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하리의 절규
델리아 오언스.마크 오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살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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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 오언스는 생태학자로서 일흔이 다 된 나이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란 첫 소설을 발표했다. 이 책은 출간 반 년 만에 밀리언 셀러가 되었고, 38주 연속 아마존 종합 1위, 178주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는 등 2019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되며 델리아 오언스를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만들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으며 생태학자로 습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쓸 수 없는 글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녀의 다음 책이 나오면 꼭 사보리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살림출판사에서 델리아 오언스와 마크 오언스의 초기 대표작이라는 『칼라하리의 절규』를 이경아 옮김으로 출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언스 부부의 초기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칼라하리의 절규』는 오언스 부부가 미국 조지아 대학의 대학원생으로 만나 결혼한 지 1년밖에 안 된 1974년, 야생동물을 관찰하기 위해 아프리카 보츠와나 공화국의 야생 오지로 들어가 7년 동안 생활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20대 신혼부부가 침낭 두 개, 텐트 하나, 간소한 취사도구, 옷과 카메라, 달랑 6,000달러를 손에 쥐고 아프리카 원주민들도 살고 있지 않은 칼라하리 평원으로 들어간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그들은 어떻게든 연구를 해야 했고, 기록을 남겨야 했다.

어디나 전기가 들어오고,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던 도시를 떠나 사람의 흔적조차 없는 오지에서 그들이 겪은 이야기는 한순간도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가지고 간 돈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끊임없이 연구비 걱정을 해야 했고, 거기서 보내는 7년 동안 마크의 어머니와 아버지, 델리아의 아버지와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도 할 수 없었다.

이런 행동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에 따르면 부모가 생존에 꼭 필요한 독립성을 새끼에게 강요하는 것도 새끼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p.109

책을 읽으며 동물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그들의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부모가 생존에 꼭 필요한 독립성을 새끼에게 강요하는 것도 새끼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칼라하리의 동물은 척박한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기에 맞게 꼭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고 있는데, 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가르쳐야 할 것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보호본능이 먼저 발동해 시기를 점점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른 짐승이 건드리지 않은 새들의 둥지는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다만 포식자들이 어미 새들을 공격하는 바람에 버려진 알들 은 가져와 먹었다. 물통도 없고 프루츠 칵테일 통조림마저 없는 갈색하이에나들에게 버려진 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더라면 그마저도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p.136

이 책을 읽고 있다 보면 오언스 부부가 얼마나 동물을 생각하는지 느껴진다. 야생동물을 생각한다는 건 당장의 물이나 고기 한 점의 도움보다는 그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 주고 지켜봐 주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과학계라도 몇 년의 노력 끝에 획기적인 발견을 하는 경우는 흔치않다. 우리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스타는 코코아를 모랫바닥에 살포시 내려놓고 일어났다. 새끼들이 모두 모여 새 친구의 냄새를 맡았다. p.384

그런 그들의 노력에 보답하듯이 그들은 갈색하이에나가 공동으로 새끼를 키운다는 사실을 몇 년 만에 알게 됐고, 사실을 관찰하여 과학계에 보고했다. 그리고 암사자들뿐만 아닌 수사자들도 서로 협동한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발견했다. 한·두 달의 관찰로는 어림도 없는 사실을 그들은 끈질기게 몇 년 동안을 버티면서 알아낸 것이다.

이 장면에서 그들이 느꼈을 뿌듯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새끼를 낳은 적이 없는 더스티가 삼 남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이 자연계에 순수한 이타 주의가 존재하기는 할까? 사람이라고 그게 가능할까? 우리는 왜 아프리카에 와서 혹독한 환경에서 몇 년 동안 고생을 했을까? 순수하게 동물만을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우리 자신을 위한 마음도 약간은 있었을까? p.396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언스 부부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고, 그들은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책의 마지막 부분엔 오언스 부부가 왜 칼라하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쓰여있다.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선 보조금을 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인정받아야 한다. 야생에서 연구만 할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걸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다.

아프리카 원시 야생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오언스 부부가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되었는지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해야 했던 일은 무엇인지? 7년을 보내며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원시 야생을 도울 수 있는 일인지를 깨닫는 모든 과정을 생생한 표현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야생의 삶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제인 구달

책 표지에 쓰여있는 제인 구달의 말처럼 야생의 삶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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