿐이다.

"돈이 떨어지면 저게 다시 사람이 될까 봐 무서워." p.95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 2024, 『슬롯파더』 이리예


풍요로운 삶이 좋기도 했지만, 모녀의 마음에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모녀는 슬롯머신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언제나 그랬다. 엄마에게서 더 빼앗을 것이 없어질 때까지 아빠는 엄마를 슬롯머신처럼 당겼다. 그러다 보면 돈이 나오니까. 언젠간 나오니까. 나올 때까지 두들기면 되니까. p.100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 2024, 『슬롯파더』 이리예


"돈 없는 생활로 돌아가자고?"

"아빠 없는 생활로 돌아가지고." p.102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 2024, 『슬롯파더』 이리예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돈 = 아빠(남편) = 가장'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 아버지들 변하는 게 뭐 대수인가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내게 '우리 가족과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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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스페셜 에디션 홀로그램 은장 양장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수영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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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왕자』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읽으면서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 그림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20대에 읽으면서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하며 읽었었다. 그런데 40대가 된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으니, 『어린 왕자』 속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50대, 60대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어린 왕자』는 앞으로 내게 어떤 느낌과 감동을 줄지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어린 왕자>를 탄생시킨 장본인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이다. 애칭은 '생텍스'이다. 행동주의 작가, 실존주의 작가로 규정되는 그는 1900년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리옹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에 정찰 비행을 하던 중에 독일군의 공격을 받아 비행기와 함께 실종되었다. p.134(해설)

[서평]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코너스톤


그동안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작가의 특이한 이름만 기억했지, 그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생텍쥐페리의 죽음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그중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것은 그가 정찰 비행 중 독일군 조종사에 의해 격추되어 지중해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주인공도 비행을 하다 사막에 추락을 했고, 거기서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평생을 비행기와 동고동락한 생텍쥐페리는 비행을 하며 언젠간 추락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을까? 그런 상황이 된다면 어떨지에 대해 생각했을까? 아니면 광활한 하늘에서 비행기를 조종하며 고독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며 외로움을 달랬을까?

작가가 실제로 비행기를 조종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비행기 추락으로 실종되었다는 것을 이 책의 해설을 읽으며 알게 되니, 책에서 약간의 서글픔이 느껴졌다.


그런데 <어린 왕자>가 미국에서 먼저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불어로 쓰인 작품이니까 으레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의외로 미국에서 착상되고 또 먼저 출간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의 일이다. p.135(해설 중)

[서평]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코너스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프랑스가 독일에 의해 점령되자 생텍쥐페리는 미국으로 갔다고 한다. 미국에서 체류 중에 이 작품이 잉태되고 탄생했다고 한다.


생텍쥐페리는 <인간의 대지>, <전시 조종사> 등과 같은 작품에서 반복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은 관계 맺기라고 말이다. 관계 맺기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한 사치'라고 말이다.

[서평]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코너스톤


코너스톤에서 나온 『어린 왕자 - 스페셜 에디션 홀로그램 양장본』은 책의 겉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책 뒤에 있는 변광배 한국외대 교수의 해설 부분이었다. <어린 왕자>를 쓴 작가의 삶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또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다른 책들과는 차별이 되는 부분이다.


"꽃의 말을 듣지 말아야 했어." 언젠가 어린 왕자가 나에게 털어놓았다. "꽃의 말은 절대로 귀담아들으면 안 돼. 그냥 바라보고 향기만 맡아야 해. 내 꽃은 내 별을 향기롭게 해주었지만 나는 그것을 즐길 줄 몰랐어. 호랑이 발톱 이야기에 짜증을 낼 것이 아니라 가엾게 여겼어야 했어…." p.46

[서평]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코너스톤


"아니, 나는 친구를 찾고 있어. 그런데 "길들인다"라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사람들이 너무 잊고 있는 것이기는 한데, '관계를 맺는다'라는 뜻이야." p.95

[서평]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코너스톤


"잘 가."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간단해.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데 보이지 않아." p.101

"너의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장미꽃을 위해 네가 보낸 시간 때문이야." p.102

[서평]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코너스톤


어른이 되어, 그것도 중년이 되어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니, 위의 4문장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사막 여우와 어린 왕자가 나눈 대화 속에 관계 맺기에 대한 말이 예전에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부분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것 같다.


10년쯤 지나, 이 책을 다시 읽을 땐 또 어떤 부분이 내 마음에 다가오게 될까?


『어린 왕자』라는 책은 10년에 한 번씩, 아니면 생애 주기별로 한 번씩 읽어봐도 괜찮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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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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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제6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제61회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관객상', '제32회 밴쿠버 영화제 관객상'을 받으며, 영화로써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가 원작인 일본 소설이다.


영화감독이자 TV 다큐멘터리 연출가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원작인 영화와 같은 이름의 소설을 '사노 아키라'와 함께 냈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는

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이 도통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과연 피로 맺어져야 하는지

아니면 함께한 시간만으로도 가능한 것인지

저 자신에게 묻고 고민하며 만들었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서평]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대기업 팀장으로 맡는 프로젝트마다 승승장구하는 중인 주인공 료타.

좋은 집에서 가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아내 미도리,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 게이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게이타를 낳았던 산부인과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아이가 바뀌었다.'

'뭐라고? 어떻게 아이가 바뀔 수가 있단 말인가?'

료타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애지중지 키웠던 게이타가 내 핏줄이 아니라니….

료타는 혼란스러웠다.

'그럼, 진짜 내 자식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게이타가 태어난 날 병원에서 낳은 아이는 총 세명이었다. DNA 검사를 통해 '게이타'는 료타와 미도리의 아이가 아니라는 게 밝혀진다.


"그날은 날씨가 아주 좋았죠. 우리 둘이 오키나와의 여름 날씨 같다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이름을 류큐의 류에 갤청을 써서 '류세이'라고 지었죠." p.77

[서평]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료타와 미도리의 진짜 아이는 전파상을 하고 있는 유다이의 아들 '류세이'였다. 게이타는 유다이의 진짜 아들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가정은 병원 측과 함께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


"여하튼 이런 경우, 최종적으로는 부모님이 백 퍼센트 '교환'을 선택합니다."p.77

[서평]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두 가정의 만남에 함께 자리한 아키야마 사무부장은 이런 경우 최종적으로는 부모님이 아이들을 교환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덧붙인다.

아이들의 장례를 고려할 때,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며, 가능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교환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한다.

아이들의 맞교환이라니…. 개나 고양이도 아니고…….

두 가정의 부모들은 첫 만남의 자리에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고민이 시작된다. 료타는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부모들은 병원 측을 제외하고, 만나기로 했다.

다음 번 모임은 부모뿐만이 아니라 아이들 모두가 함께했다.

유다이는 세 아이의 아빠였고, 그중 류세이는 첫째 아들이었다. 키즈카페에서 만남을 가진 두 가정은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몇 번의 만남 끝에 류세이와 게이타는 주말에 한 번씩 다른 집에 가서 자고 오는 미션을 시작했다.

료타는 류세이와 게이타를 보며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겨우 여섯 살이지만, 자기주장이 강한 류세이를 보고 자신과 닮은 점이 많다는 걸 느끼며, 게이타에 대한 감정은 느슨해져간다.

미도리는 그런 료타가 못마땅하게 느껴진다.

완벽하게 느껴졌던 료타의 가정이었지만,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화로 인해 균열이 생겼다. 균열의 틈은 점점 넓어졌고,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겼다.

료타는 결국 자신의 핏줄을 택하게 된다.


"게이타, 미안해. 아빠가 네가 보고 싶어서 약속을 깨고 만나러 와버렸어."

그러나 게이타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땅만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계속 걸었다.

"아빠는 아빠도 아니야."

"그렇지. 하지만 육 년 동안은 ……. 육 년 동안은 아빠였어. 많이 부족하긴 했어도 아빠였잖니."

[서평]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자신의 핏줄을 선택하는 것에 단호했던 료타는 마지막에 심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단숨에 읽히는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다. 료타의 감정 선의 출렁임을 따라가다 보니 소설은 어느새 끝이 났다.


아이에 대한 사랑을 그린 소설과 영화는 엄마의 관점에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아이를 열 달이나 뱃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에 아빠보다는 엄마가 아이와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아이를 낳아본 엄마의 입장에서도 '내가 엄마가 됐다.'는 것을 실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엄마의 입장에서 아버지가 된다는 느낌을 상상해 보긴 쉽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아버지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일 뿐이라는걸,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함께 커가는, 개인에서 아버지가 되어 가는 성장과정을 온전히 엿볼 수 있어 좋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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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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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은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99년 『개미제국의 발견』을 시작으로 저서, 역서, 공저, 편저 등 100권이 넘는 책을 썼다. 강연 요청도 빗발쳐 엄선하여 해마다 100회 이상의 강연을 한다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강연 녹취록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다.

2020년 '최재천의 아마존'이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 책을 읽으며, 강연 동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진다.

1부 : 생명,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2부 : 이것이 호모심비우스의 정신입니다.

3부 : 자연은 순수를 혐오합니다.

저 같은 생물학자에게 자연계의 가장 위대한 성공 사례가 뭐냐고 물으면

열 명 중에 아홉 명이 이렇게 말합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과 그들이 방문해서 꽃가루를 옮겨주고

그 대가로 꿀을 얻는 곤충의 관계. p.117

[서평]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열림원

-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

자연계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는?

자연계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는 동물이 아니라 식물이라고 한다.

모든 동물의 무게를 다 합쳐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의 무게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만큼, 지구는 식물이 완벽하게 장악한 행성이라고 한다.

무게로 가장 성공한 집단이 식물이면, 숫자로 가장 성공한 집단은?

숫자로 가장 성공한 집단은 곤충이다.

지구상에서 어마어마하게 성공한 두 집단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두 집단은 서로를 죽여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손을 잡아서 더 번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벚나무는 개미에게 꿀을 제공해서 다른 해충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아즈텍개미에게 방을 선물하기 위해 트럼핏나무는 속을 비우며 진화했다. 그래서 트럼핏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더 번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걸 이른바 '공진화'라고 합니다.

두 종이 서로 조율하면서 함께 진화한다는 겁니다. p.143

[서평]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열림원

-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

개미와 식물이 서로 조율하면서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럼 인간은?

우리는 식물과 곤충의 관계를 연구하면서도 손잡고 가는 것에 인색할 수밖에 없게끔 살고 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굉장히 열심히 생각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영어로 'coopetition'이라고 하는데요.

경쟁 competition 이란 단어와 협력 cooperation 이란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경쟁하는 듯 협력하는 듯, 이런 뜻이죠. p.118

[서평]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열림원

-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

우리는 매 순간을 경쟁하면서 살지는 않는다.

우리의 삶에서 지향해야 할 것은 경쟁과 협력의 조화이다.

현명하십니까? 현명하세요?

저는 동의 못하겠습니다. p.124

[서평]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열림원

-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

우리는 스스로를 '호모사피엔스(현명한 인간)'이라 부르고 있다.

자연계에서 우리보다 탁월한 두뇌를 가진 동물은 아직 발견된 바 없다. 우리는 DNA의 존재를 발견한 유일한 동물, 똑똑한 동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최재천 교수는 인간을 제 꾀에 넘어가는 아주 어리석은 동물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진짜 현명했으면,

이렇게 미세먼지 만들어 놓고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살겠습니까?

모든 물을 다 더럽혀놓고 개울에서 물도

제대로 떠먹지 못하면서 현명하시다고요?

저는 동의 못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연계의 다른 생물과 공생하겠다는 뜻에서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야 한다고 열심히 떠들어대고 삽니다. P.125

[서평]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열림원

-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의 핵심은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우린 정말 많은 힌트를 얻습니다.

자연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잘 들여다보고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이것 역시 호모 심비우스의 정신입니다.

[서평]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열림원

-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

생물학자들은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에 지구의 생물 다양성 절반 정도가 사라질 거라고 예상한다.

지구의 동식물 절반이 사라질 대 우리 인간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간이 아니었다면 환경은 파괴 없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면,

'그렇습니다'입니다. p.258

[서평]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열림원

-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최재천 교수는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가 전 지구적으로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현명하다는 관점으로 보고 있다.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이 지금 인류에게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를 먼저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이게 위험한 발언이겠지만,

어쩌면 우리 대한민국 여성들이 역시

미래를 앞서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합니다. p.264

[서평]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열림원

-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

우리나라 출생률이 0.6명대로 내려왔다고 며칠 전 뉴스에 나왔다. 두 사람이 만나 0.6~0.7명을 낳는다면 인구 소멸의 과정인 것이다. OECD에서 계산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300여 년 후면 한 명도 남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이 사라지면, 국가는 당연히 존재할 수 없기에 요즘 정부에서는 출산장려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국민, 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생각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충분히 대한민국이 미래를 앞서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작가가 어떻게 사회생물학자가 되었는지, 그동안 자신의 경험과 관찰을 통해 무엇을 느꼈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호모 사피엔스인 인간도 지구에서 본다면 단 한 종의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관점으로 쓴 이야기를 읽으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그동안 여기에서 말하는 '상대방'을 인간에 한정 지어 생각했었구나!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인간 중심주의였던 내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책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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