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한 교과서 세계사 토론 - 중·고교 세계사, 24가지 논제로 깔끔하게 정복!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5
박숙현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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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한 교과서 세계사 토론』의 작가 박숙현과 박은영은 문예 창작을 전공하고 'K디베이트코칭학원 본원'을 원장과 부원장으로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김세연은 'K디베이트코칭학원 본원'의 강사로 인문학 수업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다. 이진은 유학하면서 겪은 토론 문화와 국제 수능 디플로마의 경험을 바탕으로 'K디베이트코칭학원 본원'강사들과 함께 '융합독서 디베이트'수업을 연구 개발했다.

『파워풀한 교과서 세계사 토론』은 'K디베이트코칭학원 본원' 강사진이 중·고교 세계사를 24가지 논제로 정리해 놓은 책이다.

"독서를 안 하는 것도 문제지만 독서를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제가 20년 동안 독서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이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입니다.

『파워풀한 교과서 세계사 토론』 p.4

'K디베이트코칭학원 본원'의 원장 박숙현은 이 책의 집필 동기를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그녀는 세계사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느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있는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24가지 사건을 엮어 놓았다.


 


책의 목차는 고대, 중세, 르네상스, 근대, 현대 각 시대별로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연표를 정리했고, 각각의 사건에 대해선 교과서의 학습 목표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교과서 어느 부분인지 알아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자세하게 적혀 있어, 이 책을 보며 교과서를 함께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각각의 주제마다 지도가 삽입되어 있는 부분이었다.

지도가 있는 장을 넘기면 각 주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해놓은 페이지가 나오고, 다음부터는 자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세계사를 한 권에 담기는 불가능하기에 설명하는 쪽수가 많지는 않지만, 굵직한 핵심 내용을 잘 정리해두었다.

설명을 지나면 '생각을 부르는 질문, 하브루타'의 페이지가 나온다. 꼭 알고 넘어가야 할 것에 대한 질문이 10가지 있고, 아래 몇 칸은 비워두었다. 빈칸은 책을 읽는 사람이 채울 수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앞의 내용을 다시 읽어봐야 한다. 소설책이 아니다 보니 책을 앞뒤로 넘겨가며 답을 찾는 수고 정도는 해야 하는 책.

하브루타 페이지 다음은 '쟁점과 토론 논제'의 페이지가 나온다. 이 사건에 대해 토론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쟁점으로 토론을 할지에 대해 논제를 던지고, 찬성과 반대 의견을 정리해 두었다.

10년 이상 디베이트코칭학원을 운영한 노하우를 한 권에 담으려 노력한 점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혼자 읽는 것보다 2~3명이 하나의 주제씩을 같이 읽고 토론했을 때 진가가 발휘될 수 있을듯하다.

디베이트 대회에 나갈 학생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지만, 세계사의 큰 흐름을 알고 싶은 나와 같은 성인이 읽어도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가 한 주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아이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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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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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의 저자 디르크 브로크만은 독일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와 베를린 홈볼트 대학교 생물학 연구소의 연구자이자 교수로 복잡계 과학과 전염병 모델링 전문가이다. 그의 전공은 이론물리학과 수학이다.

바로 복잡한 연결망, 조화, 임계성, 티핑 포인트, 집단행동, 협력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복잡한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편으로는 자연의 복잡한 현상과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복잡한 구조 사이의 공통점을 인식하고 연관 지어 그 연결성에서 배우는 일이 보편적으로 중요하다.

[서평] 자연은 협력한다 - 디르크 브로크만 p.14


목차는 복잡성, 조화, 복잡한 연결망, 임계성, 티핑 포인트, 집단행동, 협력 이렇게 7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책의 차례를 언급하며 자연의 복잡한 현상과 우리 사회의 복잡한 구조 사이의 공통점을 인식하고 연관 지어 그 연결성에서 배우는 일이 보편적으로 중요하다고,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61쪽에 있는 아래의 그림을 보는 순간 왜 연결성에서 배우는 일이 보편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서평] 자연은 협력한다 - 디르크 브로크만 p.61

사람은 저마다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상을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하나의 얼굴을 보더라도 61쪽의 그림처럼 제각각으로 보기 마련이다. 이런 왜곡이 발생하지 않고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서평] 자연은 협력한다 - 디르크 브로크만 p.104


코로나19가 시작하고 나서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2018년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에는 51,000대의 직항 편으로 30억 명 이상의 여행객이 이동했었다. 모든 여행객이 이동한 거리를 합치면 하루 동안의 이동 거리만 140억 km로 태양계의 중심인 태양부터 해왕성까지 거리의 세 배에 이른다. 14세기 흑사병의 하루 전파 속도는 하루에 5km 정도였는데, 오늘날 코로나19는 그때와는 비교되지 않는 속도로 확산했다. 인터넷은 실시간으로 우리를 연결하고 있다.


[서평] 자연은 협력한다 - 디르크 브로크만 p.168


위의 사진은 세계는 촘촘한 연결망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서평] 자연은 협력한다 - 디르크 브로크만 p.195


이것이 바로 티핑 포인트의 전현적인 특성인 비가역성이다. 분화 단계에 돌입한 줄기세포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란 매우 어렵거나 심지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티핑 포인트를 넘긴 원인을 멈춘다고 해도 전체 시스템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것을 '이력현상'이라고 한다.

[서평] 자연은 협력한다 - 디르크 브로크만 p.195


호수의 상태가 급변하고 나면 다시 맑은 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티핑 포인트에 이르기 전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어느 정도 생태계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티핑 포인트를 넘겼다면 탄성한계를 지난 고무줄처럼 원래 상태를 회복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며 생태계와 사회의 공통점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학자들은 유기체 간의 협력적인 연결을 더 많이 발견했다. 특히 고등동물 및 식물과 미생물 간의 결합이다. 사람들은 연구를 거쳐 그 어떤 동물이나 식물도 미생물과의 협력적인 결합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럴 수 있는 동식물은 단 한 종도 없다.

[서평] 자연은 협력한다 - 디르크 브로크만 p.284


앞서 말했지만 인간은 약 100조 개의 인간 세포로 이루어진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에는 그만큼 많은, 혹은 그보다 많은 박테리아 세포가 살고 있다. 순수하게 세포의 수로만 따진다면 사실 우리는 인간이라기보다는 박테리아다.

[서평] 자연은 협력한다 - 디르크 브로크만 p.285


저자는 모든 생물종을 각 개체 별로 따로 관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생명체의 구조와 복잡성은 결합에 있다고 한다.

이론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지만, 전공만으로는 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저자는 편협한 시선이 아닌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려 했다. 그는 사회 네트워크와 생태계의 현상에서 공통점을 인식하고 그 연결성에서 배우는 일이 보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복잡한 세상에 사는 우리는 모든 것을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 단편적인 지식만으로는 팬데믹, 기후 위기, 멸종 위기, 음모론 같은 다층적인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


디르크 브로크만은 이 세상을 하나의 전체로서 바라보며, 자연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 사이의 공통점에 대한 관점을 이 책에서 제시했다.


복잡계 과학 연구자가 쓴 책이라 물리학이나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내가 보기에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읽기 전에는 갖고 있었다.


부분적으로 과학적 이론이 언급된 부분은 있었지만, 자세한 설명과 사회적인 현상과 같이 예를 들어 설명하니 이해할만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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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타르튀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4
몰리에르 지음, 김보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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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를 '몰리에르의 언어'라고 표현할 만큼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프랑스 고전 희곡의 완성자라 불리는 몰리에르.

그는 17세기 파리에서 명성을 떨치며, 루이 14세의 후원으로 왕실 소유인 팔레 루아얄 극장의 사용을 허락받았다.

1664년 몰리에르는 『타르튀프』라는 작품을 공연에 올린다. 위선적인 거짓 종교인의 모습을 앞세워 당대 고위 성직자의 이중적인 모습을 풍자한 작품 『타르튀프』를 본 타락한 성직자들은 자신들의 이중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 작품에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고, 결국 공연은 금지된다.

이에 몰리에르는 국왕에게 여러 차례 청원서를 보냈고, 제목과 일부 설정을 고쳐 1669년 왕의 허가를 받고 정식으로 공연을 올린다.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큰 성공을 거둔 작품 『타르튀프』.

오르공 : 이 세상 그 무엇도 한낱 미물로밖에 보이지 않게 돼. 그래, 그분과 함께하면서 난 완전히 달라졌어. 그 어떤 것에도 애정을 품지 않는 법을 가르쳐주시고 내 영혼을 모든 애착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셨지.

이제 나는 내 형제나 자녀, 어머니, 아내가 세상을 떠나도 전혀 염려하지 않게 될 걸세.

클레앙트 : 매형, 그것은 인간이라면 느껴야 하는 감정이에요! p.29

클레앙트 : 매형 같은 분들이 항상 하는 소리죠. 남들도 자기들처럼 눈이 멀기를 바라는 거니까요. 바르게 볼 줄 아는 눈이 있고 거짓된 태도를 멀리하며 성물을 숭배하거나 맹신하지 않으면 곧바로 무신앙이라 손가락질하죠. p.31

오르공은 교회에서 만난 타르튀프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의 궁핍한 처지와 됨됨이에 대해 듣고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 타르튀프는 받지 않겠다고 하며 오르공이 돌려받지 않겠다고 하면 그 돈을 가난한 자들을 찾아가 나눠줬다. 오르공은 그런 타르튀프에게 흠뻑 빠져 하늘의 뜻을 따라 타르튀프를 집으로 들인다.

눈에 뭐가 씐 오르공을 제외한 가족은 타르튀프를 좋게 보지 않는다.

타르튀프는 점점 본성을 드러낸다. 본성을 드러내는 부분도 재미있다.

도린 : 아가씨처럼 이런 상황에서 한가한 소리나 해대는 사람 마음은 신경 안 써요. p.54

도린 : 주인님, 세상만사가 이렇게 돌고 도네요. 아까는 남들 말을 안 믿어 주시더니 이제는 반대 입장이 되셨네요. p.137

이 작품 중 '도린'이라는 시녀의 대사는 막힌 목을 뚫어주는 듯한 시원함이 있다. 낮은 계급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도린.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17세기에 '도린'을 보며, 21세기 MZ 세대가 생각나는 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매력적인 캐릭터에 반전 있는 내용의 『타르튀프』는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그동안 고전이라 하면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풍자했는지? 이런 부분을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타르튀프』는 인물의 대사에 모든 걸 녹여내며, "고전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작품은 산문이 아닌 운문 희곡으로, 모든 문장을 12음절로 구성하고 두 행마다 각운을 일치시키는 '알렉상드랭'이라는 시행의 특징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운율 덕분에 원문의 문장들은 짧지 않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소리 내어 읽었을 때 통통 튀는 리듬이 살아나 읽고 듣는 재미가 있다. p.160

옮긴이의 글 중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타르튀프』는 운율이 느껴지지 않는다. 운율은 느껴지지 않지만 직설적인 화법을 쓰는 주인공의 대사가 속을 시원하게 한다. 프랑스어를 할 수 있다면 원작을 읽어보고 싶을 만큼 재미있고 쉽게 읽혔던 고전.

몰리에르라는 사람을 모르고 있었는데 그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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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하리의 절규
델리아 오언스.마크 오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살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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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 오언스는 생태학자로서 일흔이 다 된 나이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란 첫 소설을 발표했다. 이 책은 출간 반 년 만에 밀리언 셀러가 되었고, 38주 연속 아마존 종합 1위, 178주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는 등 2019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되며 델리아 오언스를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만들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으며 생태학자로 습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쓸 수 없는 글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녀의 다음 책이 나오면 꼭 사보리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살림출판사에서 델리아 오언스와 마크 오언스의 초기 대표작이라는 『칼라하리의 절규』를 이경아 옮김으로 출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언스 부부의 초기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칼라하리의 절규』는 오언스 부부가 미국 조지아 대학의 대학원생으로 만나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된 1974년, 야생동물을 관찰하기 위해 아프리카 보츠와나 공화국의 야생 오지로 들어가 7년 동안 생활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20대 신혼부부가 침낭 두 개, 텐트 하나, 간소한 취사도구, 옷과 카메라, 달랑 6,000달러를 손에 쥐고 아프리카 원주민들도 살고 있지 않은 칼라하리 평원으로 들어간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그들은 어떻게든 연구를 해야 했고, 기록을 남겨야 했다.

어디나 전기가 들어오고,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던 도시를 떠나 사람의 흔적조차 없는 오지에서 그들이 겪은 이야기는 한순간도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가지고 간 돈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끊임없이 연구비 걱정을 해야 했고, 거기서 보내는 7년 동안 마크의 어머니와 아버지, 델리아의 아버지와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도 할 수 없었다.

이런 행동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에 따르면 부모가 생존에 꼭 필요한 독립성을 새끼에게 강요하는 것도 새끼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p.109

책을 읽으며 동물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그들의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부모가 생존에 꼭 필요한 독립성을 새끼에게 강요하는 것도 새끼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칼라하리의 동물은 척박한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기에 맞게 꼭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고 있는데, 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가르쳐야 할 것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보호본능이 먼저 발동해 시기를 점점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른 짐승이 건드리지 않은 새들의 둥지는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다만 포식자들이 어미 새들을 공격하는 바람에 버려진 알들 은 가져와 먹었다. 물통도 없고 프루츠 칵테일 통조림마저 없는 갈색하이에나들에게 버려진 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더라면 그마저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p.136

이 책을 읽고 있다 보면 오언스 부부가 얼마나 동물을 생각하는지 느껴진다. 야생동물을 생각한다는 건 당장의 물이나 고기 한 점의 도움보다는 그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 주고 지켜봐 주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과학계라도 몇 년의 노력 끝에 획기적인 발견을 하는 경우는 흔치않다. 우리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스타는 코코아를 모랫바닥에 살포시 내려놓고 일어났다. 새끼들이 모두 모여 새 친구의 냄새를 맡았다. p.384

그런 그들의 노력에 보답하듯이 그들은 갈색하이에나가 공동으로 새끼를 키운다는 사실을 몇 년 만에 알게 됐고, 사실을 관찰하여 과학계에 보고했다. 그리고 암사자들뿐만 아닌 수사자들도 서로 협동한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발견했다. 한·두 달의 관찰로는 어림도 없는 사실을 그들은 끈질기게 몇 년 동안을 버티면서 알아낸 것이다.

이 장면에서 그들이 느꼈을 뿌듯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새끼를 낳은 적이 없는 더스티가 삼 남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이 자연계에 순수한 이타 주의가 존재하기는 할까? 사람이라고 그게 가능할까? 우리는 왜 아프리카에 와서 혹독한 환경에서 몇 년 동안 고생을 했을까? 순수하게 동물만을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우리 자신을 위한 마음도 약간은 있었을까? p.396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언스 부부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고, 그들은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책의 마지막 부분엔 오언스 부부가 왜 칼라하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쓰여있다.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선 보조금을 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인정받아야 한다. 야생에서 연구만 할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걸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다.

아프리카 원시 야생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오언스 부부가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되었는지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해야 했던 일은 무엇인지? 7년을 보내며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원시 야생을 도울 수 있는 일인지를 깨닫는 모든 과정을 생생한 표현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야생의 삶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제인 구달

책 표지에 쓰여있는 제인 구달의 말처럼 야생의 삶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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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고 싶은 수학
사토 마사히코.오시마 료.히로세 준야 지음, 조미량 옮김 / 이아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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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마사히코는 일본 NHK에서 수학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유명 수학자다.

수학의 문장은 문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수학의 문장은 의무감이 들게 한다.

그는 이 2가지 난제가 수학을 배우는 사람의 앞길을 막았다고 생각했다. 수학을 재미를 알기도 전에 벽에 부딪쳐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게 했다고 생각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이용해 수학 문제를 만들기로 했다.

한눈에 문제 의도가 보인다.

한눈에 문제를 풀고 싶어진다.

공식과 원리를 이용한 복잡한 수학이 아닌 눈으로 보이는 수학이라면 누구든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거라는 생각으로 수학 연구회 회원이었던 히로세 준야와 오시마 료와 같이 이 책을 내게 되었다.

『풀고 싶은 수학』에는 총 23개의 문제가 수록되어 있다.

초콜릿 작은 것 두 개와 큰 초콜릿 하나를 비교하는 문제다. 중3 때 배우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다른 수학 공식은 잊어버려도 피타고라스 정리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걸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니….

놀랍다.

위와 같이 계산기를 사용하고 싶게 만드는 문제도 있다. 핸드폰을 열어 손가락 몇 번만 누르면 알 수 있는 문제겠지만 위와 같은 문제를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어떻게 풀까? 한참을 생각했다.

답은 2의 거듭제곱을 이용한 것이었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지수와 로그를 배웠을 때 이런 종류의 문제를 다뤘던 것이 생각났다. 어렵게 설명하고자 하면 한도 끝도 없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게 수학인데 『풀고 싶은 수학』에서는 저자의 의도대로 어렵지 않게, 문제의 의도를 한눈에 보이게 만들었다.

책의 뒤로 갈수록 출제자의 의도는 파악이 되지만, 난이도는 점점 더 올라간다.

처음 몇 문제를 보고 집에 있는 초등 고학년 아이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 같이 보려 했지만, 뒤로 갈수록 초등생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가 나와 앞의 몇 문제만 같이 풀어보고는 책을 덮었다.

카메라와 눈의 왜곡을 이용한 문제를 밑변과 높이가 같으면 넓이가 같은 삼각형이라는 기본적인 수학을 이용해 설명한 것도 흥미로웠다.

"재미있는 수학 책은 왜 없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내게

"실생활에서 수학은 이렇게도 이용되고 있어."라는 답을 줬던 책.

중·고등학생도 성인도 충분히 볼만한 굳은 머리를 충분히 말랑말랑하게 해 줄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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