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위버멘쉬
신호철 지음 / 문이당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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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호철은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문어』로 등단했다.


등단하기 전 2011년에 그는 '배양육'을 소재로 한 장편 소설을 탈고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출판할 기회를 얻지 못했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그의 소설에 묘사되었던 질병의 창궐은 실제로 일어났다. 하지만 소설을 쓸 당시 10년 후엔 화젯거리가 될 것 같았던 조직배양 기술은 여전히 가능성만 품고 있을 뿐이다.

새롭지도 충격적이지도 않은 소설. 하지만 인간에 대한 호기심은 아직 유효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작가는 이 소설을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이건 그냥 질병이 아니야. 지금 내 몸속의 면역 세포가 내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것들을 없애는 중이야. 그러니까, 내 몸속에 있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들과 싸움이지. 이 몸의 주인인 내가, 인간이 아닌 것들과의 싸움에 져서 되겠어?" p.81


주인공 우재는 바이에덴사의 직원이다.

바이에덴사는 '에덴 스피어'라는 고립된 생태계를 1년 동안 운영해 왔고, 독립된 생태계의 완성을 증명하기 위해 1년 동안 8명의 사람이 그 안에서 생활해 왔다.

8명의 인원 중엔 주인공 우재가 사랑하는 여인 '채신'도 있었다.


소설은 '에덴 스피어'가 운영된 지 1년이 되던 날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내부를 체험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 년 동안 8명의 인원은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순환 재생된 물과 산소를 마시고, 배양설비에서 생산된 단백질을 먹었다. 일 년 동안 '배양육'을 섭취하고 지내면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만 증명된다면 바이에덴사는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될 것이었다.


배양육의 이름은 '모스'로 합성 미생물이다. 합성 미생물을 혐오하는 교수, 전문가, 연예인 등은 배양육의 위험성(유전자 변형 생물)을 성토했다.

'에덴 스피어'를 안내하는 직원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며 체험단을 이끌었고, 우재는 1년 만에 상봉하게 될 '채신'을 생각하며 따라다녔다.

휴게실에서 '우재'와 '채신'은 만났다. 하지만 우재는 '채신'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채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건 우재뿐만이 아니라 채신의 가족도 느꼈고, 무엇보다도 채신 자신이 뭔가 이상이 있다는 것을 제일 많이 느꼈다.


채신은 몸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채신이 아파하는 사이 채신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다. 동네에 문을 연 병원은 거의 없었고, 큰 병원도 환자들로 넘쳐났다. 새로운 전염병이 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질병관리본부에선 변형 루푸스, 의사협회에선 세균성 자가면역 증후군, 종교단체에선 세상 종말, 환경단체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유전 변형이라고 하는 등 전염병에 대한 소문만 무성했다.

사람들은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죽어나갔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배양육에 포함된 모스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모스 연구소에서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며 장기 임상시험을 그 증거로 꼽았다. 배양육을 먹지 않은 사람들도 병이 걸렸으니 '배양육'때문이라는 것은 병의 원인으로 규정되지 못했다.

소설이 진행되며 원인은 밝혀진다.

그 와중에 '우재'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멀쩡했다. 사람들은 멀쩡한 사람들의 혈액을 채취해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web 발신>

우리는 일부만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30억 쌍이 넘는 염기서열을 가진 인간 DNA 중에서 인간 고유의 유전자는 일부분뿐이다. 수천만 년 진화의 과정에서 수많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물들이 숙주에 잠입했고, 그에 따라 각각의 유전자가 뒤섞인 상태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따져봐야 할 때가 되었다. 어디까지가 인간 고유의 유전자인지, '나'라고 인식하고 있는 육신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P.123


변해가는 사람 중에는 이것을 진화의 한 과정이라고 여기는 무리가 있었다.

통증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고 뼈마디 마디가 튀어나왔지만, 병마를 이겨낸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낸 인간. 새롭게 진화된 인류.

그들은 이 인류를 순수 인간, '위버멘쉬'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질병의 창궐이라 하는데, 사실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우리 몸 안에 내재한 인간이 아닌 것들과 말입니다. 싸워야 합니다. 수억 년 동안 축적되어 있던, 인간이 아닌 것들을 몰아내는 결전의 시점입니다. 그래서 도달하는 순수 인간. 바로 위버멘쉬입니다. p.236


두렵고 낯선 욕망과 대면하게 된다면, 부디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 욕망이 진짜 내 것인지, 아니면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내가 아닌 뭔가의 욕망이 아닌지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p.226


'30억 쌍이 넘는 염기 서열 중 인간 고유의 유전자는 일부일 뿐이라면서 우리는 일부만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쓰여있는 글을 보고 놀라웠다. 고릴라,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극히 일부만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일부만 인간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일부만 인간이라고 가정한다면, 다른 부분은 무엇일까?


『호모 위버멘쉬』는 며칠 전 읽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와 묘하게 닮은 부분이 있다.

'싯다르타'는 자신을 없애 핵심에 있는 참나(참된 자아, 아트만)을 찾는 이야기였다.

'호모 위버멘쉬'에서 작가는 내 안에 있는 욕망이 진정 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진정한 '나'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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