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문화탐방기 - 마을의 소년들
지현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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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현은 두 장의 정규 음반 <후>, <나의 정원으로>을 낸 페미니스트 가수로 활동해왔다. 30대가 되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다 무대에서 내려와 페미니즘 교육을 시작해 2006년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과 탈성매매 여성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노래 수업을 진행하며, 여성 대상 워크숍, 청소년과 성인 대상 성평등 교육을 개발하고 강의하고 있다. 현재는 페미니즘 교육연구소 연지원을 운영 중이다.

페미니즘 :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권리와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이론 및 운동.

2013년부터 페미니즘 강의를 시작한 작가 지현은 여러 학생들을 만나 고민이 깊어진다. 지루함과 불쾌감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그따위를 왜 해야 하죠?" "그런 수업을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당당히 말하는 소년들을 보며 상처받고 절망했지만, 그런 소년들이 작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고 한다. 그러던 중 소년들의 마음을 연 것은 토니 포터가 쓴 『맨박스』를 읽고 한 수업이었다. 그 책은 남성에 해당하는 성별 고정관념과 그로 인해 남성이 겪는 억압과 고통을 드러낸 책이었다. 그렇게 작가 지현은 소년들이 경험하는 위치에 관심을 가졌고, 다음 학기 수업에선 '페미니즘'이나 '젠더'란 제목을 빼고 '공존'과 '함께 살기'란 주제로 편안한 분위기의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소년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소년 문화 탐방기는 1990년대 초 공동육아를 시작하며 만들어져 약 30년 동안 마을 운동을 지속해 온 마을공동체 남성 청소년 문화연구 『소년들을 만나다』를 기초로 쓰였다. 2020년 마을에 있는 대안학교와 방과 후 교실 협동조합에서 수업을 하며 소년들이 더 알고 싶어 그들과 친해져보려 많이 질문하고 충분히 듣기 위해 노력하던 중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연구 지원을 받게 되어 소년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터뷰 일정을 잡았고, 처음엔 섭외가 쉽지 않았으나 인터뷰 사례로 문화상품권과 간식 등의 선물을 주며 친해지기 시작해 대안학교, 일반 학교 학생으로 이뤄진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책은 총 5개의 파트 마을로 들어간 페미니스트, 게임하는 소년들, 미디어 세계를 유용하기, 마을? 공동체?, 같이 놀래?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로 시작해 게임하며 배우는 것? pc방을 가는 이유? 스마트폰은 언제부터 사용하는 게 좋을지?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 tv, SNS?에 관한 소년들의 인터뷰와 작가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작가 지현의 교육 목적은 온라인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를 접하더라도 윤리적 기준을 갖고 나와 타인을 다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는 주체가 되도록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한다. 아이를 환대하지 않는 사회가 아이들을 스마트폰 안에 가둬버렸고, 그 책임은 청소년 곁에 있는 성인에게 있으니 온라인 세계에서 길을 잃은 소년들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하지만 묵묵히 그들 곁을 지키며 그들의 세상에 개입하기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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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의 무기, 친화력 - 협력을 통해 무리에서 사회로 도약한 이야기
윌리엄 폰 히펠 지음, 김정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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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윌리엄 폰 히펠은 미국 알래스카에서 자랐으며 예일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에서 10여 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금은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대학교에서 심리학 교수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100편이 넘는 글을 발표했으며, 이 책은 로런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15분짜리 팟캐스트를 듣고 연락해 책을 써보라고 격려한 데서 시작됐다. 책에 나온 발상들은 대부분 퀸즐랜드 대학교의 탁월한 학자들과 심리학과 진화 센터 연구진 사이에 벌어진 담론과 발표, 토론에서 형성되었다.

윌리엄 폰 히펠이 연구한 진화 심리학은 진화가 우리의 유전자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래서 우리 마음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다루는 이야기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심리를 형성하는 데는 환경도 한몫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 어떤 방향으로 나가느냐에는 우리의 문화, 가치관, 선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친화력, 인간과 침팬지를 가르다, 친화력은 진화에 어떻게 발현했나, 인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 친화력 이렇게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과 침팬지는 같은 조상에서 진화했지만, 우리 조상은 600~700만 년 전 열대 우림을 떠나 아프리카의 대초원, 사바나로 이주했다. 무슨 이유에서 안전한 나무를 떠나 땅으로 내려왔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것을 계기로 나무에서 생활하는 침팬지와는 다르게 진화했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사바나의 생활은 포식자에게 더 유리한 상황이었기에 우리 조상은 살기 위해 서로 협력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사바나 생활을 겨우겨우 버텨내는 사이 인류의 몸은 중요한 변화를 겪는다. 뇌의 크기가 처음엔 침팬지(380g)보다 조금 더 큰 450g이었는데, 150만 년이 흐른 뒤 호모 에렉투스의 뇌는 960g,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1,350g으로 사바나에서 진화한 처음 300만 년 동안 뇌의 크기는 1kg 가까이 커졌다. 뇌가 커지는 것과 같이 우리 사회관계 능력이 발달해 협력과 분업으로 역량을 키운 우리는 드디어 먹잇감에서 최강의 포식자로 올라섰다. 책은 여러 실험을 예로 들어가며 개코원숭이, 코끼리, 침팬지와 같은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에 관해 설명한다. 많은 실험과 연구 결과를 보며 우리 인류는 동물로부터 이렇게 발전해 왔구나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도록 마냥 행복에 젖을 줄 몰랐기 때문에 한층 더 높은 목표를 이뤄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인류는 엄청난 발전을 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방대한 양의 내용이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어려운 단어가 많지 않은 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다음에 당장이라도 돈을 쓰고 싶어 좀이 쑤시거든 쾌락을 얻는 투자로는 물건을 사기보다 경험을 사는 쪽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우리가 소유한 물건은 지위 목표를 새로 설정하는 순간 매력을 잃지만, 우리가 체험한 일은 우리 안에 남는다. 긍정적인 체험은 가족과 친구에게 들려줄 이야기 즉 가장 중요한 기억을 남길뿐더러, 체험이 끝난 뒤에도 만족이 오랫동안 이어진다. (p.324)

작가는 인류의 진화를 살펴보며 물질의 풍요보다 경험의 풍요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얘기하며 과거 조상들의 삶을 매개로 현재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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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특서 어린이문학 1
이상권 지음, 전명진 그림 / 특서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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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은 작가가 되고 난 뒤에 호랑이 이야기를 쓰는 것이 그의 숙명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호랑이의 역사가 우리 조상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호랑이는 숱한 신이 되어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조상들을 위로해 주었다고 생각해 1990년부터 많은 호랑이 이야기를 소설로 썼는데, 너무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작품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주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앞잡이 노릇을 한 조선인 사냥꾼들에게 죽어간 호랑이 이야기였는데, 민족의식이 너무 강하다 보니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동화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우리는 호랑이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고, 작가 이상권은 우리 교과서에서도 호랑이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 2021년 8월 조선 호랑이 멸종사를 밝힌 '위험한 호랑이 책 : 그 불편한 진실'을 냈다. 몇 달 전 위험한 호랑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 호랑이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상권 작가는 정말 많은 연구와 자료를 수집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 그가 호랑이에 관한 책을 또 냈다니 내용이 정말 궁금했다.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는 한밤중에 숲속을 돌아다니다가 만난 호랑이가 들려준 것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의 주인공 호랑이인 허산은 백호로 태어나 검은 늑대 무리에 쫓겨 마을로 내려와 개 젖을 먹고 사람 손에 자랐다. 주변 동물들은 백호가 앞으로 산신령이 될 운명이라 얘기하지만 정말 허산은 아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허산을 만나는 모든 사람과 동물은 홀린 듯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방법을 알려달라고 묻는다. 백호 허산은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면 돼."라는 것 이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지만, 허산을 만난 사람과 동물은 해결책을 찾고, 고마워한다.

책은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어려운 문장 없이 술술 넘어간다. 그러면서 감동과 해학이 존재한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많이 떠오를 거야. 꿈이 생겨난다는 뜻이지.라는 부분은 이 책을 아주 잘 정리한 문장이다.

총 215페이지로 되어 있어 짧지 않지만, 내용이 재밌고 쉬워 초등 3~4학년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동화인 듯하다. 중학생이 읽어도 괜찮은 책이라 생각될 정도로 나이에 맞게 그냥 읽어도 좋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도 있는 동화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 이상권의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구나! 그런데 훨씬 대중적이고 받아들이기 쉽게 쓰여 멋진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닌듯하다. 이 책은 2021 우수 출판 콘텐츠 선정작으로 새 교과과정 교과서에 수록된다고 하니 작가는 그의 꿈을 이룬 것이리라. 호랑이라는 콘텐츠로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드디어 교과서에 수록되는 작품

을 쓴 작가 이상권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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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의 꿈을 찾아라 -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김종갑 지음 / 비비투(VIVI2)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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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종갑은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상업교육학을 전공했고, 경희대학교 대학원 컨벤션·관광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바탕으로 현재는 해성 국제 컨벤션 고등학교 교장이며, 국내 최초 컨벤션고 설립에 따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코이의 꿈을 찾아서'라는 그가 30여 년간 교직에 있으며 그 만의 교육 철학을 담아낸 책이다. 어떻게 학급 운영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후배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위해 집필했다고 하는데, 90% 이상 내용이 현직 교사를 위한 것이기에 학부모 입장에서 책을 본 나는 어떤 부분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책은 배움의 힘이 가르치게 한다, 성장하는 학급 경영 솔루션, 왜 학교를 사랑해야 하는가, 학급 자존심을 높여라, 교실은 소통 공간이다, 삶을 배우는 공동체 학교 이렇게 6개의 주제로 33개의 사회법칙을 기반으로 저자의 경험을 녹여 쓰였다.

예를 들면,

관성의 법칙 :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그 상태로 운동하려고 하고,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

저자는 학급 운영에도 관성의 힘은 유용하게 작용한다고 서술한다. 교사가 직접 나서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공부하는 사람은 계속 공부만 하려 하고, 쉬고 있는 학생은 계속 쉬려고만 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그냥 내버려 두면 현재 상태에 정지하려는 경향이 있고, 좀 더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기가 쉽지 않으니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 능력을 발견하도록 돕고,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며 그렇게 되려면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같이 각각의 법칙마다 교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는 책이다. 대부분이 후배 교사를 위해 쓰였지만 72 대 1의 법칙(자신이 결심한 사항을 72시간, 즉 3일 내에 행동하지 않으면 단 1%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이나, 보편형 인재와 맥락형 인재를 비교해 놓은 부분(p.218)이 있는데 그 부분만큼은 학부모로써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팬데믹 이후 교육 현장은 학습자 주도성, 학생 중심 교육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2년째 아이들이 제대로 학교를 못 가고 공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학부모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책의 표지에 '매움에 참여하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한층 즐거운 교육 모험을 위한 33가지 GPS'라는 글이 있어 책을 읽어봤는데, 교사에게는 충분히 GPS가 될 만한 책이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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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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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정일은 문화사회학자, 역사와 문화 관련 저술 활동을 하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이다. 한국의 10대 강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산 500여 곳을 오르기도 했다. 부산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걷고서 해파랑길을 만드는 데도 기여했으며, 현재는 '우리 땅 걷기' 대표를 맡고 있고, 다음 카페 '길 위의 인문학_우리 당 걷기'에도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는 도보 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 황토현 문화연구소를 발족하여 동학과 동학 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쳤고, 1989년부터는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그가 쓴 책만 해도 70권이 넘는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이 시대에 천재란 무엇이고, 천재의 소명을 무엇인가?를 짚어보기 위해 썼다고 한다. 우리 역사 속에 많은 천재들의 삶을 추적하면서, 천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되짚어 보며 이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이 책이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책에는 어긋난 세상일에 번민한 비운의 천재 문사 김시습, 주자의 성리학을 조선의 성리학으로 만든 천재 학자 이이, 뜨거운 얼음 같은 천재 시인 정철, 이익이 경탄한 천재 문장가 이산해, 조선의 천재 여류 시인 허난설헌, 『산경표』를 완성한 실천적 천재 지리학자 신경준, 유배지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천재 정약용, 실사구시로 추사체를 완성한 천재 중의 천재 김정희, 조선을 지킨 마지막 천재 황현 이렇게 9명의 천재 이야기가 있다.

천재 한 명에 50쪽도 안되는 분량이지만,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해왔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예를 들면, 율곡 이이가 세 살 때 외할머니가 석류를 손에 들고 "이것이 무엇 같으냐?"라고 물었을 때, "석류 껍질 속에 붉은 구슬이 부스러졌습니다."라고 대답해 그때부터 천재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쓰여있다. 글을 배우기 시작한 여섯 살에는 『진복창전』이라는 글을 지어 사람의 됨됨이를 평하기도 했다.

성숙한 군자는 마음속에 덕을 쌓는 까닭에 늘 태연하고, 성숙하지 못한 소인은 마음속에 욕심을 쌓는 까닭에 마음이 늘 불안하다. 내가 진복창의 사람됨을 보니 속으로는 불평불만을 품었으되, 겉으로는 태연한 척한다. 이 사람이 벼슬자리를 얻게 된다면 나중에 닥칠 걱정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p.51)

16세에 어머니 신사임당의 죽음으로 3년간 묘막 생활을 하며, 율곡은 심각한 회의에 빠져들었고 풀리지 않는 생사의 고민에 휩싸였다. 3년 상을 치르고 난 후 19세에 인생의 실상을 깨닫는 방법, 즉 '돈오'라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되어 불문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금강산에 들어가 '의암'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논어』를 읽다가 홀연히 깨달음을 얻어 짐을 꾸린 뒤 산을 내려왔다. 23세에 퇴계 이황을 만나 스승으로 섬기며 학문적 보완 관계를 이어나갔다. 율곡은 퇴계가 이룩한 학문적 성취를 바탕으로 조선의 시대 상황에 맞춰 성리학을 재해석했다. 그 이후로 유성룡과의 만남, 10만 대군 양병설 이야기와 율곡이 꿈꾸던 사회가 서술되어 있다. 도보여행가답게 자운산 자락에 있는 율곡의 부모와 율곡 내외를 비롯한 가문의 묘와 자운서원, 강릉 오죽헌 율곡이 태어난 방과 신사임당의 동상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방대한 양의 자료 조사를 어떻게 했을까?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가 가장 궁금했다. 그 외에도 각 천재를 바라보는 시각에 뚜렷한 주관이 느껴졌다. 율곡과 퇴계는 기호학파와 영남학파를 대표하는 경쟁 관계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율곡은 퇴계가 이룩한 학문적 성취를 바탕으로 조선의 시대 상황에 맞춰 성리학을 재해석한 것이다.라고 단정을 지은 부분이 그러하다. 서문에서 이 책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한 작가의 말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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