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ian 데미안 세트 - 전2권 - 영문판 + 한글판
헤르만 헤세 지음 / 반석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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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독일의 지성을 대표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다. 헤르만 헤세는 작품 속에서 이원적 속성을 가진 인간의 대결과 동양적인 매력, 영혼의 자유 등을 그린 작가다.

그는 인간 내부의 양면성을 발견하고 그 존재를 인정하면서 양면성을 통일시키고 조화를 이루고자 하였다.

헤르만 헤세는 장편소설 외에도 단편소설, 시, 우화, 여행기 등의 다수의 작품을 썼다.

1919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출판된 『데미안』은 1916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쓰인 책이다.

헤세의 나이 마흔 언저리에 쓴 『데미안』은 1919년 <에밀 싱클레어의 청년 시절 이야기>라는 부제로 출간되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으로 인해 절망 상태에 빠져 있던 독일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던 책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주인공 싱클레어가 열 살의 소년에서 청년기를 거치는 동안 분리된 마음 안에서 다양한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 내용이다.

갈등의 마지막은 데미안의 도움으로 인해 싱클레어는 선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싱클레어가 열 살이 조금 넘었을 때 한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프란츠 크로머로 공립학교에 다니는 힘세고 건장한 아이로 재단사의 아들이었다.

사립학교인 라틴어 학교 학생이며 부유한 아버지를 둔 철딱서니 없는 싱클레어는 크로머를 두려워했다. 크로머와 다니면 초조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를 따돌릴 방법이 없었기에 같이 다녔다.

싱클레어는 크로머와 이야기하던 중 도둑질에 관한 이야기를 지어냈는데, 크로머는 그 이야기를 꼬투리로 잡고 싱클레어를 협박한다.

번번이 그는 내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이르겠다고 위협했지만 그럴 때도 두려움보다 애당초 나 자신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뼈아픈 후회가 훨씬 더 컸다. p.45

지어낸 이야기였지만, 당당히 지어낸 이야기라고 이야기할 수 없었던 싱클레어는 그날 이후 크로머에게 협박당하며 끌려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러다 싱클레어가 사는 동네에 데미안이 이사를 왔고, 데미안은 크로머와 싱클레어의 관계를 잘 정리해 주었다.

그뿐 아니라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살아가는 동안 마음속에서 분란이 일 때, 선과 악이 부딪힐 때마다 '나를 찾아가는' 올바른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인물이다.

누구나 이런 위기를 겪는다. 평범한 사람에게 이것은 자기 자신의 삶을 위한 요구가 주변 환경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는 지점이다. 앞으로 난 길을 자신의 뜻에 따라 가장 혹독한 방법으로 찾아야 하는 지점이다. p.62

싱클레어는 다양한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다. 때로는 외적으로, 때로는 내적인 갈등을 겪는다.

데미안이 옆에 있으며 조언을 해줄 때도 있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데미안과는 상관없이 싱클레어는 스스로 성장해간다.

하지만 넌 '허용된'과 '금지된'의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에는 도달하지 못했어. 진실의 일부를 느꼈을 뿐이야. 나머지 부분도 느끼게 될 거야. 믿어도 돼." p.80

"말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크나우어.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없어. 나를 도와준 사람도 아무도 없었지. 네 자신을 받아들인 다음 마음속 깊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해. 다른 방법은 없어. 네 스스로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면 너는 다른 정신도 찾아내지 못할 거야." p.148

살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 서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오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게 된다.

이게 인간의 순리가 아닐까….

아무리 악의 없는 사람이라도 살면서 한 번 혹은 몇 번쯤 경건과 감사라는 순수한 미덕과 충동하게 되는 일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빠르건 늦건 우리 모두는 아버지로부터, 스승들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우리 모두는 혹독한 외로움을 겪어야 한다. p.155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먼저 부수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p.115

"The bird fights its way out of egg. The egg is the world. Who would be born must first destroy a world. The bird flies to God. That God's name is Abraxas." p.123

『데미안』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이 말이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지금의 나를 넘어서야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절실히 와닿았던 것 같다.

왜 이 책이 새로운 사회로 진출하려는 젊은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청년들을 위한 성경'과도 같은 성장소설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지금은 백 세 이상 살 수 있는 시대다.

오십,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무언가를 배우려고 복지관, 도서관 등을 찾는 어르신들이 많다.

어쩌면 이렇게 사회활동을 하는 어르신들도 자신이 살아온 하나의 세계를 부수고 앞으로 더 나아가는 중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고전은 언제 읽어도 새로운 시선으로 내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강력 추천한다.

이 책은 한글과 영문 두 권이 세트로 묶여 있다.

한글판을 다 읽고 며칠 전부터 영문판을 읽기 시작했다. 영문으로 된 고전을 읽는다는 게 큰 나에겐 모험이지만, 책을 덮는 순간 하나의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해 보는 중이다.

반석 출판사에서는 '반석 영한대역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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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옳다는 착각 - 내 편 편향이 초래하는 파국의 심리학
크리스토퍼 J. 퍼거슨 지음, 김희봉 옮김 / 선순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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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옳다는 착각』은 책 제목과 표지가 내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강렬한 노란색 표지도 그랬지만, 캐릭터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겠다는 결연한 표정으로 귀를 꽉 막고 있는 것이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린다.


지은이 크리스토퍼 J. 퍼거슨은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스텟슨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다. 퍼거슨은 범죄와 폭력, 반사회적 행동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폭력적인 비디오게임, 미디어 속 섹스, 자살을 주제로 한 미디어 등 미디어가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책을 내기도 했다.


책은 파국, 화장지가 금값, 당황하지 말 것, 핵 공포, 하늘의 공포, 학교 총격, 인종차별적 계산, 상어가 뛴다, 불이야, 문 앞의 야만인, 이성의 종말, 모든 것은 파국으로 끝나는가? 이렇게 폭력, 살인, 테러, 전쟁에 대한 이야기, 총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온 밑바탕에는 소통의 부제와 나만 옳다는 착각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불통과 오만이 낳은 결과가 많은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를 인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내리는 결정은 객관적이고 데이터에 기초한다. 내가 한 행동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나는 곧바로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며, 재난 앞에서 계속 실수를 저질러대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히 나는 아니다. p.11


나도 그렇지만, 내 주변에서도 같은 경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술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나는 언제고 마음만 먹으면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렇다.

나는 아직 술을 끊을 결심을 하지 않았을 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단주를 할 수 있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각한다. 음주운전, 음주로 인한 간암과 치매 등은 나와는 분명히 거리가 멀 것이라고…. 그냥 그렇게 나 자신을 안심시키곤 한다.


이렇게 글로 적고 보니 나도 큰 착각 속에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의 잘못이 더 잘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그 일에 감정적으로 매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p.11


인간은 공포, 분노, 낙담과 같은 감정이 생기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나 자신의 일은 감정적이 되기 쉽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볼 때 우리는 감정을 섞지 않고 보기 때문에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1장에서는 재앙이 닥쳤을 때 인지 편향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과잉 일반화, 파국화, 독심술, 이분법적 사고, 개인화, 반박 불가능, 정서적 예측, 탓하기 총 8개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나만 옳다는 착각』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착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책의 마지막 11, 12장에서는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놓았다.


※ 개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경청한다, 무엇으로 반박할 수 있는지 묻는다, 데이터가 도움이 된다, 인내심을 가져라,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


※ 사회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리더의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을 중단한다, 우리의 과학 및 학술 기관은 개혁이 필요하다, 사회적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


작가의 명확한 생각을 정리해 놓은 부분에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우리가 고칠 수 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이유를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으면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p.330


작가는 희망적인 내용으로 책을 마무리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결정을 내리는 결정권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사람은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실수하는 이유를 찾고, 이유를 이해하도록 서로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나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소통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독자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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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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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끌로이』는 애초에 단편으로 쓰인 소설이었다고 한다.

단편 소설의 주인공 지유는 우연히 미지를 집에 데려왔고, 악몽 같은 하룻밤을 겪게 되는 이야기였다고 한다. 이 단편을 통해 작가 박이강은 누군가와 알고 지낸다는 것의 허울, 어떤 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착각일 수 있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작품에 관심을 보였던 인디소회 친구들의 독려로 중편이 되었고,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을 계기로 장편이 된 소설이다.

장편이 되면서 주인공 지유 외에 지유의 엄마, 끌로이, 미지까지 등장인물이 많아졌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고 한다.

장편 소설의 주인공 지유는 대치동 마마 걸이다.

변호사였던 지유의 아빠는 세상에서 지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지유 아빠의 유일한 단점은 폭음이었다. 재판에서 패소한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났고, 지유 아빠는 목숨을 잃었다. 지유 아빠의 음주운전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아빠의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유엄마는 지유에게 이야기했다.

"난 너만 있으면 돼."

지유엄마는 지유에게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었다. 지유도 그런 엄마를 이해했고, 엄마가 원하는 딸이 되기 위해 죽도록 애썼다.

지유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엄마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엄마는 지유를 미국에 있는 대학으로 보내기로 결심했고, 지유는 유학을 떠났다.

평생을 엄마에게 의지하며 살았던 지유는 미국에 있으면서도 잠자기 전까지 페이스타임을 끄지 않고 엄마와 연결된 삶을 살았다.

그러다 끌로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끌로이의 자유분방함에 매료됐다. 끌로이를 좋아하게 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타인을 걱정하는 마음 알게 됐다. 끌로이에게 느끼는 지유의 감정은 엄마가 지유를 향해 느끼는 감정과 동일했다.

"난 너만 있으면 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받은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며 지유는 성숙해져 간다.

삼촌에게서 엄마가 병에 걸렸다는 전화를 받고, 지유는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끌로이와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

지유는 한국에 와서도 끌로이 걱정을 멈출 수가 없다.

그런 지유 앞에 미지라는 아이가 나타났고, 미지와 하룻밤을 지내는 동안 지유에게는 또 다른 관계의 시련이 닥친다.

"잘 쓰러드리기 위해서는 단 한 개도 흐트러짐 없이 정확하게 세우는 게 핵심이야. 안 그러면 중간에 실패한 게임이 되거든. 어서." p.75

그제야 지유는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도미노를 잘 쓰러뜨리려면 처음 세울 때부터 전체가 어떻게 쓰러질지 큰 그림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던 그 말이. p.197

사람과의 관계를 도미노에 빗대어 나타낸 장면들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마마 걸이었던 지유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힘들어했다.

하지만, 지유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장한다.

『안녕, 끌로이』는 지유의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는 소설이다.

지유의 엄마, 지유, 끌로이, 미지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네 여성의 이야기가 긴밀히 연결되어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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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 시간을 건너는 집 2 특서 청소년문학 3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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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작가의 장편소설은 세 명의 청소년이 비밀의 장소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엄마와 단둘이 어려운 형편으로 살고 있는 민아, 청담동에서 남부럽지 않은 형편으로 살지만 마음에 병(공황장애)으로 방 밖을 나갈 수 없는 아린, 소년보호시설을 탈출한 소년범 무견, 세 명의 청소년이다.

셋은 우연한 기회에 하얀 운동화를 신게 된다. 하얀 운동화는 마법의 운동화다.

하얀 운동화를 신으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파란 대문의 집이 보이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이 집의 2층에는 과거, 현재, 미래로 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이곳에 온 아이들은 12월 31일 오후 5시에 '소망 노트'라고 불리는 공책에 이루고 싶은 소원을 한 가지 쓰고, 세 개의 문 중 하나의 문을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다.

하얀 운동화를 신은 이들은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기회를 가지려면 몇 가지 지켜야 할 조건이 있지만, 그것만 지킨다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설정이다. 단, 미래로 가든 과거로 가든 '죽음'에 대해서는 바꿀 수 없다.

"이 집이 왜 있는지 생각해 봐. 가족과 학교, 친구에게서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서지. 여기 오는 애들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거나 마찬가지야. 난 무견이가 하얀 운동화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생각하지 않네. 10년 전에 왔던 여자아이도 마찬가지였지. 그 애들이 하얀 운동화를 발견한 게 아니라 하얀 운동화가 그 애들을 찾아간 거야." p.27

작가는 '이 집이 왜 있는지?'에 대한 답을 책 속에 녹여냈다. 주인공 세 명은 모두 가족이나 학교, 친구에게서 상처받은 아이들이다. 이들 주변에는 믿고 기댈만한 어른이 존재하지 않았다. 작가는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진실을 숨기는 데서 시작되지. 솔직해야 한다고 충고할 자격이 내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선택의 날까지 마음이 껄끄러울 거야. p.127

꼭 상처받은 청소년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파란 대문 집을 지키고 있는 아저씨도 마음에 상처가 깊은 사람이다. 그 당시는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아이에게 도움을 주었는데, 도움을 받은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자책에 빠진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른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사십이 넘은 나이에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렵다.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책을 보면서 더 절실하게 느꼈다.

"멤버들은 세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 그 선택이 아니더라도 삶은 선택의 연속이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시간은 흐르고, 그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시간이 흘러야만 알 수 있지. 잘못된 선택을 했나 후회가 들더라도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면 안타까워할 필요 없어. 우리에게는 바로잡을 시간이 있으니까.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으며 나아가는 게 인생이니까. p.131

멤버들은 12월 31일이 되면 과거, 미래, 현재 세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의 주인공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들은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한다.

이들의 최종 선택은 자신만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내게 과거, 현재, 미래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내게 과연 민아만큼의 절실했던 순간이 있었나?

나는 타인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어느 정도까지 내놓을 수가 있을까?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이다.

시간을 건너는 집 2 『그곳에 네가 있어 준다면』은 청소년을 위한 장편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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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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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는 1942년에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같은 해에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발표하여 철학적 작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957년 마흔넷의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대문호의 반열에 올랐지만, 1960년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빙판길에 차가 미끄러지며 생을 마감하게 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르겠다. 양로원에서 전보 한 통을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어제였나 보다. p.8


이렇게 시작하는 『이방인』은 첫 문장부터 사람을 끌어들인다.

엄마가 왜 죽었을까? 어떤 사이길래 엄마가 오늘 죽었는지? 어제 죽었는지? 그것도 자세히 모를까? 주인공은 어떤 사람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이 든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해수욕을 즐긴다. 거기서 예전에 알고 지내던 여인과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다. 같은 건물에 살던 레몽과 친구가 되고,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

온몸은 긴장했고, 나는 손으로 권총을 꽉 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다. 권총 손잡이의 매끈한 배가 만져졌다. 날카롭고 귀를 얼얼하게 하는 소리 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흔들어 털어버렸다. p.76


뫼르소는 살인을 저질렀다.

태양 때문에….

태양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다니….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뫼르소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뫼르소는 엄마 장례식 때도 그랬고, 좋아하는 여자가 '나랑 결혼할래?' 하고 물었을 때도 그의 대답은 평범하지 않았다.

살인을 저지른 뫼르소는 감방에 가고, 재판을 받는다.

재판을 받는 과정은 2부에 나오는데, 예심판사나 검사들은 뫼르소의 '살인'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뫼르소라는 인간 자체를 심판하려고 한다.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울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마의 장례식이 끝나고 여인을 만나 즐거운 희극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여인과 만나 해수욕을 하고, 집에 갔다는 이유로….

판사와 검사는 뫼르소가 살인을 계획했으며, 살인을 저지르도록 예정된 자로 규정하고 단죄하려 한다.

뫼르소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재판이 아닌 그 자체를 재판한다.​

감옥 생활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내가 자유로운 신분이었을 때처럼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발바닥 아래로 밀려드는 첫 파도의 소리, 몸이 물속으로 들어갈 때의 느낌, 물속에서 느끼는 해방감을 상상하다 보면 이 감옥의 벽들이 얼마나 나를 옥죄고 있는지 실감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기분도 몇 달간이었다. p.93

출처 입력

감옥 생활을 하며 뫼르소는 느꼈다.

자유로운 신분이었을 때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이 힘들게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적응했고, 어느 순간 자신을 누군가가 마른 나무의 기둥 속에 넣어놓고는 머리 위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하늘만 보면서 살게 한다 해도 조금씩 그 상황에 익숙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참 적응을 잘하는 무서운 동물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심지어 부조리, 불평등조차 적응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방인』을 읽으며, 나도 혹시 부조리와 불평등에 굴복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죄수들이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것도 여자 문제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나도 다른 죄수들과 마찬가지이며 그런 대우는 부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그러려고 댁들을 감옥에 가두는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러려고라뇨?"

그래요. 자유란 그런 것입니다. 댁들에게 그 자유를 빼앗는 거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부분이었다. 나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p.95


뫼르소는 재판에서 사형을 구형 받는다.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 뫼르소는 자신의 죽음이 가진 부조리성을 깨닫는다.

하지만, 뫼르소는 항소를 하지 않는다.

그의 사형이 집행되는 날, 많은 사람이 그를 '증오의 함성'으로 맞아주기를 바라며 죽음을 맞이한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끊임없이 그려졌다.

"왜? 그랬을까?"

이 책의 마지막에는 전 한국외대 변광배 교수의 작품 해설이 담겨있다.

작품 해설은 다각도에서 분석을 해놓아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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