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과 버섯구름 -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오애리.구정은 지음 / 학고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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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공동 저자 오애리와 구정은은 신문기자로 오래 일했다. 그러다 보니 관심 분야가 생겼고, 그것을 글로 써서 알리고 싶어 이 책을 냈다고 한다.

책은 미처 몰랐던 물건들의 이야기,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알고 보면 더 흥미진진한 세계 이렇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여성은 존재 이래 계속 생리를 했다. 아마도 현대식 일회용 생리대가 나오기 전에는 모든 여성이 그 뒤처리를 놓고 고민했을 것이다. p.56

월드비전에 따르면 당시 위생용품이 없어 학교에 결석하는 여학생이 세계에 6억 명이나 됐다. 아프리카 열 명 중 한 명이 생리대 문제로 학교를 그만둔다는 통계도 있었다. p.60

2019년 영국에서는 생리대가 없어서 월경 때 학교에 가지 않는 여학생 문제가 제기됐다.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따르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결석한 학생이 연간 14만 명에 이르렀다. '생리 빈곤'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결국 정부가 나서서 모든 학교에 생리대를 무상 비치하기로 결정했다. p.62

2016년 한국에서도 '깔창 생리대'가 알려지면서 충격을 던졌다. p.63

6. 여성의 몸에 자유를 더해준 생리대

마트에 가면 꼭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생리대. 그것을 사면서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다. 생리하는 것이 귀찮았을 뿐이지 생리대가 없어서 야외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일회용 생리대가 없을 땐 어떻게 했을까? 이것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

1장에서는 이렇게 우리가 미처 모르고 살았던 이야기에 대해 사실을 근거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뭘 어떻게 하자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닌 이런 사실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썼다는 게 느껴진다.

커피로 인한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시원한 '아아' 한 잔을 담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물이다.

커피나무는 원래 그늘진 숲에서 자라지만 산업이 커지면서 그늘 없이 땡볕에 재배하는 곳이 많아졌다. 그늘 재배에 비해 수확량이 많게는 다섯 배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커피와 함께 살던 미생물이나 곤충, 풀 따위가 없어져서 생물종 다양성이 크게 줄어든다.

또 커피 재배에는 물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까지 들어가는 물이 무려 140리터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다. p.215

20. 한 잔에 140리터, '물먹는 커피'

충격적인 다른 이야기도 책에 많았지만, 한 잔에 140리터 '물먹는 커피' 부분이 내겐 가장 와닿는 부분이었다. 오렌지 1kg을 생산하는 데는 물이 485리터, 소고기 1kg에는 15,000리터, 청바지 1벌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물이 11,000리터인데 비해 커피 1kg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물이 26,400리터가 들어간다.

이걸 어떻게 계산했을까?

이것은 유럽투자은행의 '물 보고서'에 있는 내용으로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에서 커피 1kg 이 생산돼 다른 나라로 유통되고 소비자의 목으로 넘어가기까지 물의 양을 계산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하루에 먹어야 하는 물의 양을 2리터로 봤을 때 13200일, 혼자 하루에 2리터씩 물을 마신다고 봤을 때 18년을 먹을 양이다.

내가 1년에 소비하는 커피 양을 어림잡아 계산해도 5kg, 그럼 나는 1년 동안 커피 마시는 데만, 내가 80년 동안 마셔야 할 물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커피 먹은 지 20년이 넘었으니 커피 마시는 데만 1600년 동안 매일 2리터씩 먹어야 하는 물을 마신 것이다. 이렇게 계산해 보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지구에 물이 부족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성냥과 버섯구름』에는 일상에서 접해보기 힘든 내용이 많다. 너무 큰 이야기라 체감하기 힘든 국제 뉴스!, 그 거리를 단박에 뛰어넘어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이 순간의 세계사라고 쓴 작가의 말처럼 감히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소재의 연속이었고, 나와는 관계없게 느껴졌던 일을 생활 속 사건, 내 주변의 일들로 끌어들임으로써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책이다.

소재 하나하나 독서 토론 주제로 삼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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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잭의 쇼킹한 영문법 - 원어민처럼 생각하게 되는
주경일(엉클잭)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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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잭의 쇼킹한 영문법』을 쓴 저자 주경일(엉클잭)은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항공사와 IT기업에서 10년을 근무하다 2009년 교육 관련 법인 기업을 설립한 뒤 13년간 토익, 입시, 공무원 등 수험영어를 강의했다. 현재는 학원에서 현장 작의 및 영어 학습법 강연을 주로 하고 있으며 영문법과 영단어를 소재로 한 유튜브 채널 '엉클잭'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알고 보면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영문법의 쇼킹한 실체를 폭로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가벼운 마음과 자신감으로 영어를 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주경일 -

머리말

질문 1. 영문법이 정말 필요할까?

저자는 비영어권 국가에 살고 있으면서 이미 소년기를 넘었다면 영문법 공부는 단언컨대 꼭 필요하다고 한다. 심오한 문법이 아닌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기본적인 어법은 알고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높고 튼튼한 영어의 건물을 세울 수 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무슨 과목이든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한계가 보이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으며 영어 문법은 기초 책 한 권만 제대로 공부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던 중학교 영어 선생님이 생각났다.

책의 구성은 총 20강으로 되어 있고, 어법과 친해지려면 용어부터 제대로 이해하자는 의미로 영어 문장의 구성 요소들로 시작한다.

8품사(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접속사, 대명사, 감탄사, 전치사), 주어, 동사, 목적어, 보어, 부사, 구, 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단어'를 긴 문장의 반대 개념인 짧은 어휘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단어의 '단'자는 짧을 '단'자가 아니다. 홑 '단'. 즉, 단독으로 온전한 의미를 가진 하나의 낱말을 의미한다. '관사'는 단독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오로지 명사 때문에 존재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사를 단독으로 사용이 가능한 '단어의 종류(품사)'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p.13

'Shocking Tip!'에 쓰여있는 내용이다. 평생 단어의 단을 짧을 단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쇼킹 팁 중에는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내용이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 부분이 영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캐릭터와 컬러풀한 색감도 지루하지 않게 책을 보는 재미를 준다.

한 챕터가 끝나면 Review exercise 부분이 있어 점검하고 넘어가기도 좋다.

다만, 바로 아래에 답이 나와있어 보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가 커닝 아닌 커닝을 하게 된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다음 페이지 아랫부분에 답을 적어 놓았으면 어땠을까?

학창 시절 내가 가장 어렵게 느꼈던 가정법 부분을 중점적으로 봤다.

저자는 영문법을 공부하다 보면 영어가 싫어지는 두 개의 지점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영어가 암기과목으로 느껴지는 순간이고, 나머지 하나는 '문법상 예외'라는 설명을 접할 때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내겐 가정법 부분이 특히 그랬던 것 같다. 공식은 외워야 하고, 문법상 예외로 또 외워야 할 부분이 있다.

문법상 예외의 부분도 문법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유래를 찾아보면 그 예외조차 상당한 이유와 나름의 원리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며 작동 원리를 설명하려는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영문법 책을 읽는다는 건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이해가 되든 되지 않든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읽듯이 읽어보라는 말대로 접근했는데, 알고 있던 부분은 잘 읽혔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생각나는 게 없다.

영문법의 전체적인 맥을 짚어본다는 의미로 이야기책을 읽듯이 읽었으니 이제부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위주로 여러 번 반복해 읽어봐야 할 듯하다.

영문법 책의 딱딱함이 아닌 이야기로 되어 있어, 수월하게 책장이 넘어가는 장점이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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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정년 철학론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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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1956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철학을 전공한 그는 1989년부터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해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아들러 철학의 정수를 담고 있는 『미움받을 용기』로 잘 알려진 작가다.

『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는 퇴직 후의 삶인 행복한 인생 2 막을 위한 인생철학자들의 조언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정년은 왜 불안한가, 인생 2 막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일의 의미를 묻다, 새로운 관계를 위해, 행복한 존재가 되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이렇게 여섯 개의 장으로 이뤄진 책은 각 챕터마다 여러 개의 소주제로 나뉜다.

소주제당 두, 세장 정도로 되어있어 갖고 다니면서 읽기에 부담이 없는 책이다.

우리는 '지금 여기'를 살고 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게 아니라 없는 것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겠지만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그러니 대개는 할 수 없는 일을 지금부터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 중략 -

그럼 뭘 바꿀 수 있을까? 바로 인간관계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관점이다. 이건 은퇴 이후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준비다.

먼저 인간의 가치를 생산성으로 따지지 않아야 한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가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하나, 인간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

p.48, 49

기시미 이치로는 이 책에서 왜 우리가 은퇴 이후를 불안하게 느끼는지, 행복한 인생 2 막을 맞이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인생 2 막을 위해선 돈과 건강도 필요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다.

정년퇴직이란 지금까지 하던 일을 그만둔다는 뜻이지 인생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못 해본 일을 시작할 절호의 기회다. 뭔가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던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을 시작할 좋은 기회기도 하다.

p.110

인간은 일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하루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내니 일하기 위해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성공하지 않아도, 살아있는 자체로 행복할 수 있고, 일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퇴직 전에는 일을 해야 하니까 일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아도 됐지만, 퇴직 후에 달라지는 것은 일의 의미를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것임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라는 아들러의 말처럼 인간관계는 고통과 불행의 근원이다.

기쁨과 행복은 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p.139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교우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교우 관계란 배우자와의 관계이다.

일을 할 때는 회사나 일이 사이에 낀 혹은 일이 더해진 관계였겠지만, 일을 그만두는 순간 배우자와 직접 마주하게 된다. 이제는 일을 핑계로 배우자나 자녀와의 관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지만 원점에서 새로이 수평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평생 동반자로서 좋은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기시미 이치로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집안일을 분담하라

현실적으로 생활하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어라

뭐든 배워라

공헌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라

인간의 삶에 있어 '행복이란 공헌감'이란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퇴직의 기로에 놓여있거나, 내 삶에서 일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 읽어보면 힘을 얻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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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임진왜란에 관한 뼈아픈 반성의 기록 클래식 아고라 1
류성룡 지음, 장준호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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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룡은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군관인 이순신을 천거하여 선조로 하여금 전라좌수사로 임명하도록 했고, 이순신으로 하여금 임진왜란 당시 열세였던 조선의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임진왜란에 4도 도제찰사, 영의정으로 어려운 조선 조정을 총지휘했던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많은 공을 세웠지만 정인홍, 이이첨 등 북인의 상소로 인해 노량해전이 벌어진 날 영의정에서 삭탈관직을 당한다. 선조는 다시 그를 불렀지만, 관직에서 마음을 접은 유성룡은 올라가지 않고 안동에 남아 우리가 임진왜란 때 격은 후회와 교훈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책을 쓴다.

그 책이 『징비록』이다.

유성룡의 『징비록』이 가치가 있는 것은 전쟁에서 이긴 영웅담이 아닌 우리가 임진왜란 때 어떻게 당했는지? 왜 그렇게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긴 전투에선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

임진왜란 하면 나는 광화문 광장 앞에 서 있는 이순신을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세계 4대 해전에 꼽히는 전투를 지휘한 장군이면서 일본과의 전투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모든 해전을 승리로 이끈 장군이기에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런 이순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전투를 치를 수 있도록 도운 데는 유성룡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일본군은 이곳을 우리 군사가 지키고 있을까 염려하여 사람을 시켜 두세 번 살펴본 후에 지키는 군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지나갔다고 한다. 그 뒤에 명나라 장수 제독 이여송이 일본군을 추격하여 조령을 지날 때 "이와 같이 험한 요새지가 있는데도 지키지 못했으니 신 총병은 계책이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탄식하며 말했다.

신립은 비록 날쌔어서 이름을 얻었지만 전략을 세우는 것은 그의 장점이 아니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장수가 군사를 쓸 줄 모르면 그 나라를 적에게 주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지금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소용은 없으나 뒷날의 경계가 되는 것이므로 자세히 적어 두는 것이다.

p.48

책에는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우리가 왜 이렇게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뼈아픈 반성의 글이 있다.

이때 세 순찰사는 모두 문인이어서 병무에 익숙하지 못했으며, 비록 군사의 수효는 많았으나 명령 계통이 통일되지 않았다. 또한 험준한 곳을 차지해 방어물을 설치하지 않았으니 "군사 행동을 봄놀이하듯 하면 어찌 패전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던 옛사람의 말과 같았다.

그 다음날 일본군은 우리 군사들이 속으로 겁내는 것을 알고는 몇 사람이 칼을 휘두르고 용맹을 뽐내면서 달려왔다. 세 도의 군사들이 이 모습을 보고 크게 무너지는데, 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다.

p 57

만반의 준비를 하고 쳐들어온 일본에 비해 우리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하지만 모든 내용이 그렇지는 않다. 『징비록』에는 일본군이 이긴 전투와 조선군이 이긴 전투가 모두 수록되어 있다.

물론 임진왜란 시기 유성룡이 경험하고 견문했던 것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라 100% 객관적인 자료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좀 아쉽지만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1604년 유성룡이 『징비록』을 저술할 무렵 그는 일본과의 화친을 주장했고, 그로 인해 나라를 그르친 간사한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책이 간행되었을 당시 서인들은 '자신의 공로만을 드러낸 책'이라고 책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성룡을 인간 영역을 넘어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재상이라고 평가한다.

arte 출판사에서 나온 『징비록』을 번역하고 해설한 장준호는 독자들이 유성룡을 '불편부당한', '하늘이 내린' 등의 수식어를 붙인 채 박제된 위인으로서 이해하기보다는 '유성룡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갖고 탐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술했다고 한다.

유성룡이 이 책을 통해 후세에게 주고자 한 메시지를 읽어내고, 역사를 배운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해설을 했다는 장준호의 말처럼 '과연 유성룡은 어떤 사람일까?', '유성룡이 우리에게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읽으면 훨씬 더 몰입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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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소크라테스의 말 -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깨닫는 지혜의 방법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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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세기에 철학자로 활동했던 소크라테스는 예수, 석가모니, 공자와 더불어 세계 4대 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민주주의를 반대하다 죽임을 당한다. 그 당시 아테네는 직접민주제를 실시하고 있었는데 그는 직접민주제가 타락하면 중우정치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서양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아테네가 믿는 신을 우습게 보고, 새로운 우상을 섬기면서 무신론자, 청년들을 타락시킨 자로 고발되어 재판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소크라테스는 평생 단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과 많은 말들이 지금까지 전해져오고 있는 건 훌륭한 제자들 덕분이다. 그중 플라톤은 수많은 책을 쓰며 스승 소크라테스에게서 배운 것을 풀어놓았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같은 책에서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진짜 소크라테스의 말이겠으나, 어떤 책에서 나오는 그의 말은 플라톤의 말인지 소크라테스의 말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을 엮은 이채윤은 그 점에 유의해서 소크라테스가 했을 법한 진짜 그의 말을 고르고 골라 책을 엮었다고 한다.

책은 12개의 챕터로 소크라테스의 말을 정리해 두었다.

우리 둘 중 어느 누구도

글쎄, 우리 둘 중 어느 누구도 정말 아름답고 좋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그보다 더 잘 살고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내가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chapter1. 지혜란 무엇인가, p.33

나는 세계의 시민

나는 아테네인이나 그리스인이 아니라 세계의 시민이다. chapter7. 시민의 권리, 자유와 의무에 대하여, p.214

겉사람과 속사람이 하나가 되게

내면의 영혼에 아름다움을 주소서. 겉사람과 속사람이 하나가 되게 하소서. chapter11. 죽음과 영혼, 그리고 신에 대하여, p.323

행복의 비결은

행복의 비결은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있다. chapter12. 무엇이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인가?, p.372

지혜와 통찰력을 얻으려면

숨 쉬고 싶은 만큼 지혜와 통찰력을 원할 때 비로소 그것을 얻게 된다. chapter12. 무엇이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인가?, p.397

소크라테스의 말 중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알려지고 화자되고 있는 건 지혜에 관한 말이 아닐까 한다.

"똑똑한 사람은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미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라는 이 말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한 일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마치 그 분야에서는 내가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그럴 때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철학 책을 읽는다. 하지만, 어렵게 쓰인 책은 펼쳐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책은 책장에 꽂혀있는 것으로 책의 역할을 다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내용이라도 편집을 어떻게 했느냐, 번역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12개의 챕터 제목대로 소크라테스가 했을 법한 말을 엮어 둔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을 읽으면, 역자가 굉장히 쉽게 풀어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철학 책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문체와 편집 방식이 눈에 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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