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반의 준비를 하고 쳐들어온 일본에 비해 우리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하지만 모든 내용이 그렇지는 않다. 『징비록』에는 일본군이 이긴 전투와 조선군이 이긴 전투가 모두 수록되어 있다.
물론 임진왜란 시기 유성룡이 경험하고 견문했던 것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라 100% 객관적인 자료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좀 아쉽지만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1604년 유성룡이 『징비록』을 저술할 무렵 그는 일본과의 화친을 주장했고, 그로 인해 나라를 그르친 간사한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책이 간행되었을 당시 서인들은 '자신의 공로만을 드러낸 책'이라고 책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성룡을 인간 영역을 넘어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재상이라고 평가한다.
arte 출판사에서 나온 『징비록』을 번역하고 해설한 장준호는 독자들이 유성룡을 '불편부당한', '하늘이 내린' 등의 수식어를 붙인 채 박제된 위인으로서 이해하기보다는 '유성룡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갖고 탐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술했다고 한다.
유성룡이 이 책을 통해 후세에게 주고자 한 메시지를 읽어내고, 역사를 배운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해설을 했다는 장준호의 말처럼 '과연 유성룡은 어떤 사람일까?', '유성룡이 우리에게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읽으면 훨씬 더 몰입할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