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은 일본의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가 194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당시의 일본의 시대상과 맞아떨어져 초판에 60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대표작 중 하나이다.
내용은 서문과 세 개의 수기 그리고 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짧은 두 장의 서문에서 이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소설가가 수기의 주인공 오바 요조의 사진 3장을 보게 된다. 사진 속 남자는 웃고 있지만, 섬뜩한 분위기를 풍긴다. 묘하게 꺼림직해 보이는 사진을 보고 자신은 여태껏 이런 묘한 남자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요조는 어릴 때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겉으로는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하고 싶은 말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추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철저히 자신을 감추고 산다.
나조차도 움찔할 만큼 음산한 그림이 완성됐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이야말로 가슴속에 숨긴 나의 정체다. 겉으로는 명랑하게 웃고, 타인을 웃겨도 사실 난 이런 음울한 마음을 갖고 있다. 어쩔 수 없다'하며 남몰래 수긍했지만, 다케이치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내 '광대 짓' 저변에 깔린 음산함을 간파해서 갑자기 인색하게 경계하는 것도 싫었습니다. p.39
[서평] 인간실격 -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하녀에게서 성적 희롱을 당하면서도 한 마디 하지 못한 것을 보면, '그동안 쌓인 게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독자로 하여금 요조를 가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글을 읽는데, 계속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생각났다. 그 소설도 주인공이 할머니를 죽인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고, 질타 받아야 하는 것이 맞는데, 주인공을 계속 응원하게 만드는 작가만의 힘이 느껴진다.
요조는 자신이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쓰레기 같은 존재라며 술, 담배, 여자, 마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그래. 그런 상황에선 그럴 수 있어. 조금만 힘을 내보자.'라고 응원하게 된다. 이 소설이 작가의 삶과 많이 닮은 자전적 소설이라 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으로 요조를 응원하며 글을 읽는데, 세 번째 수기에서 '죄와 벌'에 관한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나온다. 친구와 반대말 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죄의 반대말은 무얼까? 이런저런 이야기와 생각들을 하는 부분이 나온다.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얼핏 그것이 뇌리를 스치기에 문득 깨달았습니다. '만약 그 도스토 씨가 죄와 벌을 같은 말이 아니라, 반대말로서 나열한 것이라면? 죄와 벌, 서로 절대로 통할 수 없는 것. 얼음과 숯처럼 서로 극과 극인 것. 죄와 벌을 반대말로 생각한 도스토 씨의 푸른 이끼, 썩은 연못, 난마의 깊은 곳 p.113
[서평] 인간실격 -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다자이 오사무란 작가도 도스토옙스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구나! 하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나오면서 이 책의 이해가 좀 더 쉬워졌다. 수기의 처음부터 요조는 하인들에게도 성적 희롱을 당하고, 커가면서 여러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장면이 참 많이 나오는데, 전혀 야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사람의 감정을 밑바닥까지 낱낱이 파헤치는 묘사도 정말 놀랍다.
인간실격은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지금 JTBC 채널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고 있다고 한다.
39세의 젊은 나이로 강물에 투신해 죽음을 맞이한 다자이 오사무 그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런 방탕한 삶을 살면서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내면의 자아와 평생을 싸워왔을까?를 생각하게 만들며,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