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예술을 탐한 철학의 추노 인문여행 시리즈 20
조현철 지음 / 인문산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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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현철은 예술의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 살면서, 인문 투자자가 되어 우리 시대 예술가들에게 예술철학에 대한 도발적 시각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피카소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사람들의 갈채에 취해 점점 더 장난 같은

그림을 그렸고, 나중에는 일부러 아무렇게나

휘갈긴 낙서에도 사람들이 환호했다."

[서평]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조현철, 인문산책


작가는 책의 서문에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현대예술은 장난일까, 아니면 어린아이의 순수함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서양철학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한다.


소음이 된 음악, 쓰레기가 된 미술

[서평]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조현철, 인문산책


현대미술이나 현대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들 현대예술가들은 많아야 전 인구의 2~3% 정도를 차지하는 공감각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20세기에 들어와 이들의 괴상한 감각이 예술적 재능이라고 칭송받기 시작한 것일까?

공감각적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작가는 이들의 능력을 예술이라고 받아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20세기 이전 서양 사상을 뒷받침하던 이론은 《형이상학적 이원론》이었다. 하지만, 20세기를 지나며 다원론을 지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이 등장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의 등장으로 오늘날에는 관객이 느끼는 아름다움이나 즐거움과는 상관없이 예술가가 느끼고 원하는 대로 만든 것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는지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현대예술이 나오기 전까지 예술은 본질적 의미에서의 존재와 표상, 즉 Being과 Representation을 충실하게 표상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예술가의 능력은 독창성이나 창의력이 아니라 '존재 Being'을 충실하게 현실에서 구현하는 손기술과 인내력에만 달려 있었다.


예술의 조정하는 철학

철학을 지배하는 신학

[서평]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조현철, 인문산책


현대예술의 철학적 시작은 존재론으로부터 온다면서 작가는 '존재 Being'을 우리말로 설명하려고 애쓴다. 번역의 오류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존재는 exist에 가깝고, Being을 대표할 만한 우리나라 단어는 無에 가깝지만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작가는 Being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부연 설명을 한다.

'Being'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중세 천년을 지배해 온 사상이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신학 - 철학 - 예술》의 개념이 순서를 이뤘다.

권력을 가진 신학은 철학을 신학의 개념을 보완하는 시녀로 부렸고, 예술은 시녀인 철학이 주인인 신학을 위해 사용하는 빗자루나 냄비 같은 도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철학을 활용했다.

하지만, 중세 이후 유럽의 예술은 《예술 - 철학 - 신학》을 따랐다.


도구에 불과했던 예술에서 벗어나자 철학은 현대예술에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예술가들의 창의성에 족쇄로 작용했던 신의 죽음과 시민사회의 발전은 예술의 자유를 가져왔다. 중심을 잡아 줄 절대자가 부재한 자유는 곧 방종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현대예술의 대환장 파티는 바로 이 갈피를 못 잡은 방종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이쯤에서 다시금 예술의 중심을 잡아줄 철학적 사유가 나타나야 하지만, 이는 결코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앞으로 나타날 철학은 화가를 자극하는

것이어야 한다. - 메를로퐁티

[서평]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 - 조현철, 인문산책


작가는 마지막에 이야기한다.


"예술을 자극하는 새로운 철학이 등장하기까지 당분간은 갈팡질팡하는 오늘날의 예술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나는 현대음악을 들으며, 현대미술을 보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만 그런 건가?"

현대미술관에 가면 내가 왠지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현대음악을 들으면 불협화음이 귀에 거슬려 집중할 수 없었다.

현대미술과 음악은 작가가 직접 작품 설명을 하기 전까지는 나와의 공감대는 전무했다.


그동안은 '내가 예술에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을 보고 확실히 알 게 된 것이 있다.


지금의 예술은 그동안 억눌렸던 나를 표현하는 거라는 사실을….

억눌렸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예술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며 철학이 우리 삶에 왜 중요한지, 사유하는 삶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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