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의 인생 수업
앨버트 엘리스 지음, 정유선 옮김 / 초록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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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엘리스 박사는 REBT(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 합리적 정서행동치료) 이론의 창시자이다. REBT는 상담과 심리치료의 한 이론이며 인지행동치료의 원조 이론이다. 이 책의 초판은 1987년에 나왔다. 초판이 나온 이후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고, 1993년부터 RET(합리적 정서치료)가 아닌 REBT(합리적 정서행동치료)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평소 불교사상과 에픽테토스로 대표되는 스토아 철학 등에 매료되어 있었던 엘리스는 세상사는 마음먹기에 달렸고, 결국 사고하는 능력을 지닌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런 특성은 엘리스 이론의 근간이 됐다. 엘리스는 현장에서 다양한 내담자를 만났고, 그의 경험을 녹여 REBT(합리적 정서행동치료)라는 이론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엘리스는 모든 정서적·행동적 문제의 근원은 '강박적인 당위적 사고'라고 밝히며, 그는 자신과 타인, 삶의 환경에 스스로 부과한 '당위적 사고'를 찾아내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당위적 사고'는 불안, 우울, 분노, 죄책감, 수치심 같은 해로운 '부정적인 감정'과 미루는 습관, 공격성, 중독 같은 '자기 패배적인 행동'의 근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엘리스는 자신의 치료법은 궁극적으로 자기 조력(self-help)과 자가 치료(self-therapy)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책의 8장 '당위적 사고의 횡포를 따르지 않기'를 읽어보면 우리는 어떤 당위적 사고를 하고 있으며, 그런 생각은 어떤 상황을 만드는지 자세히 나와있다. 8장의 마지막에 나와있는 'REBT 연습 7'을 통해서 당위적 사고를 찾아내는 연습도 할 수 있다.

예시 :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하는 것은 끔찍한 일일 거야."

숨은 당위적 사고

"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하면 절대 안 돼."

"나는 진정 사랑하는 사람의 호감을 얻을 만큼 충분히 멋져."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제가 끝나면 안 돼."

"나는 사랑받을 수 있는 멋진 사람이니 세상은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해!"

[서평] 『위대한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의 인생수업』 p.148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하는 것은 끔찍한 일일 거야."라는 짧은 문장 속에 이렇게나 많은 당위적 사고를 하고 있었다니? 이것 말고도 생각할 수 있는 당위적 사고는 더 많았다.

또한 인간은 '강박적인 당위적 사고' 말고도 '과장적 사고' '좌절 불포용 (낮은 좌절 인내력)' '자신의 가치에 대한 타인의 평가 중시' 등 자신에게 해가 되는 다른 요소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책은 삶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감정을 강하게 느끼고 표현하라고 조언한다.

감정을 강하게 느끼고 표현하되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어떤 감정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면 자기통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상황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내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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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예술을 탐한 철학의 추노 인문여행 시리즈 20
조현철 지음 / 인문산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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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현철은 예술의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 살면서, 인문 투자자가 되어 우리 시대 예술가들에게 예술철학에 대한 도발적 시각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피카소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사람들의 갈채에 취해 점점 더 장난 같은

그림을 그렸고, 나중에는 일부러 아무렇게나

휘갈긴 낙서에도 사람들이 환호했다."

[서평]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조현철, 인문산책


작가는 책의 서문에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현대예술은 장난일까, 아니면 어린아이의 순수함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서양철학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한다.


소음이 된 음악, 쓰레기가 된 미술

[서평]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조현철, 인문산책


현대미술이나 현대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들 현대예술가들은 많아야 전 인구의 2~3% 정도를 차지하는 공감각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20세기에 들어와 이들의 괴상한 감각이 예술적 재능이라고 칭송받기 시작한 것일까?

공감각적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작가는 이들의 능력을 예술이라고 받아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20세기 이전 서양 사상을 뒷받침하던 이론은 《형이상학적 이원론》이었다. 하지만, 20세기를 지나며 다원론을 지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이 등장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의 등장으로 오늘날에는 관객이 느끼는 아름다움이나 즐거움과는 상관없이 예술가가 느끼고 원하는 대로 만든 것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는지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현대예술이 나오기 전까지 예술은 본질적 의미에서의 존재와 표상, 즉 Being과 Representation을 충실하게 표상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예술가의 능력은 독창성이나 창의력이 아니라 '존재 Being'을 충실하게 현실에서 구현하는 손기술과 인내력에만 달려 있었다.


예술의 조정하는 철학

철학을 지배하는 신학

[서평]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조현철, 인문산책


현대예술의 철학적 시작은 존재론으로부터 온다면서 작가는 '존재 Being'을 우리말로 설명하려고 애쓴다. 번역의 오류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존재는 exist에 가깝고, Being을 대표할 만한 우리나라 단어는 無에 가깝지만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작가는 Being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부연 설명을 한다.

'Being'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중세 천년을 지배해 온 사상이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신학 - 철학 - 예술》의 개념이 순서를 이뤘다.

권력을 가진 신학은 철학을 신학의 개념을 보완하는 시녀로 부렸고, 예술은 시녀인 철학이 주인인 신학을 위해 사용하는 빗자루나 냄비 같은 도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철학을 활용했다.

하지만, 중세 이후 유럽의 예술은 《예술 - 철학 - 신학》을 따랐다.


도구에 불과했던 예술에서 벗어나자 철학은 현대예술에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예술가들의 창의성에 족쇄로 작용했던 신의 죽음과 시민사회의 발전은 예술의 자유를 가져왔다. 중심을 잡아 줄 절대자가 부재한 자유는 곧 방종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현대예술의 대환장 파티는 바로 이 갈피를 못 잡은 방종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이쯤에서 다시금 예술의 중심을 잡아줄 철학적 사유가 나타나야 하지만, 이는 결코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앞으로 나타날 철학은 화가를 자극하는

것이어야 한다. - 메를로퐁티

[서평]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조현철, 인문산책


작가는 마지막에 이야기한다.


"예술을 자극하는 새로운 철학이 등장하기까지 당분간은 갈팡질팡하는 오늘날의 예술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나는 현대음악을 들으며, 현대미술을 보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만 그런 건가?"

현대미술관에 가면 내가 왠지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현대음악을 들으면 불협화음이 귀에 거슬려 집중할 수 없었다.

현대미술과 음악은 작가가 직접 작품 설명을 하기 전까지는 나와의 공감대는 전무했다.


그동안은 '내가 예술에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을 보고 확실히 알 게 된 것이 있다.


지금의 예술은 그동안 억눌렸던 나를 표현하는 거라는 사실을….

억눌렸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예술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며 철학이 우리 삶에 왜 중요한지, 사유하는 삶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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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에 대하여
저스틴 그레그 지음, 김아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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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의 저자 저스틴 그레그는 돌고래류의 사회 인지를 중심으로 한 동물의 의사소통 및 행동과 인지, 언어의 진화와 그 배경 등을 연구하고 있는 생물학과 교수이자 과학 저술가이다.


니체 씨, 제 이야기를 들어 보시겠습니까?

[출처]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저스틴 그레그


작가는 니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니체는 동물들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그것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살아간다고 여겼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동물들에게는 인간만큼 깊은 기쁨이나 고통을 경험할 지능이 결여되어 있다고 믿었다. p.16

[출처]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저스틴 그레그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했던 니체는 평생을 진리와 도덕의 본질에 도전했다. 평생을 인간 존재에 대해 생각하며 고통에서 의미를 찾았다. 심오한 생각을 하고 살던 니체는 1883년, 39세의 나이에 자신이 '미쳤다'라고 선언했다. 1883년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출간된 해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엉망진창이었던 니체는 자신이 소처럼 멍청해서 인간 존재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소들이 너무 멍청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고하지 못하는 것을 불쌍히 여기기도 했다.


저스틴 그레그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만약 니체가 토리노의 말이나 소처럼 존재의 본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없는 단순한 동물이었다면 어땠을까?

해양 포유류 중 하나인 일각돌고래였다면?


저자는 이 책에서 지능을 둘러싼 문제와 지능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다룬다.

동물의 의사소통 및 행동과 인지를 연구한 저자는 다양한 동물과 인간을 비교하며 인간의 우월함이라는 너무나 당연시 여겨지는 가정에 도전한다.


지능이란 본질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우리는 항상 인간의 지능이라는 우리만의 프리즘을 통해 세계와 그 세계 속 비 인간 동물들의 가치를 보아 왔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종족의 예외주의를 외치는 큰 목소리를 진정시키는 대신 다른 종들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p.31

[출처]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저스틴 그레그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들어가며, 니체 씨,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1장. 인간의 지적 우월함은 환상이고 착각인 것 같습니다.

2장. 인간은 거짓말 때문에 자멸하고 말 것입니다.

3장. 인간은 죽음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습니다.

4장. 인간이 만든 도덕성은 날 선 칼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5장. 인간만 의식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겠습니다.

6장. 인간의 시간 여행 능력은 망가졌을지도 모릅니다.

7장. 인간만이 예외라는 가정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나가며, 니체 씨, 우리 이제는 좀 더 겸손해져야겠죠?로 마무리가 된다.


우리 인류는 번영한 만큼 동시에 그에 따른 희생자가 되었다. 역사상 우리 종처럼 지구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종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을 시야에 두고 바라볼 때가 되었다. 예지적 근심이 망령이 우리 위로 어둡게 드리우는 상황에서 이제 인간의 지능이 어떤 가치를 갖는지 슬슬 평가해 볼 때다. p.276

[출처]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저스틴 그레그


요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이제는 '지구온난화'라는 말보다 '지구가열화', '기후 위기'보다는 '기후 재난'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1850년 산업혁명 이후 우리 인간은 지구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안다.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각국 정상들은 모여 대책 회의를 하고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임계점이 어딘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없다. 인간의 지능이 어떤 가치를 갖는지 생각해 볼 때다.


인류의 지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진화의 기적이 아니다. 우리는 부모가 갓 태어난 아기를 사랑하는 것처럼 달 착륙과 거대도시 같은 우리의 작은 성취들을 사랑한다. 부모만큼 아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지구가 우리를 사랑하는지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의 많은 지적 성취는 오늘날 스스로를 멸종에 이끄는 궤도에 올라 있다. 이것은 바로 진화가 형편없는 적응을 없애는 방법이기도 하다. p.315

[출처]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저스틴 그레그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 수준으로 지구 전체 80억 명의 인구가 살려면 지구가 3.5개 필요하다고 한다. 이미 우리의 많은 지적 성취는 지구가 우리를 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차라리 우리가 동물이었다면 더 나았을까?

[출처]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저스틴 그레그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은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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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코너스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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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은 일본의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가 194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당시의 일본의 시대상과 맞아떨어져 초판에 60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대표작 중 하나이다.

내용은 서문과 세 개의 수기 그리고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짧은 두 장의 서문에서 이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소설가가 수기의 주인공 오바 요조의 사진 3장을 보게 된다. 사진 속 남자는 웃고 있지만, 섬뜩한 분위기를 풍긴다. 묘하게 꺼림직해 보이는 사진을 보고 자신은 여태껏 이런 묘한 남자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요조는 어릴 때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겉으로는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하고 싶은 말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추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철저히 자신을 감추고 산다.

나조차도 움찔할 만큼 음산한 그림이 완성됐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이야말로 가슴속에 숨긴 나의 정체다. 겉으로는 명랑하게 웃고, 타인을 웃겨도 사실 난 이런 음울한 마음을 갖고 있다. 어쩔 수 없다'하며 남몰래 수긍했지만, 다케이치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내 '광대 짓' 저변에 깔린 음산함을 간파해서 갑자기 인색하게 경계하는 것도 싫었습니다. p.39

[서평] 인간실격 -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하녀에게서 성적 희롱을 당하면서도 한 마디 하지 못한 것을 보면, '그동안 쌓인 게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독자로 하여금 요조를 가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글을 읽는데, 계속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생각났다. 그 소설도 주인공이 할머니를 죽인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고, 질타 받아야 하는 것이 맞는데, 주인공을 계속 응원하게 만드는 작가만의 힘이 느껴진다.

요조는 자신이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쓰레기 같은 존재라며 술, 담배, 여자, 마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그래. 그런 상황에선 그럴 수 있어. 조금만 힘을 내보자.'라고 응원하게 된다. 이 소설이 작가의 삶과 많이 닮은 자전적 소설이라 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으로 요조를 응원하며 글을 읽는데, 세 번째 수기에서 '죄와 벌'에 관한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나온다. 친구와 반대말 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죄의 반대말은 무얼까? 이런저런 이야기와 생각들을 하는 부분이 나온다.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얼핏 그것이 뇌리를 스치기에 문득 깨달았습니다. '만약 그 도스토 씨가 죄와 벌을 같은 말이 아니라, 반대말로서 나열한 것이라면? 죄와 벌, 서로 절대로 통할 수 없는 것. 얼음과 숯처럼 서로 극과 극인 것. 죄와 벌을 반대말로 생각한 도스토 씨의 푸른 이끼, 썩은 연못, 난마의 깊은 곳 p.113

[서평] 인간실격 -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다자이 오사무란 작가도 도스토옙스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구나! 하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나오면서 이 책의 이해가 좀 더 쉬워졌다. 수기의 처음부터 요조는 하인들에게도 성적 희롱을 당하고, 커가면서 여러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장면이 참 많이 나오는데, 전혀 야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사람의 감정을 밑바닥까지 낱낱이 파헤치는 묘사도 정말 놀랍다.

인간실격은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지금 JTBC 채널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고 있다고 한다.

39세의 젊은 나이로 강물에 투신해 죽음을 맞이한 다자이 오사무 그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런 방탕한 삶을 살면서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내면의 자아와 평생을 싸워왔을까?를 생각하게 만들며,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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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으로 갈게
임태운 지음 / 북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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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운은 『이터널 마일』로 '제2회 디지털작가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이다.

『꿈으로 갈게』는 그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 교보문고 스토리 플랫폼 '창작의 날씨'에 독점 연재됐던 작품이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미래로 사람들은 꿈을 공유한다. 꿈을 공유하는 플랫폼 '드림넷'에는 280억 개 이상의 꿈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 놀이동산 테마파크를 즐기는 것처럼 사람들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무언가를 추구한다.


책의 주인공은 '지후'이다. 지후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꿈속이라면 다치지도 않고,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며, 타인의 꿈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훔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선 지질한 지후지만, 꿈속에서만큼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하지만, 지후에게도 문제가 있다. 그 문제는 15년째 같은 결말로 끝나고 있는 꿈. 지후는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꿈의 결말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결과는 항상 같다.


꿈을 공유하는 플랫폼 '드림넷'에는 특수 임무를 맡고 있는 '몽재진입반'이 있다.

'몽재'란 사람을 매혹하는 환상적인 꿈 중에 깨어난 후 환각과 환청 등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꿈을 말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림넷'에서는 '몽재진입반'을 꿈속에 투입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몽재진입반의 팀원들은 모두 뛰어난 자각몽자들로 이뤄졌다.


꿈속에선 어떤 동물로든 변할 수 있는 예니, 몸에 그려진 각종 병기와 전투 차량을 소환할 수 있는 동동, 벽을 통과하거나 꿈속의 물건들을 척력과 인력으로 끌어당기거나 내쏠 수 있는 염동력을 가진 팀의 막내 소라, 꿈속 건축물들의 배치를 바꾸거나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팀장 수현 이렇게 넷이서 활동하던 몽재진입반 3팀에 '꿈 도둑' 지후가 들어옴으로써 팀은 더욱 막강해진다.


수현이 팀장인 몽재진입반 3팀은 '몽재'를 진압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각각의 팀원들은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 몽재를 진압하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된다. 뛰어난 자각몽자들이지만 각각 문제를 갖고 있던 팀원들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며,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보며 해결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요즘 아이들이 즐기는 '로블록스'라는 인터넷 게임에서는 테마파크의 놀이 기구를 직접 만들고, 운영도 해 볼 수 있다. 우리 집에 놀이동산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데, 놀이동산에 가지 못하는 날이면 컴퓨터 게임을 통해 놀이 기구를 만들고, 그 게임 속에서 놀이 기구를 타는 사람들의 반응을 즐긴다. 아이는 다른 사람이 만든 놀이동산을 방문해 놀이시설을 즐기곤 한다. 직접 타지도 못하는 놀이 기구를 게임 속에서 줄을 서가면서 즐기고 싶을까? 나로서는 그런 아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의 배경처럼….


내가 생각하는 잠을 잔다는 행위는 쉬기 위함인데, 이 책에서는 잠을 자면서 사람들은 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곳에 갇히기도, 무언가를 찾기도, 다른 사람의 꿈을 탐험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VR, AR 체험을 '드림캐스터'를 통해 꿈속에서 실제처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으로 갈게』는 책으로 봐도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지지만, 영화로 만들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되면, 작가가 상상하는 장면과 내가 생각했던 장면이 일치하는지? 어떻게 다른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듯하다.


『꿈으로 갈게』는 한 편의 재미있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본 듯한 책이다.


일전에 말했듯 꿈속의 초능력은

결코 만능이 아니야.

선입견과 편견이 보통 그 제동장치가 되지.

"감정이 너의 칼날, 의지가 너의 손잡이."

"그래, 선입견이 의지라는 손잡이에

녹이 슬게 하는 거야." p.196

[서평] 『꿈으로 갈게』 - 임태운 SF 장편소설, 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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