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큰 숨은그림찾기 & 두뇌게임 : 종합편 메가키즈 메가빅북 1
인나 아니키바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글과 그림 모두를 그리고 쓴 인나 아니키바는 러시아 에카테린부르크에서 나고 자란 삽화가이자 그림작가이다. 이 책을 포함한 '메가 키즈 메가 빅 북' 시리즈는 9개 이상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TV 광고, 웹사이트 등에 등장하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 제작자로도 유명하다.

펼쳐보는 재미가 있는 메가 빅 폴더 북은 겉은 하드커버로 되어있고, 속지도 펼쳐보기 편하도록 두꺼운 재질로 만들어졌다. 첫 장을 펼치면 아래의 그림처럼 대문이 먼저 보인다. 우리는 앞으로 시골마을 구경을 갈 거고 지금 이 양쪽 문들 활짝 펼치면 시골마을이 드러난다는 설명과 함께 숨은 그림 12개와 시골마을 이미지 4컷 그리고 아래 그림자에 해당하는 5가지 그림을 찾아보라고 알려준다.

숨은 그림 찾기와 같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와 계속 질문을 주고받는 하부르타를 하기에도 괜찮아 보인다. 등장하는 인물, 동물, 나무, 자동차가 워낙 많아 하루에 한마을만 구경하기에도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시골마을 풍경, 동물원 관람, 화려한 도시여행, 즐거운 해변 나들이, 꿈의 나라 드림랜드 이렇게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고, 숨음 그림 찾기 이외에도 게임을 할 수 있는 페이지도 있다. 각 장마다 게임 규칙을 설명해 놓아 주사위와 게임 말만 준비한다면 보드게임용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동물원 관람의 게임 규칙은 주사위를 던져 나올 수만큼 앞으로 전진해 도착한 칸의 글자로 시작하는 낱말 하나를 말하는 것이다. 게임 규칙이 어렵지도 않고, 낱말은 각 페이지에 나와있는 단어를 찾아 말해도 되는 정도. 글자를 알아도, 몰라도 보기에 괜찮고, 글자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은 책인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FT 사용설명서 -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바꿀 거의 모든 돈의 미래 NFT 사용설명서
맷 포트나우.큐해리슨 테리 지음, 남경보 옮김, 이장우 감수 / 여의도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바꿀 거의 모든 돈의 미래 NFT 사용설명서는 맷포트나우와 큐해리슨 테리에 의해 쓰였다.

맷 포트나우는 변호사이자 스타트업 창업과 매각을 모두 경험한 IT 전문가이자 인터넷 최초로 판타지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한 커미셔너 닷컴의 공동창업자이다. 큐해리슨 테리는 마케팅 전략 전문가로 활동하는 세계 최초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아트 마켓 플레이스인 23VIVI의 공동창업자이다.

이 책은 NFT의 시대가 열렸다, NFT의 기본 개념, NFT는 가치가 있을까, NFT의 역사, NFT 마켓 플레이스, NFT 만들고 민팅하기, NFT 판매하기, NFT 구매하기, NFT의 법적 해석, NFT의 미래 이렇게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내용 정리

NFT는 창작자가 중개자 없이 거래하게 해주는 도구로 예술가가 짧은 코드 조각을 그들의 작품에 넣어 불법복제의 우려 없이 작품을 유통하게 돕고 팬들에게 직접 지불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창작한 이미지를 민팅하여 블록체인 상의 토큰으로 만듦으로써 이미지를 단 하나뿐인 NFT로 바꿀 수 있다. 민팅이란 화폐를 주조한다는 듯의 영어 단어인 민트(mint)를 옮긴 것으로 블록체인상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 불리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코인과 토큰은 중요한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 라이트 코인, 이더리움 같은 코인 형태의 암호화폐는 자체 블록체인을 갖고 있지만, 토큰은 자체 블록체인을 갖고 있지 않은 암호화폐로 다른 코인의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1세대 코인인 비트코인보다는 스마트 컨트랙트(계약 조건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조건이 충족됐을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게 하는 프로그램) 기능이 추가된 2세대 이더리움이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이용함으로써 최초의 창작자는 작품이 거래될 때마다 어느 정도 이익을 받게 설정할 수 있어 저작권 수익을 보호받을 수 있다.

NFT나 다른 예술 작품을 사는 것은 그 NFT의 저작권을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구매자는 단지 디지털 소유권을 가질 뿐이다.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NFT의 콘텐츠 사본을 유통하거나 판매할 권리를 갖지 않으며 2차 저작물을 만들 권리도 없다.

10개의 챕터 중 5장에서 8장까지(약 130페이지 가량)는 NFT 만들기, 민팅, 구매, 판매하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있다. 책에 나와있는 프로그램을 깔고 실행하라는 걸 하다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자세히 나와있다.

이외에도 NFT의 장점과 단점 등도 자세히 나와있다. NFT의 가장 큰 장점은 NFT의 미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NFT의 가장 중요한 쓰임새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앞으로 10년간 모든 것은 NFT 화 될 것이며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는 말로 책은 마무리가 된다.

NFT를 단순히 창작물과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쯤으로 인식했고, 디지털 창작물에 큰 관심이 없어 나와는 무관하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바꿀 미래에 많은 것이 NFT 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몇 년 전 블록체인이 무엇인지에 관한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블록체인이 뭔가 대단한 거 같긴 한데 누구에게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로 확실히 알지 못하다 몇 권의 책을 보고 난 후 이해할 수 있었는데, NFT 사용설명서도 그런 느낌이다. NFT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감을 잡은 걸로 만족하고 이 책에서 알려주는 데로 NFT를 만들고 민팅해 판매하려고 올리는 것까지 해봐야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메멘토 모리 독서모임 엮음 / 북에너지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엮음 메멘토 모리 독서모임은 1990년 '죽음'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불길하고 꺼림직하게 여겨지던 시절 각당복지 재단에서 연 죽음준비 교육과정을 이수했던 몇 명이 안국동 길가 2층 다방에 모여 앉아 죽음에 관한 책을 읽고 만남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2021년 6월을 기준으로 같이 읽고 토론을 한 책이 200여권, 모임 연령대도 20~80대까지 다양한 분포로 20여 년을 이어져오고 있는 모임이다. 그 200여 권의 책 중 52권을 뽑아 읽은 이들의 감회와 기억과 마음에 남는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란 책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죽음에 관한 생각에서 자유로워지기란 쉽지 않은듯하다.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맞아들이는 것보다 준비된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이 책은 그 방향성을 알려주기 충분했다. 이 책은 죽음 전을 살아내는 노년, 죽음 앞에 선 노년, 죽음이란, 죽음은 어떻게 찾아오는가:죽음의 현장, 나의 죽음은 질서 있는 후퇴이고 싶다, 죽음 너머의 세계 이렇게 총 6장으로 구성된다.



<타임>지가 뽑은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녀가 죽기 전 남긴 유일한 자서전 '생의 수레바퀴'란 책에는 죽어가는 사람이 겪는 심리적 5단계로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을 꼽는다. 그녀는 우리 인간의 생애를 동물의 특성을 상징한 네 단계로 구분해 놓기도 했다. 유년기 - 생쥐를 닮은 시기(자라면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시기로 인간적인 품성과 인격이 자라는 시기), 청년기 - 곰을 닮은 시기(삶에서 투쟁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이렇게 배우면서 성장한다.), 장년기 - 들소를 닮은 시기(많은 것을 얻고 이루기도 했으나, 배신의 상처 등 잃은 것도 많다. 위기를 극복하려 삶의 속도를 늦추고 관계를 회복하는 시기), 노년기 - 독수리를 닮은 시기(새로운 이해를 넓혀가는 시기로 솔직하게 화를 내어 상처를 치유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시기). 그녀의 심리적 5단계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왔기에 이해가 잘 된 반면 인간의 생애를 네 단계로 구분해 놓은 부분은 책을 다 읽는 순간까지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 외에도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의 철학가들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정의했는지, 시대별 흐름에 따라 사회적으로 죽음은 어떻게 생각되어왔는지, 어린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부모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자식이 가질 수 있는 생각, 내가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 등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가 가득한 책이다.



30대 초반 어린아이와 함께 종로 나들이를 갔다가 꼭두 박물관이란 곳이 있어 잠이 들르게 되었다. 꼭두가 무엇인지? 아무런 지식도 없는 내게 크지 않은 박물관이었지만 죽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장소였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한번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오고 싶을 만큼 괜찮은 곳이다.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란 책을 읽으며 꼭두 박물관이 생각난 이유는 하나였던 것 같다. 내 죽음을 준비하면서 아이들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어딜까를 생각해 보니 그곳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책을 읽고 나니 영정사진도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하는 죽음보다는 아이와 또는 부모님과 종로로 궁궐, 박물관 나들이를 갔다 자연스럽게 사진관에 들러 언제 사용될지 모르지만, 꼭 사용될 영정사진을 웃으면서 찍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가족 나들이도 꽤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에쿠니 가오리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로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 불리기도 하는 그녀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도쿄 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좌안 1·2』, 『수박 향기』 등 많은 작품으로 일본뿐 아닌 한국에서도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이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단편집은 2006년 첫 선을 보이고, 15년이 지난 2021년 다시 개정판으로 선보이게 된 책이다. 단편집엔 <손가락>, <초록 고양이>, <천국의 맛>, <사탕 일기>, <비, 오이, 녹차>, <머리빗과 사인펜> 총 6가지 이야기가 펼쳐지고 주인공은 모두 10대 여고생이다. 2006년 첫 선을 보일 당시 에쿠니 가오리의 나이는 40대 초반이었을 텐데 작가의 경험이라 생각될 만큼 섬세한 표현과 묘사, 화법은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과거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까? 내 고교 시절에 과연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걸까? 요즘 10대도 이런 생각을 하나? 등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다.

여섯 편의 글 중 길이가 가장 길고 처음으로 나온 <손가락>이란 소설은 자신이 불감증이라고 생각하는 소녀 기쿠코가 버스에서 묘령의 빨간 코트를 입은 여자 치한을 만나 동성에 대한 야릇한 호기심에 그녀를 또 만나기를 기대하는 장면이나 그녀가 "15분만 내줄래?" 하고 말을 건넸을 때 무작정 같이 내려 그녀의 집으로 가 밀크티 한 잔을 마시고 나오는 장면,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따라 본능에 충실한 뒤에 펼쳐질 다른 일은 생각하지 않는 주인공 기쿠코는 사춘기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사춘기 소녀기에 10대의 성장통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하며 읽고 있었는데, 글 후반부 내 몸에 손을 댄 이유를 묻는 기쿠코의 질문에 묘령의 빨간 코트를 입은 그녀는 이렇게 답을 한다.

"왜냐면, 너의 몸이 청결한 형태로 보였으니까. 확인해 보고 싶었어. 얼마나 감촉이 좋은지."

이런 생각이 가능할까? 생각만이 아닌 행동은 말이 되는 걸까? 나이, 성별, 사회적 관습과는 상관없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냥 그러고 싶어.'라는 생각. 성장통은 10대가 갖는 특권이라 생각했는데 중년과 노년도 충분히 그럴 수 있구나! 죽기 전까진 모두가 성장 중이니 억누르고 있는 감정을 솔직히 드러낸다면 '그냥 그러고 싶었어.'가 이유가 될 수 있겠구나!

다른 다섯 편의 글에서는 10대의 특권인 성장통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내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가족과 친구를 향한 그 당시 감정을 꺼내볼 수 있다면, <손가락>에서는 학창 시절의 나와 중년의 나, 같은 사람이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동질감보다 괴리감이 큰 나를 느끼게 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쿠니 가오리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로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 불리기도 하는 그녀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도쿄 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좌안 1·2』, 『수박 향기』 등 많은 작품으로 일본뿐 아닌 한국에서도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이다.

취향.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동생 말이 옳으리라. 애인의 모습 외에는 전부 내 취향에 맞지 않는 듯하다.

애인을 만나기 전에도,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있을 텐데.

모든 것이 너무 멀어서, 마치 타인의 기억 같다. 이 역시 내가 갇혀있는 탓이다. 나는 갑자기 두려워진다. 그래서 다음에 애인을 만나면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어딘가에 가둘 거면, 그곳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게 해 줘야 한다고, 자유 따위는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p.132)

웨하스 의자 주인공은 중년의 독신으로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애인은 있는 직업여성이다. 애인도 있고 자기 일도 있는 멋진 커리어 우먼 이야기인가? 제목이 웨하스 의자인 걸 보면 그런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것을 그린 글일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글귀가 있다.

"나는 자신이 홍차 잔에 곁들여진 각설탕 같다."

이 문장이 나온 이후 애인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이기에 서로 좋아하는 애인 사이인데 자신을 홍차 없이는 의미 없는 각설탕에 비유했을까? 앞부분엔 꽁냥꽁냥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그런 의문은 글 중반에 풀린다. 그녀의 애인은 부인도 딸도 있는 유부남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내로 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야기 장편소설이다. 소설과 영화, 드라마 주제로 많이 쓰이고 있는 불륜 이야기는 듣기 좋고, 보기 좋은 소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로 하여금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다는 것은 작가 에쿠나 가오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초점을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여자 주인공의 심리에 맞춰 어떤 날은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애인의 사랑이란 울타리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로. 또 다른 날은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자신의 절망을 벗어던지기 위해 애인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아는 성인으로. 차라리 아이처럼 생떼 부리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심리가 절절히 묘사되어 있다. 결단을 내릴 사람은 자신뿐이란 걸 알기에 더욱 고뇌가 깊어가고, 그런 생각들이 쌓이지만 애인이 집을 찾아와 꽉 안아주면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생활의 반복. 이 갑갑함을 벗어던지고자 마지막에 주인공은 결단을 내린다.

"우리 헤어지자."

마지막까지 애인은 "괜찮아."라고 말한다.

뭐가 괜찮은 것일까? 여자 주인공 입장에서도 독자 입장에서도 하나도 괜찮을 것이 없는데...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내가 있는 장소로, 있어도 좋다고 말해 주는 장소로,(p.241)

그렇게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며 끝난다.

내가 있어야 할 장소? 있어도 좋다고 말해 주는 장소? 둘만의 이야기로 철저히 여자 주인공 입장에서 쓴 소설이다.

책 제목 웨하스 의자처럼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는 주인공에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 당연히 의자지만 절대 앉을 수 없는 그런 행복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